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장사는 옛말…증권사, '프리IPO' 고위험 투자 적극
삼성증권·하나금투 등 상장 주관기업 지분투자 진행단순 수수료로는 수익성 확보 어려워…프리 IPO 적극 활용
"IPO 사업, 지분투자 활용하면 수익 낼 기회 얼마든지 있다"
허윤영 기자
지난 2월 20일 개최된 셀리드 상장 기념식 / 사진=한국거래소
증권사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기자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간 경쟁 심화로 단순 주관 수수료만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지난해 4월 압타바이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7만 8,100주(0.9%)를 확보했다. 주당 취득가격은 1만 2,788원으로 규모는 총 10억원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압타바이오의 주관사를 맡고 있다.
상장 후 압타바이오의 주가가 공모가 희망 범위(2만 1,000원~2만 5,000원) 수준에서 형성될 경우 2배(약 9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상장 주관으로 받는 수수료 수익 8억원보다도 많은 규모다. 삼성증권은 앞서 상장을 주관했던 셀리드에 대해서도 약 1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진행해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도 상장 주관사를 맡고 있는 바이오 분석 시스템 기업 마이크로디지탈 주식 8만주를 보유 중이다. 주당 취득가격은 1만원, 총 투자규모는 8억원으로 파악된다. 삼성증권과 마찬가지로 상장 후 2배 가량의 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증권사의 프리 IPO는 기술특례로 증시 상장에 도전하는 바이오 기업에서 두드러지는 추세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 전에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증권사는 주관 수수료 수익에 더해 지분 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증권사가 해당 기업의 IPO 주관사 계약을 따내기 위해 일종의 비즈니스 차원으로 선투자한 측면도 있다.
한 증권사 IPO팀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이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건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증권사가 기업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려 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기업과 증권사간 일종의 ‘윈윈’ 전략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또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IPO 시장에서 더 이상 주관 수수료만으로는 큰 수익이 담보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지분투자에 나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코스닥 IPO 상장 주관 수수료율은 2~3% 안팎이다. 코스닥 상장 기업 1곳당 평균 공모금액 228억원(지난해 기준)을 대입하면 IPO 1건당 벌어들이는 주관 수수료 수익은 4~6억원 정도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는 길게는 수년에 걸쳐 상장 주관 작업을 진행하는 것에 비해 수익이 적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는 경쟁 심화로 수수료 수익이 낮은 사업이라는 인식이 크지만 지분투자를 활용하면 좋은 수익을 낼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며 “정부 정책 역시 주관사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이어서 프리IPO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