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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7조짜리 美호텔 15개 담은 미래에셋의 계산기

中안방보험 급매물 내놓자 과감한 베팅 "韓 자본시장 큰 획"
미래에셋 특유의 저돌적 DNA 증명…달러 등 핵심자산에 집중
전병윤 기자



"자본시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투자다." 최근 미래에셋그룹이 중국 안방보험이 매물로 내놓은 미국의 15개 고급 호텔을 7조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들여 통째로 인수하자 한국 자본시장의 외형적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의미도 남다르다. 이번에 미래에셋그룹이 인수한 호텔은 중국의 안방보험이 2016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부터 매입한 자산이다.

스트래티직 호텔 리조트란 회사로 여기엔 뉴욕 JW 매리어트 에식스하우스호텔, 시카고 인터콘티넨털호텔,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리조트,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라구나비치 몽타주 리조트 등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최고급 호텔과 휴양시설 15곳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안방보험이 이를 매입하자 '차이나 머니'가 미국 심장부를 습격한다는 여론이 생길 만큼 상징성이 큰 딜로 회자됐다.

과유불급일까. 안방보험은 3년 뒤인 올해 초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해당 자산을 매물로 내놓았고 바통은 미래에셋으로 넘어왔다. 인수금액은 비밀에 부쳐졌는데 약 58억달러, 우리돈 6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주요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 국민연금이 미국과 영국의 실물자산을 싼값에 대거 사들인 적은 있었지만 민간 금융회사가 메가 딜을 글로벌 투자은행과 격전을 벌이며 따 낸 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경쟁자를 확실히 따돌리기 위해 인수가격을 넉넉히 제시하며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중국 푸동지역에 위치한 미래에셋상하이타워

미래에셋의 이같은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승부를 걸어야 하는 투자라면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과감히 매수하는 미래에셋 특유의 저돌적 DNA에서 비롯된다. 2006년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 핵심 위치에 있던 빌딩(미래에셋상하이타워)을 사들인 것과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한 것 등은 많은 사례 중 일부다.

미래에셋이 달러 강세를 예측하고 달러 자산 매입을 적극 권장해 온 것도 이번 투자의 원동력 중 하나다.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해질수록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증가하고 달러 자산이 그 중심에 설 것이란 판단에서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주식 자산은 2017년 1조 600억원에서 올 상반기 5조 9000억원으로 2년 만에 5배 가량 급증했다.

7조원에 육박하는 투자 계산서에는 이처럼 수익률을 넘어 상징성과 지속가능성 등의 정성석 요인도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경고음도 들린다. 스스로가 투자 전문가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글로벌경영전략고문)과 주요 경영진의 투자 본능이 강해져 '관성'이 붙을 때면 위험요인을 살필 '제동'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는 측면에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1997년 창업 후 이듬해 국내 첫 뮤추얼펀드인 '박현주펀드'를 내놓고 큰 성공을 거두자 후속 펀드에서 큰 손실을 입으며 설립 후 첫 위기를 겪었다. 이후 적립식펀드 열풍을 주도하며 성공을 거듭하자 2007년 '인사이트펀드'의 혹독한 실패가 찾아왔다. 인사이트펀드의 실패는 펀드명에서부터 예고된 것이도 하다. 미래에셋의 '통찰력(인사이트)'을 토대로 전세계 자산에 알아서 분산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당시 자신감이 어떠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품 인가와 관련한 특혜시비마저 일었을 정도로 업계의 시기도 컸다.

인사이트펀드는 글로벌 자산배분이란 당초 취지와 달리 그동안 큰 수익을 안기고 성장성을 높게 본 중국시장에 사실상 '몰빵'투자하면서 화근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중국 증시가 펀드 설정 이후 고꾸라지며 반토막 났다. 자신감이 최고조라는 건 한 번 꺾일 때가 임박했다는 새옹지마와 같은 인생 경험칙이 적용된 셈이다.

박현주 회장도 본능적으로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느낀 듯 하다. 그는 올 봄 미국 뉴욕에 머물며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10년 이상의 글로벌 불 마켓(활황기)을 경험하며 여러 기대감도 있지만 위기는 미소 띤 얼굴로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항상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간을 놀라게게 한 이번 투자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중 어디에 무게가 실렸는지는 훗날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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