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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300일간의 진통' 일단락...넥슨 쇄신작업 '막전막후'

개발 프로젝트 옥석 가리기 완료...김대훤 개발총괄역 체제 개막
서정근 기자

이정헌 대표 등 넥슨코리아 등기임원들과 '스페셜 게스트' 허민 고문이 9월 17일부터 10월 1주차까지 진행한 신규 프로젝트 전면 심사 결과가 심사 종료 후 한달이 지난 8일이 되어서야 공지됐습니다.

"5개 프로젝트가 종료됐다"는 메시지가 넥슨코리아 사내에 공식발표됐고, 어느 프로젝트가 종료됐는지는 해당 개발팀에게만 개별 통보됐습니다.

앞선 기사를 통해 보도한 것 처럼 ▲ 데브캣스튜디오의 '드래곤하운드' ▲ 왓스튜디오의 '듀랑고 넥스트', '메이플 오딧세이' ▲ 원스튜디오의 초기단계 프로젝트 ▲ 넥슨레드의 모바일 FPS '프로젝트M' 등 5종의 개발이 종료됐습니다.

오피셜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김대훤 넥슨레드 대표가 넥슨의 개발총괄 부사장을 맡아 정상원 전 부사장의 뒤를 잇는 개발총괄역으로 낙점됐습니다.

넥슨의 개발총괄역을 맡을 김대훤 넥슨레드 대표

이로써 김정주 창업자의 회사 매각 선언과 철회, 이후 조직쇄신 작업이 진행된 300여일 동안 지속된 넥슨그룹 내의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됐습니다. 프로젝트 리뷰 결과와 개발총괄 임원 인선 이후에 따른 역학변화에는 여전히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 9월 17일 '카트라이더2'와 '테일즈위버M'의 심사를 시작으로 진행한 리뷰는 당초 9월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허민 고문의 바쁜 일정 탓에 10월 1주차까지 일정이 순연됐습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곳은 데브캣스튜디오 였습니다. 개발자 중 최연장자이자 김정주 회장의 신임이 각별한 김동건 프로듀서의 존재감과 상징성 때문이지요. '마비노기 모바일'은 불가침의 영역이었으나 '드래곤하운드'의 존폐 여부가 논쟁대상이 됐고 결국 개발 중단이 결정됐습니다.

나름 독특한 게임성을 갖췄고 개발 진척도도 높았으나 경영진이 종료결정을 내렸습니다. 아마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상업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데브캣에서 분가해 이은석 프로듀서가 맡고 있던 왓스튜디오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듀랑고'의 서비스가 앞서 종료된데다 '듀랑고'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차기작 '듀랑고 넥스트', '메이플 스토리'의 IP를 활용한 '메이플 오딧세이'의 제작도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왓스튜디오에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마비노기 영웅전 모바일' 하나 남은 셈인데, 경영진들은 이 게임의 개발도 왓스튜디오 개발자들이 데브캣스튜디오로 다시 돌아가 개발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내 연공서열에서 앞섰던 김동건 프로듀서를 제치고 김대훤 넥슨레드 대표가 개발 수장이 됐다는 점, 넥슨 개발진의 상징적 존재로 꼽혔던 김동건-이은석 듀오의 개발 진용이 상처를 입은 점이 맞물리며 눈길을 모으는 양상입니다.

김희재 프로듀서가 떠난 후 이정헌 대표가 직접 챙기고 있던 원스튜디오는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간판 프로젝트인 '진 삼국무쌍 MMORPG'가 생존했고, 개발 종료 가능성이 유력했던 '파이널 판타지 MMORPG'도 살아남았습니다. 아마도 스퀘어에닉스와의 계약을 파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넥슨레드도 모바일 RPG 2종을 사수하고 개발 초기 단계인 FPS게임 '프로젝트M'의 개발만 중단하며 선방한 양상입니다.

게임사에서 프로젝트가 드랍되면 개발자들은 인력 수요가 있는 사내 다른 개발팀에 입단 의사를 타진하고 면접을 보게 됩니다. 이번 리뷰와 별개로 '페리아 연대기' 등 일부 게임들이 앞서 서비스를 종료해 250명 가까운 대기 수요가 발생해 있었습니다. 어느 프로젝트가 살고 죽을지 알 수 없어, 신규 개발팀 입단을 통한 전환배치가 어려웠습니다.

일부 개발자들은 개발인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메이플 스토리' 팀에서 자리를 찾았고, 넥슨 인사팀은 제주도에 위치한 네오플, 허민 고문이 오너로 있는 원더피플을 통한 인력 수용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생존이 확정된 프로젝트들은 이정헌 대표의 취향에 맞는 대형 MMORPG들이 주력을 이루고 있습니다. 넥슨 경영진들은 이번 개발 종료 결정으로 자리를 잃은 120여명의 개발자들 전원이 넥슨그룹 내에서 일자리를 찾을 때 까지 전환배치를 시한을 두지 않고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일부 프로젝트 개발 종료를 결정한 경영진들의 판단 그 자체는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개발이 종료된 직원들의 생존권이 사내 면접의 성패로만 좌우되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네오플은 그룹사이긴 하지만 물리적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배치에 앞서 개별 직원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원더피플은 다른 회사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그룹 내 고용승계 대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개발 중단 프로젝트의 개발자들이 모두 넥슨 그룹 내에서 자리를 얻긴 어렵겠지만, 당초 허민 고문이 입성할 때 '괴담' 수준으로 퍼졌던 '대량 감원'은 현실화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김대훤 개발총괄 부사장 내정자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회사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이정헌 대표, 라이브 본부를 관장하는 강대현 부사장, 개발 전반 자문역을 맡은 허민 고문 사이에서 어떠한 포지션을 맡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대훤 내정자는 '메이플 스토리' 라이브 본부에서 주된 이력을 쌓았고, 넥슨지티로 이적한 후 개발총괄 디렉터로 본격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서든어택2' 제작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으나 넥슨레드에서 '액스' 개발을 총괄, 흥행시키며 명예회복에 성공했습니다.

사업과 개발에 두루 이해도가 깊은데, 상업적인 성공도 중시하는 실용적인 마인드를 가진 이로 평가받습니다.

박지원-정상원 체제 시절 넥슨의 개발이 과거 '돈슨' 이미지 탈피와 개발 다양화에 초점을 뒀다면 이정헌-허민-김대훤 체제의 넥슨 개발은 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둘 것이 유력합니다.

김대훤 내정자는 이정헌 대표가 사업총괄역 시절부터 선호해온 개발자로 꼽힙니다. 허민 고문이 7월부터 넥슨의 주요 인사들을 접견하며 김 내정자도 만났을텐데, 이 과정에서 허 고문의 눈에 '쏙'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정헌 대표와 강대현 부사장이 라이브 본부를, 허민 고문이 신규 개발 부문을 각각 관장하는 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져 왔습니다. 그러나 김대훤 내정자가 등장하면서 허민 고문이 한 발짝 물러나 '느슨하게' 개발부문을 관장하는 구도도 예상됩니다.

김대훤 내정자가 넥슨 핵심 IP를 보유하고 매출 대부분을 내고 있는 라이브 본부도 관할하에 둘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힙니다.

김대훤 내정자의 인선을 접한 넥슨 측 인사는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을 뚜렷한 주관을 갖춘 이"라고 호평했습니다.

지난 300일동안 넥슨에 일어난 변화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고, 구성원들이 선뜻 반기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됐으나, 이를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선 비교적 무난한 매듭이 지어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넥슨그룹 내외에서 우려하던 대량 감원이 일어나지 않게 됐고, 직원들의 동요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김정주 회장도 이같은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을 반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인사는 "새롭게 구성된 경영진들이 성과를 반드시 도출해야 할텐데, 김 회장이 언제까지 시한을 줄지를 선뜻 예측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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