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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던 천연물 신약, 개발 실패 잔혹사 계속?

대화제약 DHP1401 개발 포기…임상 문턱서 번번히 좌절
소재현 기자



천연물 신약은 국내 제약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고 있지만 임상 문턱을 넘은 제품은 소수에 불과하고 개발이 중단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던 대화제약이 최근 임상을 중단하면서 남아있는 과제는 일동제약 'ID1201'과 메디포럼 'PM012' 등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제약은 지난 3일 대추과 열매인 산조인 추출 물질을 기반으로 한 DHP1401이 일부 지표에서 우월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공시했다.

임상2상에서 1차 평가변수로 선정한 기억, 언어, 재구성, 행동, 지남력 등을 다루는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대표적인 표준 검사도구인 ADAS-cog(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에서 최종목표를 만족시키는 통계적 우월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다만 초기 치매에 해당하는 경증 환자에서는 ADAS-cog 점수가 도네페질 단독투여 대비 유의하게 개선되는 효과를 발견, 건강기능식품 또는 경증 환자용 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DHP1401의 원래 목표였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환인제약이 당귀 추출물 기반으로 개발하던 'INM-176'은 임상3상까지 마쳤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했고, 할미꽃 뿌리 백두옹을 원료로 한 SK케미칼도 'SK-PC-B70M'의 임상3상에서 포기 수순을 밟았다. 동화약품이 준비하던 'DW2005'는 과민성방광증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었으나 최근 시장성 부족으로 끝내 중단됐다.

실제 천연물 신약 개발은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번번히 임상에서 좌절하는 이유는 우월성 입증 실패가 원인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국내 제약사 연구원은 "천연물 기반 의약품의 경우 임상1상과 2상에서 안전성 등 지표에서 합격점을 받는 경우는 많다. 다만 유효성과 우월성을 입증해야 하는 임상3상은 어려운게 현실"이라면서 "기반이 천연물이기 때문에 표본 샘플과 임상 혹은 상용화 제품과 소폭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성 부분도 발목을 잡는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인데 글로벌 시장까지 노릴 수 있는지는 생각할 문제"라면서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천연물 신약에 대한 평가가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모 제약사의 천연물 신약의 경우 한때 미국과의 합작사 설립, 라이선스 아웃 등이 논의되면서 기대감이 높았으나 계약은 끝내 무산됐다.

천연물이기 때문에 원료 수급에 대한 문제와 상용화 부분을 두고 양사가 장기간 토론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욱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나고야의정서(ABS)까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인 '유전자원'을 토대로 의약품, 화장품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경우 이용자가 제공자에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제 협약이다.

국내 제약사가 다른 나라에 등록된 천연물을 소재로 의약품, 건기식을 만들면 각국 정부가 범한 범위에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천연물 소재가 많은 중국, 인도 등이 수혜 국가로 꼽히는 이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천연물 신약의 관건은 어려운 개발과 글로벌 경쟁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물 신약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국가로 꼽히는 만큼 반전을 일으킬 제품 출시되면 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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