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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대통령이 극찬한 SBB테크, '탈일본 기술특례'로 코스닥 간다

케이피에프, 자회사 SBB테크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추진
"상장 계획 3년 앞당겨...양산체제 서둘러야"
이대호 기자

SBB테크가 국산화에 성공한 정밀 감속기. 주로 로봇팔에 쓰이며 로봇이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멈출 수 있도록 한다. / 이미지=MTN

로봇 핵심부품을 '탈일본 국산화'한 기업이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한다. 바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기술력을 극찬한 중소기업 'SBB테크(에스비비테크)'다.

■ 로봇까지 탈일본 국산화..."공모자금으로 양산체제 갖출 것"

SBB테크의 최대주주인 케이피에프(KPF)는 8일 자회사 SBB테크(에스비비테크)를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피에프 관계자는 "당초 예정보다 빨리 SBB테크를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라며, "국산화에 성공한 정밀 감속기 분야에서 빠르게 양산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SBB테크는 최근 미래에셋대우를 IPO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달부터 주관사와 내부실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빠른 상장을 위해 '기술특례'를 택했다.

케이피에프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실적을 더 내고 약 3년 뒤에 상장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엄청난 자본력을 앞세워 감속기 개발에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기술성 평가를 신청하고, 평가 결과가 나오는대로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케이피에프 관계자는 "일본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로봇 핵심기술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첫 특례상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속히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감속기를 연간 25만~30만개 생산할 수 있는 캐파를 갖추려면 약 200억원 가량의 시설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류재완 SBB테크 대표이사는 "지금은 소량 주문만 소화하다보니 사람 손으로 만드는 상황"이라며, "자동화 시설을 갖추면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도 생기고,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M&A 이후 기술개발 전념...일본 절대우위 시장에 도전

SBB테크는 지난 2000년 설립된 볼·베어링 제조기업이다. 단순 부품을 넘어 로봇 핵심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정밀 감속기'를 연구개발해왔다. 그 기간만 17년째다.

파스너(볼트·너트 등) 전문기업인 케이피에프가 지난해 11월 인수해 지분 45.78%를 보유 중이다. SBB테크는 모기업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케이피에프는 4차산업의 핵심기업으로 진입하기 위해 SBB테크를 택했다. 또한 SBB테크의 특수환경용 베어링 기술력과 자사의 제조기술을 접목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감속기'란 로봇의 정확도를 가르는 핵심 부품이다. 모터가 로봇을 빠르게 움직이도록 한다면 감속기는 로봇이 정확히 멈춰 서도록 하는 역할이다.

대형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RV감속기와 달리 소형 정밀 감속기는 기술력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RV감속기는 자동차 생산과 같은 대형 로봇에, 소형 정밀 감속기는 반도체 생산과 같은 정밀 로봇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정밀 감속기는 그 시장을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73.3%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가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이다. 정밀 감속기를 세계적으로 '하모닉 감속기'라고 부를 정도다.

SBB테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로봇용 감속기를 최초로 국산화 했음에도 판매를 본격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92억원 수준이다. 일본산 제품의 신뢰도가 워낙 높아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선뜻 채택하는 대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국내 대기업 대부분 일본 하모닉 드라이브를 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국산품을 썼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는 보수적인 입장같다"고 말했다.

방산 분야를 필두로 SBB테크 감속기가 조금씩 쓰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류 대표는 "우리 제품의 가성비가 좋다보니 한 방산업체의 경우 2년 동안 조금씩 샘플링 형태로 가져다 쓰고 있다"며, "지금 추진 중인 일부 대기업과의 전략적인 제휴가 잘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김포시 SBB테크 본사를 방문해 정밀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한 이 회사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 사진=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

SBB테크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방문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함께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SBB테크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SBB테크는 노력의 결실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정밀제어용 감속기를 개발해 로봇 부품 자립화의 기반을 만들었다"며, "비상한 시기에 모범사례로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을 향해 이 회사 임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유도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제조업 분야 로봇 활용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그만큼 로봇 부품 소재의 수요도 크다"며, "이 분야는 성장 잠재력이 굉장한데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부품·소재 국산화 작업을 서둘러야겠다, 경쟁력을 높여야겠다는 정책 목표가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BB테크의 경우에도 더 고도의 스마트화가 이뤄지고 공정이 더 단축돼 제품 균질화를 이루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SBB테크가 감속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면 그 기술 수준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고,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SBB테크는 문 대통령 말처럼 공정 고도화와 제품 균질화를 위해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금 확보 통로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인 셈이다.

■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위주에서 '탈일본 국산화'로

증시에서도 SBB테크와 같은 '탈일본 국산화' 기술기업 상장은 반가운 일이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의 독과점을 깰 수 있는 강소기업을 자본시장이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SBB테크의 경우 중국 자본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케이피에프 관계자는 "중국기업이 현지에 합자회사 설립을 요청하는 등 SBB테크에 대한 해외 자본의 관심이 높다"며, "하지만 기술력을 지키기 위해 해외자본과 손잡기 보다 코스닥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 차원에서도 바이오 기업에 치우친 기술특례 상장이 다양화 된다는 의미도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73개사 가운데 바이오 기업이 60개에 달한다. 최근 일부 바이오 기업의 리스크가 확산되며 코스닥이 흔들리고 있어 기술기업 상장도 더욱 다양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BB테크가 기술특례 상장에서 미끄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술기업들이 최근에도 기술성 심사나 상장예심에서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하지만 SBB테크는 대통령이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방문한 상징적인 기업인만큼 기술특례 상장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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