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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해진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의 마지막 승부수는?

'현역 최고령 개발자' 송재경 대표...'달빛조각사'로 모바일 플랫폼 안착 도전
서정근 기자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처음 독대한 것은 2007년 즈음이다. 엔씨소프트를 떠나 엑스엘게임즈를 설립한 송재경 대표가 'XL레이싱'을 만든 후 차기작 '아키에이지'의 초기 개발에 임하고 있을 때다.

당시 송재경 대표 눈빛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그 이면엔 '독기'도 내비쳤던 것으로 기억된다.

김정주 대표와 함께 넥슨을 공동 창업, 국내 1호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서비스했던 그다. 넥슨을 떠나 엔씨에 합류, '리니지'를 만들어 성공시키자, 그의 입지에는 부동의 권위가 형성됐다. 엔씨를 떠나 독립한 '리니지의 아버지'가 네오위즈와 손잡고 레이싱게임을 만들어 흥행에 실패한 것 자체도 화제가 될 때였다.

본인의 주전공인 MMOPRG 장르 개발로 복귀, '아키에이지' 개발에 임하던 당시의 송 대표는 "엔씨의 성공이 김택진 대표가 탁월해서 가능했는지, ('리니지'를 개발한) 나로 인해 가능했는지를 '아키에이지'의 성패를 통해 보여주겠다"며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 송 대표는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의 막바지 개발에 임하고 있었다. 지금의 엑스엘게임즈는 직원수가 400명에 육박하는 중견 규모 게임사다. '달빛조각사' 흥행 여부와 그 규모에 따라 수년간 계획해온 기업공개를 단행하거나,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택일해야 할 상황이다.

'달빛조각사' 개발에 여념이 없는 2019년 7월의 송재경 대표

그간 송 대표와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를 성공시켰으나 개발 도중 폐기한 '문명 온라인' 등 실패도 없지 않았다. 송 대표가 몸담았던 넥슨과 엔씨가 송 대표가 뿌려놓은 씨앗에서 출발해 기업가치가 조단위를 헤아리는 굴지의 게임사가 된 반면, 송 대표와 엑스엘게임즈는 아직 갈길이 멀다.

1967년생인 송대표는 프로그래밍에 직접 참여하는 '현역' 개발자 중 업계 최연장자다. 서비스를 앞둔 '달빛조각사'에도 송 대표의 영감과 손길이 깊숙이 녹아들어가 있다.

송 대표가 여전히 '노장 투혼'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명성과 기대에는 못 미친 성취로 인한 결핍감, 혹은 수백명 직원들의 생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책임감이 아닐까 해서 질문을 던져보았다.

"결핍이나 아쉬움, 그런 것은 없습니다. 한창 성공할 때 누릴 것들 다 누려봤고 물욕에 대한 갈망이 동력이 될 나이도 지났습니다."

'책임감'에 대해선 긍정은 하지 않았으나 부정도 하지 않은 그는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죽기 전에 좋은 게임, 감동을 줄 수 있는 게임 한 번은 더 만들어 보고 싶은 소망"이라고 답했다.

과거사가 워낙 화려한 인물인지라, 시점을 다시 과거로 돌렸다. 송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96년 여름 즈음에 작성한 '리니지' 초기 기획서 복사본을 올려 눈길을 모았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로부터 잔잔한 화제를 모았다.

"넥슨을 떠난 후 엔씨에 합류하기 전, 아이네트에 몸담고 있을 때 였습니다. 일체의 코딩 작업 없이 기획에만 몰두, A4 용지 30여장 가량의 기획서를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넥슨을 떠나 새 출발을 모색하던 당시의 젊은 송재경이 신명나게 일하던 때다. '바람의 나라'를 만들기 앞서 원작 만화가 김진 씨를 만나 직접 허락을 받은 것 처럼, 신일숙 씨를 찾아가 기획서를 보여주고 '리니지'를 게임으로 만드는 데 동의를 받았다. 송 대표와 신 작가 모두 '리니지'가 이후 20년의 세월을 이어가며 부동의 명성을 쌓을 것이라 예상치 못하던 때다.

"개발할 때만 해도 256명이 동시에 접속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던 때였습니다. 이러한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측하긴 어려웠지요.

엔씨가 20년 가까이 지나 내놓은 '리니지M'이 불가사의할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평도 많은데, 저 또한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인터넷 다중접속역할 수행게임이 열렸던 그 시대의 맥락, 애들 장난처럼 보이지 않았던 '리니지'의 위상과 특성 등이 그 시절 팬들에게 남긴 깊은 인상이 원동력인거 같습니다.

과거 '리니지'를 즐기며 첫 공성전에 임하던 기억, 찰나의 사이에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 처음으로 생존에 성공했던 기억 등이 '추억'의 이름으로 결집, 지금 같은 성과를 견인한 것으로 봅니다."

송재경 대표가 개발하고 있는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달빛조각사'와 현재 게임시장의 트렌드, 바뀐 그의 개발관에 대해 물었다. '달빛조각사'는 당초 라인게임즈와 배급계약을 체결했으나 파트너를 카카오게임즈로 바꿔, 연내 출시를 앞둔 게임이다.

"클래식한 MMO, 속칭 노가다를 강요하는 그런 게임성을 PC 플랫폼에서 강요하긴 어렵게 된 거 같습니다. 결국 모바일 플랫폼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데, 달빛조각사는 세상의 인기작들과 비슷하고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누누히 강조하는 '새로움', '참신함', '독창성' 등의 키워드를 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송 대표였다.

"어떤 의미에서 '아키에이지'는 겉멋이 다소 들어간 게임이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은 유니크하고 독창성이 있어야 하고, 개발자들이 그 방향으로 개발을 합니다.

그런데 개발자가 스스로 심취해 '이런 거 정도는 있어줘야지' 하고 게임 내 요소를 거듭 구성하면 유저 선호도가 아닌 공급자 마인드로 가기 마련입니다. 이제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송 대표가 '굳이' 20년 전 만든 '리니지' 초기 기획서를 다시 업로드한 것은 '초심'을 스스로 되살리기 위함이었으리라. 단신으로 기획한 게임이지만 출시 후에는 운영자들, 사업팀과 그야말로 끝없이 소통하며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하던 때였다. 비유하자면, 텅빈 모래사장에 지어진 월드를 소통으로 채워갈 때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과거의 송 대표가 풍기던 날선 아우라가, 보다 더 접하기 편안한 숙성함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득 12년 전의 독대가 떠올라 "오늘의 넥슨과 엔씨의 성공이 누구의 역량으로 가능했던 것 같냐"고 짖궃게 질문을 던지자 즉각 "김정주 회장이 잘나서 넥슨이 성장했고 김택진 대표님이 잘해서 엔씨가 성공한 걸로 이미 결론이 나지 않았느냐"라는 직답이 따랐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다소 조심스러웠으나 송 대표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웃음이 머금어져 있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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