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미봉책' 우려…거버넌스委 참여 희망"

자료=KCGI 제공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KCGI가 한진그룹의 거버넌스위원회에 참여하길 원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진그룹이 이사회 산하에 설립하기로 한 거버넌스위원회에 참여해, 대주주의 입김과 무관하게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견제·감시하겠다는 목적이다.

15일 KCGI는 "거버넌스위원회가 비지배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대주주 위주의 의사결정구조가 더욱 고착화되기 쉽다"며 이 같이 밝혔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 가치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한진그룹은 이사회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한진칼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기업지배구조헌장의 제정 및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고, 대한항공은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지배구조헌장의 제정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KCGI는 "한진그룹이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와 전혀 협의없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시장에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이번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조치가 검사인 선임 과정에서 밝혀진 대주주 일가의 보수 및 퇴직금 지급 관련 위법사실을 가리기 위한 미봉책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거두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법원은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보수 및 퇴직금에 대한 KCGI의 검사인 신청을 일부 인용한 바 있다. 그동안 조 전 회장의 보수 및 퇴직금 지급에 있어 부정행위 또는 법령·정관을 위반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CGI는 "한진칼의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법인 율촌의 주순식 고문이고, 대한항공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법인 화우의 정진수 변호사가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들 모두 대주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로펌의 관계자들로, 과연 위원회가 대주주의 입김과 무관하게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KCGI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한진칼 2대 주주로서 거버넌스위원회에 단 한명이라도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진그룹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대한항공의 과도한 부채비율'을 꼽았다.

KCGI는 "올해 3분기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22.5% 수준으로, 영구채 1.08조를 부채로 인식하면 1,616.4%"라며 "반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코스피200 기업(금융업 제외)들 중 1위이고, 코스피200 기업 평균(90.8%)의 무려 9배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한진해운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수익성이 낮은 호텔사업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해 그룹 재무구조가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영진은 과도한 부채비율 축소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한항공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현 항공산업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