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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적폐청산' 최소한의 자세에 대해

'재개발·재건축 비리' 척결 속도 내는 국토부, '삼진아웃' 등 강력한 제도 마련에 신중한 검토를
최보윤 기자



'재개발·재건축 비리'는 정부가 나서 뿌리 뽑기로 한 '생활적폐' 중 하나다. 비리를 없애 선량한 조합원과 일반 주택 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는 국정과제다.

정부 주도로 법과 제도가 강화되기 시작했고, 수사당국의 칼날도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그 일환으로 재개발·재건축 비리 척결 대책안의 정점을 찍는 초강력 법안도 공개됐다.

▲ 건설사 수주비리 '삼진아웃' 도입 본격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지난 1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비리를 3회 이상 반복해 저지른 건설사는 시장에서 영구 퇴출 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시켰던 이른바 '삼진아웃'제도가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

즉 '리베이트' 퇴치 법안으로 이해하면 쉽다. 의사나 변호사가 리베이트를 받으면 면허를 박탈당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건설사도 재개발·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 받거나 시도했다가 해당 사업권을 영구 박탈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사들이 주택사업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사업 비중이 큰 회사들에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발의된 개정안을 보다보니 궁금증 투성이었다.

▲ 3회 비리=영구 퇴출, 비리 경중보다 횟수가 중요?
우선 '3회'로 시장 영구 퇴출 기준을 세운 이유는 뭘까? 범죄의 정도보다 횟수가 중요하다는 건데, 그 배경이 궁금했다.

물론 모든 비리·범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 처벌돼 마땅하다. 하지만 보통 형법은 그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달리하고 있다.

그런데 '삼진아웃'은 범죄의 정도를 나누고 있지 않다. 돈으로 따져 1억원 규모의 비리를 3번 저지른 회사나 1000만원 규모의 비리를 3번 저지른 회사 모두 결론은 '영구 퇴출'인 것이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비리의 횟수를 3회로 하는 것보다 죄의 경중을 따져 단 한 번의 비리라도 혐의가 확정되면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시효' 없이 3진아웃 가능할까?
다음은 '소멸시효'다. 민사나 형사 모두 현행법상 '시효'가 존재한다. 죄가 확정됐더라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그 죄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도록 기한을 두는 것이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시효를 담고 있지 않다. 국토부도 "시효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진아웃'은 행정제재인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났더라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대로라면 10년 동안 비리를 3회 저지른 회사나 100년에 걸쳐 3회 비리가 누적된 회사 모두 '영구퇴출'로 귀결된다. 게다가 과거 언제가 됐든 죄가 확정됐던 회사는 기업활동을 하는 한 기약없이 '사업 기회 박탈'의 리스크를 안고 가야한다.

이와 관련해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측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자의 궁금증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될 수도 있지만 해당 내용들은 시행령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으로 '삼진아웃'이라는 큰 틀을 정해두고 정부가 세부 시행 내용을 정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다.

국토부는 즉각 반박했다. 현재 관련 내용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가 없으며 재개발·재건축 수주 비리 척결은 엄중조치가 기본 방향인데, 시효를 두는 것은 취지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엄중조치에 반대할리 만무하지만, 중대한 법안을 마련하면서 중요한 내용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답변에 맥이 탁하고 풀렸다.

건설회사의 경영을 뿌리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같은 주요 사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니…비리 척결도 중요하지만 척결 과정에서의 잡음을 얼마나 줄이느냐도 중요한데 말이다.

▲유사 경험 있는데도…검토조차 없이 실수 반복하나?
심지어 이런 문제는 이미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과거 '의사 리베이트'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고조될 당시 의료업계에서는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시효와 관련해 크게 반발했다.

의사들이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되면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면허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는데 형사처벌과 달리 행정제재는 공소시효가 없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보건복지부의 검토하에 '자격정치처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일부 사유는 7년)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불과 2016년 일이다. 가장 최근 사례일 뿐 정부의 이런 경험치는 높다.

이런 이유에서 법을 개정할 수 있고 시행령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해보고 고치자"는 생각보다 처음부터 "최대한 잘 만들어 보자"는 자세가 좋지 않을까.

▲형사처벌 면제되도 행정제재는 'my way'
마지막으로 '자수자에 대한 면책'.

규제가 강화될수록 '비리'는 더욱 음지화되는 경향을 띈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비위 행위들로 인해 고안된 것이 바로 자수자에 대한 면책이기도 하다.

현행 도시정비법도 리베이트와 관련해 자수하는 자에 대해 형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토록 하는 특례 조항이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행정제재는 이와 별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삼진아웃' 제도에 자수자 면책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력 법안을 만들고도 자수자 면책으로 과한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답변이다.

만약 2회 비리가 누적된 건설사라면 다시는 비리에 연루되지 말아야 마땅하지만, 한편으로 '자수'로 회생의 기회를 엿볼 수도 있으며 이는 시장 정화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답은 없다. 다만 그 효과를 미리 예측하고 사회적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이 같은 문제제기를 통해 공론화를 이끄는 것이 기자의 책무다. 국토부도 '생활적폐' 청산에 고립돼 또 다른 적폐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이며 다각도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보윤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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