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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현대차 맞아?' 놀라움 다음엔 과연 어떤 변화가 올까

불가능의 영역이던 현대차 노조까지 바꾼 글로벌 경제위기의 그림자
신차들 해외서 잇던 호평, 수소차 등 미래경쟁력도 앞서
노조 전략적 인내의 결과는 내년 임단협 아닌 현대차 경쟁력으로 확인될 것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기자soonwoo@mtn.co.kr2019/09/04 16:08



현대자동차 노사의 무분규 임단협 합의를 환영합니다. 8년만이라 낯설기까지 합니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제조업 노조의 ‘맏형’으로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 노조의 투쟁의 가이드라인이 됩니다. 무분규 파업은 노조 집행부가 다른 생각을 가진 현장 조직, 조합원은 물론 현대차 노조의 투쟁으로 명분을 얻을 수 있는 다른 회사 노조의 반발을 무릅 쓴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할만 합니다.

▲ 일본 아베 총리가 계기가 된 무분규 파업 막전막후
= 이번 임단협에서 논의된 안건들은 한건 한건이 난제였습니다. 2013년 이후 6년을 끌어온 통상임금, 7천여명의 직원들이 해당하는 최저임금과 임금 체계 개편, 이밖에도 정년 연장, 인원 충원, 해고자 복직 등 개별 건별로도 예민한 안건들이 서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협상이었습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취하했고 사내 하도급 노동자 고용을 1년 단축해 내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었을텐데 해묵은 갈등을 털어내려고 통 큰 결단을 한 노조와 대승적으로 판단한 회사에 거듭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노사가 무분규 합의를 달성하게 된 데는 ‘한일 수출 갈등’의 영향이 컸습니다. 현대차 노사는 5월 말 첫 교섭 테이블에 앉았지만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노조는 매년 그러했듯 교섭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결렬을 선언하고 8월 초 파업권을 획득했습니다.

반전의 계기는 일본의 무역 보복이었습니다. 일본 아베 총리가 핵심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국가 배제 등 한국에 대한 경제도발을 벌였고 국민들의 'NO 아베‘를 외치며 일치 단결했습니다.

하부영 현대차 지부장은 “교섭 진행 중에 발생한 일본과의 무역전쟁은 그 어떤 변수보다 크게 다가와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라며 ”주변 상황을 무시하고 총파업을 진행하면 국민들에게 받았던 귀족노조 프레임에 매국노조 프레임까지 추가 되면서 그 모든 책임과 비난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몇날 며칠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이후 논의가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현대차 노조집행부는 요구안을 일괄 제시하며 추석 전 조기 타결을 추진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을 기공식에 참여했던 지난달 28일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막판까지 치열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노조가 전해준 참고 설명문에는 “사측이 27일 저녁 교섭 석상에서 양재동 본사로부터 통상임금 소급분 제시액을 문자로 통보 받았다”며 “양재동 본사의 고민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언급됐습니다.

그렇게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기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만들었습니다.

노사가 무분규로 만들어낸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전체 투표를 거쳐 3일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습니다. 하부영 지부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전쟁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침체기를 고려한 파업유보의 '전략적 인내'에 대한 5만 1천 조합원들의 지지라는 것에 거듭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 현대차 노조의 무분규 합의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 하부영 지부장은 이번 무분규 합의에 대해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또 “우리의 올해 파업유보에 대한 전략적 인내 결과는 내년 단체교섭 결과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략적 인내의 결과로 내년 단체교섭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파업 유보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 전쟁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을뿐더러, 자동차 산업의 침체기는 훨씬 더 장기화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 대비 최저 수준입니다. 차를 팔기도 어렵지만 팔아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겁니다.

차를 팔아 얻은 이익은 막대하게 투입되는 연구개발의 재원이 됩니다. 이익을 못 내면 지금도 문제지만 미래를 준비할 수도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11년 10.2%였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3.5%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2%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비용 구성을 살펴보면 재료비, 노무/인건비, 감가상각비, 연구개발비 모두 상승했습니다. 전체 매출 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에서 70%로, 노무/인건비는 9.1%에서 11.3%로, 연구개발비 비중은 2.1%에서 3.3%로 늘었습니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을 게을리 할 수 없으니 결국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재료비, 인건비 밖에 없습니다. 재료비를 줄이면 협력업체가 타격을 입고, 인건비를 줄이면 노조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낮은 이익률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회사 전체가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인위적 구조조정을 통해 노무/인건비를 줄일 수 없는 현대차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년 퇴직에 따른 자연감소입니다. 향후 5년간 예상되는 현대차의 정년 퇴직자는 1만 717명. 매년 평균 2천명 이상의 장기근속 고연봉 직원들이 회사를 떠납니다.

그런데 노조는 정년 퇴직으로 감소하는 정원 중 1만명 이상을 채용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합의에는 관철되지 않았지만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2019년 임단협에 앞서 ‘정년 연장’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하며 ‘사회적 여건상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정년 퇴직 후 노후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30년인 넘는 세월동안 현대차와 노동조합 발전을 위해 희생한 조합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년 연장을 시행하면 현대차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번 합의안에서는 정년 후 촉탁직 근무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수준에서 합의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을 둔 갈등은 내년에도 반드시 파업의 불씨가 될 뇌관입니다.

▲ 재료비 낮추려면 협력업체 구조조정 불가피
= 재료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구조조정도 필요합니다. 현대차의 재료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협력업체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부품업체들 상황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차 협력업체의 매출은 71조 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 감소했고, 1/3이 넘는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1년간 20개의 부품사가 폐업을 했습니다. 1차 협력업체가 이정도이니 8천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2,3차 업체는 더 여력이 없습니다.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고 금융지원을 하는 등 음으로 양으로 뒷받침을 해주고 있지만 협력업체의 구조적인 위기를 해소할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여기에 전동화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준비되지 않은 협력업체들에게는 큰 위기입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1만 9천여개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37%나 적습니다.

엔진, 변속기 등 전기차에 사용하지 않는 부품을 만드는 업체는 중장기적으로 퇴출이 불가피합니다.

이번 현대차 노사 합의안에는 협력업체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925억원 규모의 대출 자금을 지원하는 상생안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조적 위기를 개선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닛산은 실적 악화로 1만여명의 감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GM은 이미 전 세계에서 상당수 공장을 폐쇄하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며 5개 북미 공장까지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PSA그룹도 중국에서 2개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든 이익을 내야하고, 이익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어 친환경,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자동차 회사의 숙명입니다.

다행히 최근 현대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판매는 줄었지만,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점유율, 이익률 등에서는 개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베뉴, 코나, 싼타페, 팰리세이드로 완성된 SUV라인업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강력한 신차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전기차 코나일렉트릭, 수소차 넥쏘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친환경차에도 뒤지지 않는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한층 올려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현대차의 레이싱팀은 각종 대회 상위권을 휩쓸며 성능 면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임원 및 직원 직급 체계 변경, 복장 자유화 등 군대식 문화를 수평적 소통 구조로 바꾸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변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노사 문화에 있어서도 8년만에 무분규 임금 합의라는 그림이 더해졌습니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에 보여준 전략적 인내는 생존을 위해 내년에도 지켜가야 할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전략적 인내의 결과를 직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계기는 내년도 단체협상이 아니라 작금에 펼쳐지고 있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현대차의 현재, 미래 모습일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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