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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불가능하다던 삼성의 '탈 일본' 결단... 준비는 되어있었다

일본산 소재부품 교체 작업 가시화…불화수소 등 규제대상 아닌 소재부품도 '탈 일본'
'탈 일본' 결단 맞물려 소재부품 기업과 상생하는 '뉴삼성'으로
조은아 기자

"제품 개발은 2~3년 전에 했죠. 그동안 줄곧 제품 평가를 받아왔는데, 예정대로라면 내년에나 납품이 가능했거든요.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 이후 테스트 일정이 굉장히 빨라졌어요."

지난 9월부터 삼성전자에 이미지센서용 소재를 납품하기 시작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중소기업은 소재 기술력을 갖췄다고 해도 안정적으로 공급할만한 기업이라는 신뢰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삼성이 테스트를 빠르게 진행하고, 우리 역시 삼성 엔지니어들로부터 수차례 품질관리 시스템을 체크받고 즉각 개선한 덕분에 조기에 양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지센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에 맞서 차세대 기술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최초로 1억 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선보이는 등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정작 이미지센서의 핵심인 CMOS(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때 필요한 소재는 일본의 A사에 전량 의존해왔습니다.

이미지센서용 소재는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인 이미지센서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를 특정 기업에만 100% 의존하는 것은 삼성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내 기업의 이미지센서용 소재 테스트를 서둘렀고, 결국 국산화 시점을 반 년 이상 앞당겼습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탈일본' 속도 높였던 삼성전자…일본산 교체 작업 가시화

삼성전자의 '전방위적' 일본산 소재 부품 교체 작업이 가시화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7월 일본이 소재부품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이후, 삼성전자는 숨가쁘게 움직여왔습니다. 대책 마련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을 정도로 사안은 위중했고, 한 달여만에 내린 결론이 바로 '탈 일본'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내부 공문을 하달해 전면적인 소재 부품 교체를 지시했습니다. 공문의 요지는 반도체 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부문 등 전 분야에서 일본산 소재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라는 것. 가능하다면 국내산 부품을 확보하되,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로 구매선을 넓히라는 지시였습니다.

그 때만해도 삼성전자의 '탈 일본' 결단에 대해 업계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만해도 비축 분량이 2~3개월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데다 테스트에만 최소 3개월~6개월이 걸리는만큼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세 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의 일본산 소재 부품 교체 작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규제품목인 불화수소의 경우, 이미 국내 소재업체인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러지 등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대체해 일부 공정에 적용했습니다. 수율 등을 확인하면서 대체 비율을 높여가는 단계입니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 연구센터 IMEC와 일본기업 JSR코퍼레이션이 합작 설립한 RMQC를 통해 우회수입하며 급한 불을 껐습니다.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미국의 듀폰과도 가능성을 타진하며 다른 공급원을 계속 물색하고 있습니다.

'비규제' 품목도 국산화 성과차분한 준비의 결과

'비규제' 품목들을 대상으로 한 '탈일본' 드라이브의 성과도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앞서 언급한 이미지센서용 소재 뿐 아니라 D램과 낸드플래시 공정에 필요한 유기금속화합물 소재도 연내 국내산으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거래해왔던 일본 기업에도 이미 '수입처 다변화' 계획을 통보한 상황입니다. 일본 측에선 "재고처리라도 하고 바꿔달라"는 다급한 요청을 해왔을 정도로 삼성의 '탈 일본'은 확고하고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예상보다 빠르게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선 업계에선 삼성의 결단과 소재부품 기업들의 준비가 맞아떨어진 덕분으로 해석합니다.

한 반도체 소재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술력을 갖춘 소재부품 업체 중에서 삼성전자와 테스트를 시도 안해본 곳이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삼성이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렸다기보단 일본의 수출규제가 계기가 돼 더 빠르게 진행된 것"이라며 "수출규제 이전부터 중소기업들과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차분히 준비해왔던 노력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전에 미리 준비할 시간도 있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지난해 말 일본이 갑작스럽게 불산 수출 허가를 이틀 동안 승인하지 않으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한 차례 곤경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에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산화 가능성을 타진하며 생산설비 증설을 요청하는 등 물밑 작업을 해왔고, 일련의 노력들이 이번 수출규제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것입니다.


삼성의 '탈 일본' 결단…소재부품 기업과 상생하는 뉴삼성으로

앞으로 삼성전자의 소재부품 국산화 노력은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삼성전자 창립50주년 기념 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며 세계 최고를 향해 가자"며 상생을 강조했던만큼, 국내 소재부품 기업들과의 협력은 보다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200여명의 엔지니어를 현장에 멘토로 투입해 맞춤형 기술지원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앞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상생형 스마트공장지원 업무협약식에서 MTN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자원을 활용해서 중소기업이 부족한 것을 지원하겠다"며 "중소기업이 개발한 것을 우리가 공급받아 사용하면서 여러 성능 개선을 해나가다보면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소재부품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탈 일본' 결단과 맞물려 국내 소재부품 기업들과 상생하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삼성의 새로운 동력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은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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