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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1위 라임운용의 몰락]③ 고속질주에 제동장치 '먹통'

라임운용, 펀드 다수 '환매 중단'…6,200억원 묶여
리스크 큰 코스닥 CB 편입…공격적 투자 부메랑
사태 장기화 가능성…"운용사 생명인 신뢰 상실"
조형근 기자



자산운용업계가 라임자산운용의 다수 펀드에서 환매 중단 사태를 빚자 충격에 휩싸였다. 라임자산운용이 그동안 압도적 성과를 토대로 자금 유치 등 사세 확장에 전념한 나머지 위험 부담이 큰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사채(BW) 등을 대거 편입, 위기를 자초했다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평가다.

투자자에 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환매 중단 사태는 자산운용업계의 신뢰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단순환 운용 손실과는 차원이 달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 6,2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공격적 투자에 '발목'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8일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재간접(펀드에 투자하는 구조)으로 투자한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펀드에 담고 있던 사모채권(49인 이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채권)과 메자닌(CB나 BW처럼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인 증권)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현금화에 실패하는 등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플루토 FI D-1호'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을 제외한 분야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펀드 가운데 사모채권을 주로 투자한다. 기초자산은 대부분 발행회사와 인수계약을 직접 체결해 편입한 사모 금융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테티스 2호'는 CB와 BW 등 메자닌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중단 결정에 대해 "환매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자산 매각)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의 무리한 저가 매각 등으로 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저하돼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환매를 위해 무리하게 저가에 팔기보다 지금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더라도 훗날을 기약하며 제값에 팔 타이밍을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는 당초 계획했던 시점에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자금이 묶이는 셈이어서 손실 여부와 무관하게 적잖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해 "공격적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한다. 전문투자형사모펀드 운용사(이하 전문사모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했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라임자산운용은 '플루토 FI D-1호'을 통해 수익률이 비교적 높지만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하이일드 채권(고위험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티스 2호'를 통해서는 코스닥 상장사에서 발행한 CB를 다수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운용사도 하이일드 채권이나 코스닥 상장사의 CB에 투자하지만, 높은 위험성을 고려해 일정 부분만 분산 투자하고 있다"며 "라임자산운용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실기업 CB까지 베팅하다가 결국 문제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라임자산운용이 '국내 헤지펀드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수익률을 좇은 탓에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라임자산운용은 지투하이소닉과 한류타임즈, 동양네트웍스, 블러썸엠앤씨 등 다수의 코스닥 기업 CB에 투자했다. 이 중 지투하이소닉과 한류타임즈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동양네트웍스와 블러썸엠앤씨는 올해 상반기 각각 77억원, 13억원 가량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은 한류타임즈와 지투하이소닉 CB를 상장폐지 이슈가 불거질 당시 장외 업체에 매각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동양네트웍스와 블러썸엠앤씨는 한 달 사이 주가가 반토막 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문제가 발생한 펀드에 해당 기업이 발행한 CB가 편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환매 중단 장기화 가능성도

이번 환매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이일드 채권이나 CB, BW 등 메자닌을 당장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우려다.

실제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낮은 시장성으로 인해 장내 매각 등이 용이하지 않고, 메자닌의 경우 주가 급락 여파로 주식 전환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펀드로 투자한 사모채권은 기본적으로 유동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무리하게 자산을 매각할 경우 금전적 비용도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CB나 BW의 경우 1년 또는 1년 6개월 이후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 전환 후 매도가 가능하다"며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기다리거나 상환 청구를 통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라임자산운용이 향후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채권 만기시 원금을 돌려받아 환매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발행 회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거나 재무상황 악화를 겪게 되면 원금 상환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 공모 운용사 전환도 물건너 가나…"생존 기로"
라임자산운용이 공들였던 공모 운용사 전환도 물거품이 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공모 운용사 전환을 착수했으나 각종 사건에 휘말리며 금융당국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공개적으로 모아 주식, 채권 등 증권부문에 투자하는 공모 자산운용사 전환을 신청한 바 있다. 공모 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받으려면 최소 수탁액 및 자기자본과 같은 외형적 기준을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수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등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이 불공정거래 혐의와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으로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최근에는 환매 중단까지 발생하면서 사실상 공모 운용사 전환은 물건너 갔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라임자산운용은 상장사인 지투하이소닉의 미공개 정보 이용 관련 의혹으로 지난 7월 서울 남부지검에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채권 파킹거래나 부실자산 매각, 수익률 돌려막기 등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고강도 검사를 실시 중이다.

일각에선 라임자산운용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만큼 자금을 위탁 받아 굴리는 운용사로서 역할이 더이상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환일은 고객과의 약속인데, 환매 연기 등 비슷한 문제가 여러 번 발생한 운용사의 펀드를 누가 판매해주고 누가 가입하겠나"라며 "제대로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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