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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포기한 텐센트...게임 코리아의 '탄식'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신 '화평정영' 내걸어...중국 정부 의식한 '국적세탁'
서정근 기자

중국 모바일게임 앱차트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텐센트의 '화평정영(和平精英)'이 메우자 국내 게임업계가 술렁대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매출차트 최상단을 '화평정영', '왕자영요', '완미세계' 등 자사게임 빅3로 '올킬'해 신명을 내고 있으나 국내 업계는 심란합니다.

중국 정부가 게임 서비스 허가권(판호) 신규 발급을 재개하고, 그 대상을 외산게임으로 확대하자 한국 게임 '해금(解禁)'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기대심리에 '찬물'이 끼얹어졌기 때문입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지난해 연초부터 텐센트가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서 정식 서비스를 진행해 왔습니다. 중국에선 아이템 판매 등 수익 모델을 붙이지 않은, '시험판' 버전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중국 이용자들이 이를 공짜로 즐기고 있었던 것이지요.

정식서비스용 판호가 아닌 베타테스트용 판호를 받았기 때문인데, 이는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관련 정책과 동북아 일대의 지정학적 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게임 심의 정책 변경을 이유로 모바일게임 서비스 정책을 '허가제'로 바꿨고, 사드 배치로 한-중 갈등이 심화한 후에는 한국 게임에 판호를 아예 발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차트에 올라 애플 앱스토어 중국 계정 매출 1위에 오른 '화평정영'은 '배틀그라운드' 브랜드를 활용하지 않았을 뿐 게임 인터페이스와 내용 구성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텐센트가 지난 8일부터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화평정영'


분명 5월 8일에 선보인 '신작'인데, 관련 앱정보 히스토리를 검색하면 2018년 2월 8일에 클라이언트가 최초 등재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용자 풀을 고스란히 새 게임으로 이관한 점도 눈에 띕니다. '화평정영=한국산에서 중국산으로 국적세탁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이유입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가 펍지의 원작 '배틀그라운드'의 브랜드를 활용해 직접 제작한 게임입니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중국 내에서 독보적이었고, 수백만 명에 달하는 중국 게이머들이 스팀을 통해 '배틀그라운드'를 구매해 즐겨왔습니다.

텐센트와 넷이즈 모두 '배틀그라운드'를 카피한 모바일게임을 '선제작'하면서 펍지의 모회사 크래프톤과 정식 사업제휴를 모색했습니다. 크래프톤과 펍지가 텐센트를 선택하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정품이 되고 넷이즈가 만든 카피게임들은 해적판이 됐습니다.

그러나 넷이즈의 해적판들이 쏠쏠히 돈을 번 반면 정작 공식 라이센스를 받은 텐센트의 정품 게임은 중국 내에선 돈을 한푼도 벌지 못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해적판엔 판호를 내줬으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한국 게임으로 간주, 정식서비스용 판호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텐센트는 정식 판호를 받는 것을 포기하고 내용은 동일하나 포장지를 바꿔, '국적세탁'을 완료한 '화평정영'을 순수 중국게임으로 포장해 내세운 것입니다. 이같은 절충안에 중국 검열당국과 텐센트, 크래프톤(펍지)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텐센트가 펍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평정영'의 중국 내 수익금 중 일부를 펍지에 할애할지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당사자'인 펍지의 구제 여부도 중요하지만 한국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보다 눈길이 가야 할 상황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연초부터 중국 내 신규 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 한 후 연말부터 중국 내 중견, 중소 기업의 게임에 우선 판호 발급을 재개했습니다. 이후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 게임사에도 판호를 발급했고, 문호 개방은 외국계 게임에도 이뤄졌습니다. 마침내 한국 게임에도 '봄날'이 왔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오피셜'로 밝히진 않았지만, 한국 게임 금수 조치가 내려진 기간에도 텐센트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2'의 수입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수입해 판호까지 받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수입계약은 했으나 판호를 받지 못한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등 적체물량들이 즐비합니다.

중국 게임사들이 연중 획득 가능한 판호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산 게임의 경우, 특히 한국 게임을 수입한 경우 그 제한의 폭이 보다 좁을 것이 분명합니다.

때문에, 텐센트가 한국 게임을 쓸어담아 놓은 '장바구니'에서 어느 게임을 먼저 픽업할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넷마블 게임을 두개나 가져갔는데, 이미 묵힌지 오래된 '리니지2 레볼루션'은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신상이고 소재적 측면에서 적합도가 높은 '블소 레볼루션'을 선택할 것 같아"

"1000만 달러 단위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크래프톤에 추가로 지분투자도 단행한 만큼 '배틀그라운드'가 1순위일 거야"

"판호쿼터가 제한적인데, 나온지 오래된 구작(舊作) 제치고 중국 정부가 싫어하는 '배틀로얄' 장르인 '배틀그라운드'도 뒷전으로 미루고 '검은사막 모바일'이 1순위일 거야"

"결국 엔씨 '리니지M'도 텐센트가 가져갈거야"

뚜렷한 근거는 없으나 '그럴듯한' 뇌피셜들이 무성하게 제기돼 왔는데,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포기하자 예측이 한층 더 어려워지고 비관적인 전망이 더 우세해지는 양상입니다.

앞서 언급한 텐센트의 '장바구니'에 담긴 한국 게임 중 '배틀그라운드'는 텐센트 입장에서 우선 선호도 '1순위'로 꼽을 만 합니다.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판권 확보에 투입한 금액은 다른 게임의 확보에 투자한 금액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래프톤에 투자한 지분투자까지 감안하면 그간 공들인 투자와 기회비용이 막대합니다. 이 비용들이 고스란히 '매몰비용'이 되는걸 텐센트가 바랄리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검열당국이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은 인민의 공생, 공영을 꿈꾸는 우리 공화국의 가치와 맞지 않다"고 종종 언급한 바 있는데, '화평정영'은 곧장 판호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배틀로얄 장르여서 배척받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결국 중국 정부가 한국게임에 내비쳐온 적대적인 자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전망이 다시 힘을 얻는 양상입니다. "시진핑이 집권해 있는 한 한국 게임은 중국에 못나갈거야"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는 양상입니다.

한국게임의 신규 판호 획득이 불가능하다면, 이미 판호를 발급받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안위, '크로스파이어'의 리뉴얼 가능 여부도 장담키 어렵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판호를 받은지 2년여가 지나도록 콘텐츠 추가 개발이 이뤄졌고, 판호 취득 시점과 정식 출시를 앞둔 지금의 게임이 다른 게임이 된 만큼, 중국 정부가 정식서비스 전에 판호를 다시 받으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일게이트도 '크로스파이어'를 HD버전으로 업데이트할 준비를 완료했으나, 업데이트를 단행할 경우 중국 정부가 이를 신규 게임으로 간주하고 재심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계속 보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긴 합니다. 텐센트가 장바구니 가득 한국 게임을 담아두고, 이를 다 꺼내들기엔 눈치가 보여서 이같은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검은사막 모바일' 등 비중 있는 신작을 내기 위해 '배틀그라운드'를 포기했다는 것이지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판권 취득-지분투자를 거치며 텐센트가 다른 한국게임들과 달리 리소스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펍지만 눈감아주면 자체 개발게임으로 '세탁'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도 했습니다.

한국게임 산업의 성장성에 그 어느 때보다 비관론이 우세한 시점입니다. 중국 진출 재개 가능성은 모처럼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게 했지만 텐센트가 '배그 모바일'을 돌연 포기하면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는 양상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국격을 갖춘 나라들이 공정무역을 위해 지키는 '상도(商道)'가 있기 마련인데, 세계 '넘버2' 국가인 중국도 그러하다고 선뜻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염려와 걱정', 그리고 텐센트 등 현지 메이저 게임사들이 검열 당국과 이야기를 잘 풀어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 외엔 없어 보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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