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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연예인이 쓴 선글라스 주세요"… '패션템'에 몰리는 中 다이궁

K패션 열풍으로 판매 품목다변화 나선 면세점

"인기좋은 중소 브랜드 꾸준히 유치할 것"
석지헌 기자

16일 서울 명동의 한 면세점에서 손님들이 'MLB'매장에 줄서 있는 모습(왼쪽)과 대량으로 물건을 주문해 쌓아놓은 모습.

"이쪽으로 줄 서주세요"

지난 16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명동의 신세계면세점 화장품 코너. 평일 오전이지만 중국인 관광객들로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었다. 계산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기본이고, 이미 주문한 화장품들이 매장 한 쪽에 한가득 쌓여있었다.

특히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와 색조 화장품 브랜드 '3CE' 매장은 점심시간에도 북적였다. 닥터자르트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후'와 '설화수' 다음으로 면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다.

오후 12시 30분 명동 롯데면세점 10층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매장. 계산대에서부터 10m 넘게 이어진 대기줄은 좀처럼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점원은 계산하려면 15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이 정도도 한산한 수준이고 주말이나 사람이 많을 때는 대기줄이 매장 주위를 빙 둘러싸고도 남아요"

지난해 초 주춤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면세점으로 몰리고 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017년 416만9353명에서 지난해 478만9512명으로 14.87% 늘었다. 올 들어 2달 동안 84만6193명이 방문했다.

◇화장품 싹쓸이한 다이궁, 이제는 '패션템' 공략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다이궁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만 몰리던 이들이 최근에는 모자, 선글라스, 의류 등 패션아이템 매장도 찾는다.

명동 신세계면세점 11층에 입점한 국내 스트릿 브랜드 'MLB' 매장은 다이궁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인기있는 상품은 로고가 작게 박힌 모자. 중국 내 SNS인 웨이보에서 유명하다고 했다.

면세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크진 않지만 입소문 난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가 속속 입점하면서 면세점 판매 품목도 다변화하고 있다.

젠틀몬스터, MLB를 비롯, 가방 브랜드 '피브레노', '파인드카푸어', 토종 애슬래저 브랜드 '안다르'까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유니크한 브랜드들이 줄줄이 입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의류나 잡화 품목 매출 비중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며 "면세점들이 언제까지 국내 화장품 매출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보단 저렴하고 예쁜 제품 찾는 중국인

면세점이 중소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면세점의 큰 손인 다이궁들이 'K패션(한류 패션을 뜻하는 신조어)' 품목들을 찾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예인이 드라마 등에서 착용한 제품을 사기 위해 직접 우리나라에 오는 것이다.

이는 명품보단 예쁘고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을 찾는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다. 브랜드 가치보다는 저렴하고 스타일을 내기 좋은 디자인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화장품이 면세점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소비자들이 우리나라 업체가 만든 특정 제품에 관심을 갖고 돈을 쓰는 추세"라며 "다이궁도 유통상이기 때문에 잘 팔리는 제품들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165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 성장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2조원을 넘긴 것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매출액은 1조8330억원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기많은 제품이 면세점에서 일시품절되면 백화점으로 내려와 물건을 사는 다이궁도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석지헌 기자 (cak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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