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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전면 파업 나선 한국GM 노조…"주변 상황 좀 봐라"

한국GM, GM 인수 이후 첫 전면파업…철수 빌미 줄까 우려
해외 시장 의존도 커진 한국GM 신뢰 잃으면 먹거리 확보 어려워
권순우 기자



“노조 파업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평균 연봉 1억원 되는 분들이 몇프로 올려달라고 파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갑니다. 무슨 명분으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전면 파업에 나선 한국GM 노조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한국GM과 협력업체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역사적인 합의의 한 주체였던 이동걸 회장이기에, 한국GM의 전면 파업을 더욱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한국GM 노사는 한국 철수까지 거론되는 벼랑 끝 협상 끝에 함께 가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GM은 7조원의 신규 투자를 단행했고 연간 50만대 이상을 생산하며 10년 이상 한국에 남기로 약속했습니다. 한국GM이 장기 존속할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국GM 노사는 하루도 싸우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두고 법원까지 가서 다투더니 법인 분리 이후에는 단체협상 승계를 두고 다투고, 2019년 임금협상으로 싸우더니 임금협상이 해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부품물류센터 통합 문제로 또 싸웁니다. 적군과 싸워도 이렇게 연중 빼곡하게 싸우기 힘들 겁니다.

GM 수석 부사장 겸 GM 해외사업부문 줄리안 블리셋 사장

지난달 22일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GM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파업 등을 진행하고 있던 노조 집행부와 만나 한국GM 노사관계에 대한 우려를 전했습니다. 줄리안 사장은 “한국GM은 글로벌 GM 체제하에서 생산성 경쟁을 하고 있다”며 “파업으로 주력 시장인 북미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 시장 신뢰를 잃게 될 것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장의 신뢰를 잃어 버리면 누가 손해냐?”고 강조했습니다.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다보면 한국GM 노동자들의 먹거리가 될 일감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GM의 아픈 고리는 ‘트랙스’입니다. 트랙스는 3년 연속 국내 완성차 수출 1위를 기록한 한국GM의 효자 상품입니다. 지난해 트랙스 내수 판매는 1만 3천대에 불과하지만, 수출은 24만대에 육박합니다. 트랙스는 2012년 수출 시작 이후 누적 140만대 누적 수출을 달성했습니다.

트랙스 레드라인

트랙스는 당초 올해까지만 생산이 될 예정이었지만 GM은 잘 팔리고 있는 트랙스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와 약속했던 7조원 투자와 별도로 5천만 달러를 신규 투자해 부평 2공장에서 트랙스를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트랙스는 매달 약 2만대가 해외에서 팔립니다. 그런데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지난달 9800대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트랙스는 한국뿐 아니라 멕시코 공장에서도 생산이 됩니다. 한국에서 파업으로 제때 생산하지 못할 경우 GM 입장에서는 생산 기지를 옮기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밝혔습니다. 이동걸 회장은 “생산 차질이 있어 트랙스 생산 물량을 멕시코로 옮긴다는데, 트랙스 물량은 합의한 부분이 아니라 GM이 추가로 가져온 것이라 (산업은행과) 논의할 여지가 없다”며 “물량 배정을 못 받으면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부분이라 노조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호주, 태국, 인도, 유럽 등에서 철수하고, 본국인 북미 지역에서까지 공장 5개를 폐쇄한 것이 GM의 현실입니다. 한국은 볼륨 모델인 준중형 SUV 트레일브레이저, CUV를 배정 받아 협력업체 등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지켜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런 기반을 스스로 위협하는 극한 투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8년만에 무분규 임단협 합의를 이뤄졌습니다. 하부영 현대차 지부장은 “주변 상황을 무시하고 총파업을 진행하면 국민들에게 받았던 귀족노조 프레임에 매국노조 프레임까지 추가 되면서 그 모든 책임과 비난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몇날 며칠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분규 합의 소회를 밝혔습니다.

사상 최대 상반기 매출을 올리고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쌍용차는 어려운 경영 상황에 공감하며 2010년 이후 10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합의를 이뤘습니다.

닛산이 전 세계적으로 1만명의 인원을 감축하고 포드가 러시아 공장 4곳, 프랑스 영국 공장 각 1곳 등 5개를 폐쇄하고 1만 2천명을 감원하기로 했습니다. 폭스바겐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집중한다면서 5년간 7천명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 어떤 자동차 회사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선언할 수 없는 것이 자동차 산업의 현실입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지난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한국GM의 체질은 변했습니다. 한국에서 차를 만들어 한국에 팔던 대우자동차는 이제 없습니다. 앞으로 한국GM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트레일브레이저, CUV, 트랙스로 단순화 됩니다. 나머지는 글로벌 GM에서 개발한 차들로 채워집니다.

이미 한국GM에서 판매되는 차종 8개 중 5개(이쿼녹스, 카마로, 임팔라, 트래버스, 콜로라도)는 한국에서 개발되지 않은, 수입해온 차종입니다. 카허카젬 한국GM 사장은 “향후 국내 출시 모델의 70%까지 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한국GM의 포트폴리오 60% 이상이 수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 파는 것보다 수입해 파는 차가 더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질 트레일브레이저, CUV는 트랙스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더 많이 판매 될 예정입니다. 해외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없게 됩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연간 8천억 적자, 연봉 1억 회사에서 1650억원(노조 요구 인상분)을 인상해 달라는 것이 납득이 안간다"며 "노조도 불만은 있겠지만 주변을 좀 보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GM은 글로벌 GM 안에서 중요한 연구개발, 생산 기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GM 노동자들의 희생도 있었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한국 정부의 노력도 상당했습니다. 또 한국GM, 글로벌GM 경영진들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새로운 한국GM이 발도 떼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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