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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증권사는 벤처캐피탈이 아니에요"

발행어음 자금 벤처 투자와 성격 달라 미스매칭 우려
은행권서 소외된 기업 투자를 모험자본 역할로 봐야

머니투데이방송 전병윤 차장byjeon@mtn.co.kr2019/11/14 14:25



"증권사는 벤처캐피탈이 아니에요."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이 최근 증권사 주요 업무 중 하나를 '벤처기업 투자'라고 오해하는 시각이 있다며 이처럼 잘라 말했다.

실제 증권사는 회삿돈을 투자하거나 금융상품을 팔아 조달한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트레이딩·자기매매), 주식이나 채권 매매 주문을 체결해주는 위탁매매,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자문해주는 자산관리(WM), 기업을 거래소에 상장시키고(IPO·기업공개) 주식 및 채권 발행을 주관하는 언더라이팅을 주요 업무로 다룬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의 IPO를 주관하거나 투자하기도 하지만 주 업무에 따른 부수적 결과이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았다고 볼 순 없다.

그럼에도 증권사에 대해 벤처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탈의 역할을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왜곡현상으로 보인다.

수년 전 금융당국이 은행 중심의 현행 금융시스템으로는 혁신기업 성장을 위한 마중물 공급이 어렵다고 보고 증권·자산운용사 중심의 모험자본을 육성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는 증권사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해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해 준 것이 대표적이다.

증권사가 자기 신용을 토대로 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에 판매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및 지분 인수, 부동산 금융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증권사는 건전성과 자본 규제를 덜 받는 발행어음을 인가 받으면 편리하고 강력한 신규 자금줄을 확보한 셈이어서 은행권의 견제가 적지 않았다. 당시 증권업계에 여신과 수신 기능을 준 것이라는 은행권 반발에도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모험자본 역할론을 당위로 내세워며 정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오해의 씨앗이 생긴 측면이 크다. 정책 필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적지 않은 액수를 벤처기업에 투자할 것이란 기대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났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발행어음의 벤처기업 관련 투자가 미미하자 생색내기나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구나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의 일부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입 자금을 빌려주기 위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지원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당대출로 징계를 받자, 회의론은 더욱 힘을 받았다.

그러나 각론에서 이 같은 비판을 수긍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발행어음과 벤처 투자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최대 만기 1년짜리 약정금리를 제시하고 판매한 발행어음 자금을 고위험을 안고 수년 내지 십수년간 돈이 묶일 각오로 접근해야 하는 벤처기업에 투자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도 "증권사 발행어음 자금이 벤처기업 투자로 빠르게 흘러간다면 위험 요소"라며 "발행어음은 자금 성격에 맞게 은행이 외면하는 대기업 내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이란 정책 취지가 벤처기업에 국한된 것처럼 와전된 건 금융당국과 언론의 책임도 무관치 않다. 증권업계의 모험자본 공급 대상을 정의할 때는 넓은 의미로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기업까지 포괄하는 게 합리적이다. 금융당국도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선 증권사의 모험자본의 타깃이 벤처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좀 더 분명히 해 줄 필요가 있다.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 및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선 방안'에 발행어음의 조달 한도(자기자본의 200% 이내)를 계산할 때 벤처기업 투자금액을 빼주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벤처에 투자한 자금이 발행어음 전체 한도를 갉아먹지 않도록 해주면 초대형 IB가 혁신·벤처 기업에 더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당국의 기대다.

앞서 말한대로 이 또한 정책 취지를 오해할 수 있게 만드는 '위험한' 표현이다. 발행어음의 주된 투자처를 좀 더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은 채 벤처 투자 확대를 기대한다는 내용을 강조하면 앞으로 정책의 본질을 왜곡하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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