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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시장, '국민연금' 패싱]② 대체투자 극심한 슬럼프, 수익률 악화 부담

글로벌 연기금, 대체투자 자회사 설립…전문성·경쟁력 강화 목표
국민연금, 대체투자 비중 목표치 밑돌아…'수익률 악화 원인' 지목
금투업계 "콧대 낮추고 글로벌 운용사·IB와 접점 늘려야"
조형근 기자



# "연 4~6%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대체투자 시장은 연기금에 알맞은 투자처죠. 과거부터 선진 연기금의 주요 투자처로 각광받았는데 국내에서는 뒤늦게 주목받은 거죠. 이미 대체투자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글로벌 연기금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 "대형 투자은행(IB)과 연기금이 대체투자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뭔가 소외되고 있는 분위깁니다. 인력 몇명을 보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합니다."

# 교직원공제회 서울 여의도 사옥에는 수십여개 회의실이 있다. 이 곳에는 글로벌 IB 관계자와 기관투자자 실무자들과 미팅이 분 단위로 빼곡히 잡혀 있을 만큼 분주하다. 대부분 대체투자와 관련된 딜을 논의하기 위한 미팅이란 게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만난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이처럼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부진이 구조적인 문제여서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문제의식을 가진 국민연금도 대체투자 의사결정을 기존 8주에서 4주로 간소화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등 개선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역부족으로 평가한다. 부동산금융에서 좋은 딜(deal·거래)을 성사하거나 안정적으로 절대 수익을 내줄 수 있는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 앞서 가는 경쟁 상대…국민연금, 대체투자 목표치마저 '미달'

해외 연기금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체투자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교원연금(OTTP)은 부동산 자회사인 캐딜락 페어뷰(Cadillac Fairview)를 보유 중이며,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무원연금(OMERS)은 부동산 자회사 옥스퍼드 프로퍼티즈(Oxford Properties), 인프라 자회사 보레알리스 펀드(Borealis Fund)를 두고 있다.

국내 공제회도 해외 연기금과 손잡고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방행정공제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직원연금(CalSTRS)과 올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총 8,8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두 기관이 4,400억원을 출자한 '조인트 벤처'(JV)에 4,400억원을 추가한 것이다.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그동안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미국 부동산 대출 투자가 꾸준히 진행해왔다"며 "조인트 벤처형식을 취하면 좋은 딜을 파트너가 우선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직원공제회도 지난달 미국 교직원 퇴직연금기금(TIAA)과 전략적 파트너십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각각 3,000억원 규모를 약정해 조인트벤처Ⅲ(JV Ⅲ) 설립 및 공동투자를 확대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경쟁 상대인 국내외 연기금과 공제회가 전문성·경쟁력 향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분야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수치로도 이런 우려는 증명된다. 전체 투자자산 중 대체투자 비중이 목표치에 미달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금융자산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1.9%로 목표치인 12.7%에 못 미쳤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10.6%, 11.8%로 목표치(13%, 14.4%)를 2%포인트 이상 밑돌았다.


■ "구조적 변화 필요…글로벌 운용사·IB와 접점 늘려야"

국민연금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인력 이탈로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국내 대형 증권사와 연기금이 조 단위 딜을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과 전문성을 빠르게 키우고 있어 상대적 경쟁력마저 잃고 있다는 우려다.

국내의 한 공제회 CIO는 "자금력은 국민연금한테 밀릴지라도 빠른 의사결정과 실시간 소통,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국민연금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중장기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체투자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큰 자금이 움직이는 대체투자은 글로벌 IB나 딜을 주선하는 브로커와 소통이 중요한데, 국민연금은 보고를 받으려 한다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금력만 믿기보다 콧대를 낮추고 적극적으로 글로벌 운용사나 IB와 접점을 늘려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경쟁력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하우를 보유한 인력을 지켜 전문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은 오는 2023년과 2024년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을 통해 전체 투자자산 내 대체투자 비중을 1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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