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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분양가상한제 한다는데 집값도 오른다고요?

가격규제로 공급부족 심화 vs 고분양가 악순환 끊어야

머니투데이방송 김현이 기자aoa@mtn.co.kr2019/07/24 07:30



#. 지난 19일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과천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이 후분양 승인을 받았습니다. 분양가는 3.3㎡당 3,998만원. 불과 두 달 전 직선거리로 불과 600여m 떨어진 곳에서 분양한 '과천자이'(과천주공 6단지 재건축)보다 700만원이나 높은 수준입니다.

과천주공 1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는 첫 후분양 사업장입니다. 대부분 아파트들은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고 공사 초기에 선분양을 하지만, 이 단지는 지상 골조공사가 3분의 2 이상 진행됐고 HUG 분양보증 대신 건설사 연대보증을 받았습니다.

만약 1단지가 후분양이 아닌 선분양을 했더라면 HUG의 분양가 심사 규정에 따라 과천자이와 비슷한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해야 했을 겁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시점에 과천주공 1단지의 분양이 새로운 규제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후 문제는 '공급부족'
과천주공 1단지는 지난 2017년 3.3㎡당 3,313만원에 분양하려다가 HUG의 보증 거부로 후분양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업장이 후분양으로 선회해 원하는 만큼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 계약금·중도금 등을 받아 공사비를 대는 선분양 사업장과는 달리,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후분양은 사업성이 높은 일부 단지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선분양을 해야만 하는 사업장들은 결국 상한제라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사업을 미뤄야 합니다.

최근 서울 시내 8개 정비사업 조합장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유예해 달라"고 정부를 찾아가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이주나 철거 등을 진행 중인 이들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 자금 계획을 세웠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이들 단지에도 소급적용 된다면 분양 이익 대신 조합원들이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부동산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도입 이후 주택 공급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입니다. 특히 수요가 높은 도심지 공급을 도맡았던 재건축·재개발 등의 사업장들이 사업 일정을 미룰 수 있습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주, 철거가 진행되지 않았고 자금 투입을 크게 하지 않은 초기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서 날아가는 수익금보다 일부 금융비용 지불이 더 싸게 먹히니까 사업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결국 조합들이 착공, 분양을 회피하기 시작하면 분양계획이나 공급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로또' 분양?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와 선호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 청량리에서 견본주택 문을 연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은 주말 사이 3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습니다. 이 단지는 공급 물량 대부분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집단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이 단지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향후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더 저렴하게 책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입지가 좋은 곳은 신규 공급물량이 부족하고 청약 경쟁이 치열해 수요자들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단기적으로는 청약 수요가 과열되는 '로또 분양'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또 새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지는 만큼 집값이 당장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작년 9.13 대책 이후 집값이 많이 조정됐는데 최근 갑자기 반등한 이유는 실수요자들이 대기수요로 있는 상태에서 살 수 있는 매물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나와줘야 하는데 양도세 부담 때문에 퇴로가 닫혔다"고 분석합니다.

◆'로또' 이익 누구에게 돌아가는가…악순환 끊어야
하지만 시민단체는 "주택업자와 건설사 로또는 문제 없고, 소비자 로또는 문제인가?"라고 묻습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부풀려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겁니다. 경실련에 따르면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건축비는 3.3㎡당 1,000만원을 상회합니다.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는 640만원입니다.

경실련이 지난해 분양한 개포주공8단지(디에이치자이) 개발이익을 분석한 결과, 토지주인 공무원연금공단은 당초 176억에 매입한 토지를 1조2,000억원대에 매각했습니다. 또 1조2,000억원에 토지를 매입한 현대건설은 토지비 차액과 건축비 부풀리기로 9,000억원의 개발이득을 얻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경실련은 오히려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 상승을 이끌고, 또다시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서울 아파트 중간가격 변화. 단위=만원. <자료=KB부동산,부동산뱅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2007년 9월에서 2015년 3월 사이를 들여다 보면 서울 아파트 중간값(KB부동산 기준)은 2008년 12월 4억8,000만원에서 2014년 4억7,900만원으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해 2016년 5억9,800만원, 2018년 8억4,5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경실련은 공급축소도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지난 2007년 연간 19만4,000가구에 달했던 수도권 민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2008년 12만가구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 물량은 2011년 곧바로 회복돼 20만8,000가구, 2012년 22만가구로 상한제 이전보다 늘었습니다.

또 지난해 인허가물량은 21만4,000여가구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던 2012년보다 적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정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도입은 주택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는 비교적 손 쉬운 규제책이지만, 이를 둘러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카드를 꺼낸 후 이달 12일 국회에서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도입 검토를 공식화했습니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를 놓고 "현재로선 언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한 발 물러난 것 같은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시장 과열이 나타나는 강남 등 서울 일부 지역에만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습니다.

하지만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분양 선호도가 더 높은 투자지역에 선별적으로 상한제를 실시하면 공급이 미뤄지는 것뿐만 아니라 공급물량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쏠림 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가격을 어디까지 규제하는 게 맞는가에 대한 문제"라면서 "가격 규제가 효과가 좋아보이긴 하지만 시장경제가 어디까지 망가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현이기자

aoa@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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