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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한국GM, 국산차냐 수입차냐 고민…포드에 맞출까? 현대에 맞출까?

하반기 콜로라도·트래버스 출시, 가격 책정 고민
미국 판매가 기준으로 국내에 들여오면 가격 부담
가격에 걸맞은 서비스 품질 갖춰야
권순우 기자

구조조정을 일단락 하고 올해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GM에게는 고민이 있습니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구조는 만들었는데 판매가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한국GM의 1분기 판매는 11만 4천대로 전년 동기대비 5%가 줄었습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16.4% 줄어든 1만 7천대에 그쳤습니다. 주력 차종들이 노후화됐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미지까지 훼손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쉐보레 콜로라도

자동차 회사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화끈한 신차입니다. 한국GM은 지난 달 서울모터쇼에서 대형SUV 트래버스와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선보였습니다.

콜로라도는 지난해 13만 5천대가 팔린 미국을 대표하는 픽업트럭입니다. 전년 대비 19.3% 판매가 확대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트래버스 역시 18.6% 늘어난 14만 7천대가 판매됐습니다.

대형SUV와 픽업트럭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다소 낯선 차급입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쌍용차의 렉스턴스포츠가 이 시장을 개척해 꽤 확대가 됐습니다.

팰리세이드는 올해 1분기 1만 8천여대가 판매됐고 렉스턴스포츠 1만 2천대가 판매됐습니다. 팰리세이드와 렉스턴스포츠는 국내 시장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뒤집고 각 브랜드의 대표 차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GM의 고민은 가격입니다. 대형SUV 트래버스의 미국 현지 판매 가격과 물류비를 감안하면 현대차 팰리세이드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팰리세이드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답답한 점은 미국에서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는 한국에서 1천만원 가량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GM은 트래버스가 포드 익스플로러처럼 수입을 해서 파는 차종인 만큼 그 정도 가격을 책정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한국GM을 국산차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슷한 가격에 책정이 될 경우 비싸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콜로라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콜로라도의 판매 가격은 쌍용차 렉스턴스포츠보다 1000만원 이상 더 비쌉니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래버스나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수입차”라며 “국산차 가격에 맞춰 경쟁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국산차보다 수입차와 가격을 맞추고 싶은 한국GM의 판단은 일리가 있습니다. 해외 생산 차종이고 해외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있으니 그에 맞춰 판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특별히 더 비싸게 받는 것도 아니고, 해외 경쟁 차종도 국내에서 그 정도 가격에 판매가 됩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입니다. 수입차에 대해서는 수입차와 비교를 하게 되지만 한국GM이 출시하는 자동차는 국산차와 비교를 하게 됩니다.

한국GM은 지난해 중형SUV 이쿼녹스를 출시하며 비슷한 경로를 거쳐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비슷한 차급의 포드 이스케이프와 비교를 하면 비싸지 않은데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 싼타페와 비교하며 비싸다고 인식했습니다.

이쿼녹스는 많이 팔리는 중형SUV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435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국내 자동차 브랜드는 싸야 한다는 역차별이 있는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수입차를 살 때 느끼는 소비자 경험을 갖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동희 자동차 전문 칼럼리스트는 “포드 익스플로러(6900대)도 많이 팔린다고 해도 국산차(싼타페:6만 7천대)에 비하면 적게 팔린다”며 “국산차처럼 많이 팔고 싶으면 그에 맞는 기능과 장비 리스트를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우 서비스 센터에 가면 한두시간 대기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화예약이나 섬세한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힘들다”며 “수입차와 같은 고객응대, A/S를 하지 않으면 그 정도 가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자동차 회사들은 벤츠,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 받기를 원합니다. 그런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파는 가격이 얼마’라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랜 소비자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하루 아침에 개선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면 원가가 같더라도 더 비싼 가격을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판매도 중요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높게 평가한다면 해외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더라도 더 비싸게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공급 원가를 생각해서 경쟁 차종보다 비싸게 가격을 책정할까요? 아니면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경쟁 차종 수준에 맞춰 낮게 가격을 책정할까요?

국산차이면서 수입차량을 판매하는 한국GM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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