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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T&G, 캄보디아에 희망의 씨앗 뿌려

KT&G, 2005년부터 캄보디아 현지 CSR 진행
캄보디아 문맹률 높아 교육봉사 위주 사회공헌
캄보디아 정부 자체집계 20% 이상 문맹...시골은 50% 이상도
교육 봉사단 떠난 이후에도 책 접할 수 있게 도서관 지어줘
박동준 기자

캄보디아 이응땟 초등학교 아이들이 한국 대학생 봉사단에 매달려 놀고 있다. 사진/박동준 기자

먼 이국 땅 캄보디아 초등학교에서 처음 본 것은 한국인 대학생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 그것도 한 둘이 아니라 떼거지로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양 팔은 기본이고 등에도 매달리는 아이들을 업느라 봉사단은 쉴 틈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봉사단원 뒤로 수십 명의 아이들이 움직임을 최소화해 다가오고 있었다. 취재 첫 날인 14일 봉사단과 아이들이 만난 날은 4일 밖에 안됐다. 수업 교구로 나온 스티커를 맘에 드는 선생님 얼굴에 붙이기도 해 대부분 봉사단원들의 얼굴은 스티커로 뒤덮였다. 조성훈 희망봉사단원은 “캄보디아 아이들이 한국 애들보다 더 활발하고 기운이 넘쳐 몸은 힘들지만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캄보디아 씨엠립 이응땟 초등학교에서 희망도서관 개관식을 하고 학생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동준 기자

KT&G는 최근 대학생 해외봉사단을 캄보디아에 파견해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했다. 봉사활동 현장을 4박 6일 간 동행 취재했다.

KT&G는 지난 2005년부터 15년 동안 캄보디아 지역에 대학생 봉사단을 보내 도서관 7곳을 세우고 교실을 보수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문맹률이 50% 이상을 넘는 등 교육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문맹률은 자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23.7%지만 체감 문맹률은 시골의 경우 50% 이상일 정도로 교육 환경이 낙후된 상태다.

캄보디아는 고등학교까지 학비가 무료다. 하지만 문맹률이 높은 이유는 부모들이 자식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일찍부터 경제활동을 시키기 때문이다. IMF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지난해 1인당 GDP는 1485달러로 한 달에 15만원 정도다. 제조업이 빈약해 일정 나이 이상의 남자는 도시에서 건축 노동자로 여자는 설거지나 청소 등 단순 노동이나 접객원으로 일하고 농촌에서는 10살이 넘어가면 농사일을 한다고 현지인 가이드가 전해줬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또 다른 배경은 베트남 전쟁에 이은 캄보디아 내전으로 집권한 크메르루주 정권은 지식인들을 대량 학살했기 때문이다. 소위 킬링필드로 불리는 만행으로 희생된 국민은 최대 300만으로 추산된다. 지식층이 절멸하면서 캄보디아의 교육 여건은 1970년대에 멈췄다.

이번에 KT&G 봉사단이 활동한 이응땟 초등학교의 모습도 비슷했다. 씨엠립 시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초등학교로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생은 많고 교사는 적어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들이 2부제를 하고 있다고 가이드가 말해줬다.

하루 3시간의 교과시간으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 국어와 수학 등 필수 과목만 배운다. 하교하고 나머지 시간은 도시와 시골 아이들이 차이가 난다. 여유가 있는 도시 아이들은 과외를 받지만 시골은 집안일을 돕는다. 빈부격차가 더 차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랫동안 펌프질을 해야 흙탕물이 아닌 물이 나왔다. 사진/박동준 기자

사회 인프라도 열악해 학교 시설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전기는 자체 생산량이 부족해 인근 국가인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가져오는 실정이라 학교에 전등은 고사하고 50여명 가까운 학생들은 대형 팬 하나에만 의지해 더위를 견디며 수업을 받았다. 물은 오랫동안 펌프질을 해야만 흙탕물에서 그나마 쓸 수 있는 물이 나왔다. 놀이시설도 시소 2개와 그네 3대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시소 하나는 녹슬어 절반이 떨어져 나갔고 그네도 받침대가 삭아 중간에 나무 판자를 대고 탈 정도였다.

200여명이 넘는 학생이 있지만 화장실은 재래식 변기 3대와 남학생들이 한꺼번에 소변을 볼 수 있는 시설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2014년 수원시가 만들어준 것으로 그 전에는 고장난 재래식 변기 2대 밖에 없었다. KT&G 복지재단 관계자는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지지 못해 더 좋은 것을 지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기 부족과 상수도 시설이 열악한 것은 도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이용한 호텔이었지만 방 분위기는 전등을 다 켜도 어두웠고 샤워를 하고 나면 석회 물질 때문에 머리카락이 뻣뻣해졌다.

5~6학년 학생들이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박동준 기자

봉사단은 아이들이 평소 접할 수 없는 예체능 위주의 수업으로 교육 봉사를 진행했다. 일요일인 14일 휴일에도 아이들은 학교를 찾아 한국의 봉사단과 교감했다. 이응땟 학교는 3개 교실에서 수업이 이뤄졌다.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묶어 학급을 구성했다. 이날 1~2학년은 복주머니를 만들고 3~4학년은 생수병으로 마라카스를 만들었다. 5~6학년은 물과 기름이 안 섞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실험을 했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있다. 쭈쭈바를 먹고 있는 텅리. 사진/박동준 기자

교육봉사가 끝나고 중간 쉬는 시간 캄보디아 아이들도 한국과 비슷하게 매점에서 군것질을 사먹었다. 일요일은 휴일이라 매점은 열지 않고 대신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러 온 오토바이 아저씨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이스크림은 크게 두 가지로 젤리포나 쭈쭈바 같은 튜브형 아이스크림과 바게뜨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먹는 방법이다. 둘 다 500리엘(Riel)로 한화로 약 150원 정도다. 이날 쭈쭈바를 사먹은 10살 텅리는 하루에 1000리엘을 용돈으로 받는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킬링필드 이후 아직도 정국이 불안정해 자국 통화보다는 달러를 선호한다. 현재 1달러 당 4000리엘로 거의 모든 상점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 좌판도 계산을 하면 잔돈은 우선 달러로 주고 1달러 미만일 경우만 리엘로 처리한다.

간식을 사먹지 않는 아이들은 공을 차거나 봉사단원과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한국 놀이를 했다. 이 학교의 유일한 축구공으로 생각되는 주황색 공은 겉 표면이 떨어지고 해져 너덜너덜했다. 그나마도 캄보디아에서 공을 찰 수 있는 운동장이 있는 초등학교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휴일인 일요일에도 학교에 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10살 뜸모이는 “선생님들을 매일 만나고 싶어 왔다”고 답했다. 캄보디아 시골 아이들에게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자 놀이터였다. 친구를 만나러 학교보다는 학원과 키즈카페에 익숙한 한국 아이들과 대비됐다.

대학생 봉사단이 도서관 건립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KT&G

아이들이 오전 수업시간을 마치고 돌아가면 봉사단은 오후에 도서관 건립 건축 봉사를 했다. 취재를 위해 도착했을 때는 개관을 이틀 앞둔 상태라 대부분의 공사가 완료됐고 외관 벽화 마무리 작업이 한참이었다. 도서관 기초공사 당시 아이들이 직접 흙과 모래를 퍼 나르고 돌멩이도 골랐다고 한다.

오후 5시 건축봉사 일정까지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1시간 동안 대학생들은 버스에서 모두 쓰러져 의자에 기대 실려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이후 그날 일과에 대해 서로 토의하고 다음날 일정을 준비하는 봉사단은 불과 몇 시간 전 버스에서 지친 모습과는 다른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다음날인 15일 아이들은 전날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것과 달리 상의는 하얀색 셔츠 하의는 검은색 바지와 치마를 착용했다. 캄보디아에서 고등학교까지 공통된 교복 드레스 코드라고 한다.

대학생 봉사단이 태권도 품새를 시연하고 학생들이 따라하고 있다. 사진/박동준 기자

교육 봉사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에는 전일과 비슷한 프로그램이 이뤄졌다. 주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교과 내용으로 오전 마지막 시간에는 아이들이 직접 미트를 차면서 태권도를 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캄보디아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다만 선생님이 부족한 탓에 등교는 했지만 모두 수업을 받을 수는 없었다. 5~6학년 교실에서만 수업을 진행하고 3~4학년 학생들은 자습을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 중간에 3~4학년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일어서서 크메르어로 무엇인가를 한참 말한 뒤 “사랑합니다”라고 반겨줬다. 뭐라 말해야 할 지 몰라 합장하고 ‘어꾼’(감사합니다)이라고 답해줬다.

도서관 개관일인 16일은 오후에 운동회가 있었다. 이름표 명찰을 목에 걸고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넘쳐났다. 1,3,5 학년으로 이뤄진 청팀과 2,4,6 학년 홍팀이 6개 경기를 치렀다. 경기 시작 전 ‘삐약삐약’과 ‘칙칙폭폭’ 등 한국어 구호를 외치면서 입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먼 이국땅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경기는 고학년 위주로 구성된 홍팀이 이겼다. 하지만 마지막에 배치된 줄다리기와 박 터트리기는 모든 아이들이 참여해 호응도 컸고 판세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박 터트리기는 너무 단단하게 박을 묶어 터트리는데 한참이 걸리기도 했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대학생 봉사단의 공연은 태권도 품새와 케이팝 댄스를 섞어 군무를 해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대학생 봉사단과 캄보디아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동준 기자

운동회가 끝난 이후 이어진 도서관 개소식에서 이응땟 초등학교 측은 KT&G와 한국에 감사를 표했다. KT&G와 연계해 이번 봉사활동을 진행한 NGO 단체 로터스월드의 선문 스님은 “지금 이 곳에 있는 학생들이 10년, 20년 후 희망봉사단이 준 에너지를 갖고 잘 자라줘서 세상의 빛이 될 인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축사했다. KT&G 복지재단 관계자는 "교육 봉사가 끝난 이후에도 아이들이 책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게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개소식 이후 각자 교실에서 담당 봉사단과 마지막 기념촬영을 한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이별 준비를 위해 학교 교문 앞에 두 줄로 서서 배웅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울음을 터트리며 아이들과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12살 스레이라는 “한국의 언니 오빠들 다 이쁘고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박동준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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