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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금호타이어 매각때와 달리 아시아나항공 신속한 매각 결정 왜?

올해부터 리스 회계기준 변경, 부채비율 200%p 이상 상승
부채비율 급증 1조원 넘는 사채권 기한이익상실 발동
권순우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한 소회를 직원들에게 전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의 핵심 계열사이자 박 회장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위기가 심각해지는 와중에도 과연 박회장이 매각을 할 것이란 관측은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매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매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상 채권단에 백기투항한 셈인데요. 앞서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박 회장은 상표권을 문제 삼아 매각을 무산시키는 등 계열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준 것과 대조적입니다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이렇게 신속하게 매각을 결정한 것일까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로 항공사 리스 회계 기준 변경이 꼽힙니다.

올해부터는 ‘국제회계기준(IFRS) 16 리스(leases)’에 따라 리스 관련 자산부채 인식 기준이 변경됩니다. 지금까지 느슨하게 적용되던 리스에 대한 회계 인식을 좀 더 명확하게 한다는 취지입니다.

리스는 소유권을 금융회사에 둔 채 이용료를 내며 사용하다가 계약기간이 끝난 후 인수를 하는 방식입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3년 간 리스료를 내고 이용하다가 3년 후 그 차를 저렴하게 인수하는 식입니다.

리스는 사실상의 소유권을 가진 상태지만 리스료만 비용으로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부채가 과소 표시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가치가 있는 비행기를 돈을 빌려서 사면 부채가 100억원이 되는데, 사실상 소유하는 리스 방식을 취하면 100억원이 부채로 잡히지 않게 됩니다. 리스 회계 기준이 강화되면 숨어 있던 부채가 새로 나타나 부채비율이 올라가게 됩니다.

리스의 자산부채 인식이 강화되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지목된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입니다. 2018년 6월말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항공기 82기중 61%가 운용리스입니다. 대한항공 17%에 비해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리스 회계기준이 변경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3%p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개별기준 814%, 연결기준 649%에 달합니다. 리스 회계 기준을 변경해 부채비율이 203%p 올라가게 되면 개별기준으로는 1000%가 넘게 됩니다.

리스 회계 기준 변경은 올해부터 적용이 되기 때문에 오는 5월초 1분기 분기 보고서가 발표되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1조원이 넘는 사채에는 부채비율이 1000%가 넘을 경우, 바로 상환을 해야 하는 ‘기한이익상실’ 조건이 설정이 돼 있습니다. 사채에서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하면 각종 대출금도 연이어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해 도미노 디폴트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 올해 줄지어 만기가 돌아오는 1조원이 넘는 채권을 상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 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이 감사 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재무 위험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채권자들의 공포는 커졌습니다.

한 아시아나항공 채권 투자자는 “설마 한달이 남았는데 부도를 내진 않겠지 하면서도 동결이 될까봐 매우 긴장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대로라면 채권 만기가 됐을 때 다시 돈을 빌려줄 기관, 개인 투자자는 사실상 없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채권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현금이 유출돼 결국 디폴트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에 박삼구 회장 일가의 지분을 담보로 5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5천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기에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담보 가치는 너무나 미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저지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의 주체는 금호산업입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거나, 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해서 인수자들이 발을 돌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이 이행될 수 있다는 확신을 내가 가졌고 그것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며 “박삼구 회장도 항공업계에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인 만큼 마지막 단계에서 그분의 인격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산업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곧바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각 방해의 우려는 적은 편입니다. 또 산업은행은 매각 방해에 대비한 장치들을 MOU 조건에 포함할 방침입니다.

2009년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이 시작된 이후 10년 넘게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호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아시아나항공은 다양한 자금 동원 수단으로 이용됐고 항공업이 호황이던 시절에도 자본을 축적하지 못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국제선 화물, 여객의 약 20%를 차지하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항공사입니다. 새 주인을 만나 재무적인 걱정 없이 오로지 승객의 안전만 신경쓰는 우량한 항공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그게 1991년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취임해 28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이끌어온 박삼구 회장의 바람이기도 할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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