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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공모인듯 공모아닌 공모같은 '사모 DLS'

금리연계 DLS 사태, 사모펀드 시장 위축 우려로 불똥
"소비자 보호 중요" vs "사모시장 위축 안돼" 팽팽
"무작정 규제보다는 투자자가 위험 인지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머니투데이방송 허윤영 기자hyy@mtn.co.kr2019/08/27 14:45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일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자본시장 혁신과제에는 증권사 영업규제 완화, 기업공개(IPO) 주관사 자율성 강화 등과 함께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도 담겼다./사진=뉴스1

‘독일국채 10년물 금리’라는 똑같은 기초자산을 편입한 펀드가 약 2,000여명의 은행 고객에게 판매돼 100% 전액 손실 위기라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상품 구조를 보면 적용된 레버리지(차입)는 무려 200배에 달하고 원금도 전액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입니다. 그럼에도 두꺼운 투자설명서를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이 은행 직원의 몇 마디 설명 후 거래신청서에 서명만 하고 가입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의무도 없었습니다. 이 파생상품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가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부각시킨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입니다.

문제가 된 독일 파생결합펀드(DLF)는 규정상 ‘사모펀드’ 요건을 충족합니다. 3곳의 증권사가 기초가 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여러 회차로 발행했고 3곳의 운용사가 펀드를 만들어 판매 시점마다 손실 조건을 다르게 해 각각의 펀드를 49명씩에게 판매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각각의 투자자들이 규정상 각기 다른 펀드를 샀지만, 결과는 모두 100% 손실 위기라는 같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피해 규모나 양상은 공모펀드처럼 보이는데 자본시장법상 공모펀드가 아닌 애매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투자자 보호’와 ‘사모펀드 활성화’라는 두 개의 가치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펀드가 공모 형태로 판매됐다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좀 더 강하게 작용했을 겁니다.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것이고 판매가 시작된 지난 3월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를 오가던 상황이었던 만큼 은행과 증권사가 더 꼼꼼히 판매시점을 검토했을 지 모릅니다. 특히 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손실 위기를 느끼고 본사에 대책을 요구했던 시기였던 4월 이후에는 금융당국 역시 발행을 재검토해보란 의견을 제시했을 수도 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이 펀드가 공모로 판매됐으면 손실 위기가 불거진 이후 금융당국이 심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추가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의 불완전 판매에서 그칠 사안이 사모펀드 논란으로도 이어져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정의연대, 약탈경제반대행동, 키코공동대책위원회 등 경제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3일 우리은행에 대해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기 판매 혐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 사진=뉴스1


금융당국은 이번 DLS 사태가 ‘사모펀드는 위험하다’는 여론으로 확산되는 걸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인식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면 금융당국도 규제 카드를 고려해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하게 밀어 부치고 있는 사모시장 육성 정책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가능한 가장 쉬운 결론은 성과에 목말랐던 몇몇 금융사가 리스크 관리와 완전 판매에 실패한 예외적 사례로 규정하는 겁니다. 고위험 사모펀드를 사고 파는 시장 구조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일부 금융사가 시장에 '민폐'를 끼친 사안으로 결론이 나는 거죠. 실제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은 위험성이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걸러져 해당 펀드를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금융사의 일탈로만 치부하기엔 불완전 판매뿐만 아니라 주문제작(OEM) 펀드, 시리즈 펀드 논란 등 ‘금융상품 사고 종합판’이라고 할 정도로 사안의 무게가 무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지난 6월 불법 OEM 펀드를 운용해 판매한 금융사 5곳이 무더기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들 회사는 공모펀드를 사모로 쪼개 파는 ‘시리즈 펀드’ 의혹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금융사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교묘히 사모펀드를 이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DLS 사태를 단순히 넘기기 어려운 사안이란 의견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모험자본 활성화라는 정책의 취지를 고려할 때 사모펀드 시장을 무작정 규제하기 보다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투자자 보호와 사모펀드 활성화,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사모펀드 시장이 만개하려면 이번 사태의 해결점도 두 지점 어디에선가 찾아 내야 할 겁니다.

아슬아슬한 경계 사이에서 손실이 불가피한 투자자의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사모펀드 위축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묘수'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 묘수를 찾기 위한 논의의 시작점은 이번 DLS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금융감독원의 특별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허윤영기자

hyy@mtn.co.kr

증권부 허윤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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