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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시장, '국민연금' 패싱]① 조단위 '메가딜', 여의도서 직거래

국내 연기금·증권사,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서 '큰손' 부상
1조원 규모 '메가 딜'도 성사…잠잠한 국민연금 '소외' 우려
"국민연금, 대체투자 정보접근성 높여야…서울 사무소 필요" 조언도
조형근 기자



"요즘 굴지의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와 초대형 메가딜을 주선하는 한국 담당 브로커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몇군데만 돌아도 투자금을 확보하는 게 가능해요. 예전처럼 구태여 국민연금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거에요."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사장의 말이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의 자금력이 커지고 중소 연기금의 해외 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사모투자펀드 등)가 확산되면서 미국·유럽 등에서 매물로 나온 조단위 투자처가 글로벌 '큰손'인 국민연금을 거치지 않고도 빠른 의사결정 체계와 자금력, 노하우를 확보한 증권·자산운용사와 '직거래'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야전 사령탑을 IB 시장의 격전지인 서울을 떠나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정보력과 네트워크전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는 이른바 국민연금 패싱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 연기금·증권사, 1조원 규모 메가 딜도 '척척'

금융투자업계가 축적한 노하우와 자본력을 활용해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대형 거래를 따내거나 글로벌 IB와 공동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의 활동은 잠잠하다. 특히 '알짜' 수익원인 부동산금융 등에서 뚜렷한 딜(거래)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IB 강화에 나선 국내 대형 증권사는 글로벌 IB와 경쟁을 벌여 1조원 규모의 메가 딜을 따내며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체투자본부를 신설한 삼성증권은 올해 프랑스 뤼미에르 빌딩과 크리스탈파크 빌딩, 영국 XLT열차 리스 지분 등에 투자했다. 특히 지난 6월 투자한 크리스털파크 빌딩은 약 9,2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삼성증권이 3,788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는 현지 대출을 활용해 딜을 진행했다. 또 1조 5,000억원 규모의 프랑스 뤼미에르 빌딩에는 한화투자증권, 삼성SRA운용이 함께 투자자로 나서며 공동 전선을 구성했다.

NH투자증귄은 최근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OP파이낸셜그룹 본사를 AIP자산운용과 함께 6,400억원에 인수했고, 최근 3년간 10건의 대규모 IB 딜을 따낸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1조 830억원 규모의 프랑스 마중가 타워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의 실적에서 브로커리지(중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IB의 이익기여도는 높아지는 추세"라며 "발행어음으로 확보한 자기자본을 30%까지 부동산금융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국내 증권사의 대체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중소형 연기금과 공제회도 대체투자에 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는 절반이 넘는 투자자산을 대체투자에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교직원공제회의 기업금융·대체투자 부문 자산 규모는 약 15조원 수준으로 총 투자자산 중 56.6%를 투자하고 있으며, 행정공제회는 대체투자 관련 자산에 전체의 58% 가량을 투자 중이다. 두 곳의 지난해 수익률은 각각 4.1%, 4%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0.92%)을 크게 앞질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교직원공제회 등 전통적인 강자를 비롯해 국내 연기금과 증권사가 글로벌 대체투자 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해 입지를 굳히고 있다"며 "예전처럼 국민연금을 찾지 않고 다른 연기금이나 증권업계와 직접 거래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 "대체투자, 주식·채권과 달라…국민연금 서울 사무소 필요"

국민연금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체투자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개선책을 찾고 있다. 대체투자 의사결정을 기존 8주에서 4주로 간소화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등 운용역량 제고에 힘을 쏟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상황을 쉽게 개선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대체투자의 경우 정보접근성이 중요한 데, 국민연금은 지리상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와 달리 서울에 사무소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은 운용을 어느 곳에서 하는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대체투자는 1건당 투자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오가는 경우가 많아 실시간으로 딜을 체크하고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등 정보 교류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금운용본부의 본진이나 대체투자 등을 집행하는 조직의 '베이스 캠프' 위치에 따라 딜의 성사 여부에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최근에는 직접 투자처를 않아도 먼저 글로벌 IB 딜 관련 프레젠테이션(PT)을 위해 서울 방문 일정을 짠 뒤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국내 증권사와 연기금이 대형 딜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하루를 내서 전주까지 내려가 국민연금을 상대로 PT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7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서울에 사무소조차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대체투자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대체투자와 관련된 전문 사무소 설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기금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으며 전주 이전 후 전체 기금 수익률이 양호하다는 점을 들어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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