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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사고 터진 해외부동산펀드 '학습효과' 잊었나

법률·자금 더블체크 등 기본에 소홀…개발사업 등 고수익 현혹
대다수 선진국 중심 오피스 투자, 연 5%대 안정적 수익 추구
전병윤 차장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에 위치한 빌딩을 무서운 기세로 사들이던 해외 부동산펀드가 최근 연이어 사고를 내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2~3년 전부터 본격화된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을 걱정스럽게 보던 관계자들의 경고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

과당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비싼 가격을 치르고 무리하게 빌딩을 매입하거나 시간에 쫓겨 현지 실사를 소홀히 취급하는 건 물론 수백쪽에 달하는 계약 조건과 법률 사항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채 성급히 계약을 맺는 일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다.

실제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은 3200억원 규모 호주 부동산펀드가 이달 초 현지 투자사의 계약 위반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펀드는 원래 호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장애인 임대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 수익을 거둬 수익을 내는 구조였는데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탈이 펀드 자금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사고가 터졌다.

매입하려던 임대 아파트의 가격이 뛰자 다른 토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펀드 설정 전에 투자 대상인 임대 아파트의 매매계약을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것과 계약서에도 존재하지 않은 자산을 매입하는데 펀드 자금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빠져나간 점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현금을 최대한 회수하고 나머지 300억원 가량의 손실은 소송 등을 통해 원금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인데, 현재로선 미지수다.

또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이 발행하고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4600억원 규모의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도 손실 위험이 부각됐다.

이 상품은 독일 구도심 내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을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싱가포르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다. 하지만 개발 인허가가 차질을 빚으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자 DLS의 원리금 상환에 실패해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문제가 된 해외 부동산펀드는 투자 대상을 확정하지 않았거나 불확실성이 높은 개발사업에 투자해 낭패를 봤다. 최근 해외 부동산투자가 과열에도 아직 큰 문제가 되지 않은 이유는 선진국 주요 도시에 핵심 위치에 '실존'하는 오피스를 투자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란 점과 반대다.

대부분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빌딩을 빌려쓸 임차인이 글로벌 기업이거나 정부 기관처럼 신용도가 우수해 임대료 연체 가능성이 낮거나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운 곳을 선별 투자하고 있다. 연 5~6%대 안정적 수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00년대 초 해외 부동산펀드가 고수익을 노리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신흥국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학습효과가 작동한 결과다.

한 부동산펀드 고위 관계자는 "해외투자는 반드시 현지와 국내의 법무법인 2곳과 계약해 중복점검을 진행해야 할 만큼 계약이 복잡하고 펀딩 이후에도 자산을 운용하려면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며 "경쟁에 지나치게 몰입해 비용을 절감하려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개발사업을 진행하려면 충분한 준비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이어 "외국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오랜기간 현지화된 법인이 존재해야 각 국가별 인허가 등 정책 리스크를 컨트롤할 수 있다"며 "해외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간접투자하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건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문제가 터져도 위험을 관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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