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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삼성 드라마’를 바라보며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 "준법감시위 실효성 점검하겠다"
검찰, "이재용 봐주기" 반발...삼성 "상당할 시일 걸리는데..." 당혹

머니투데이방송 조은아 기자echo@mtn.co.kr2020/01/18 12:50

"1993년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 (지난해 10월 열린 파기환송심 1차공판 中)
"향후 정치 권력으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룹 차원의 답을 다음 기일 전까지 제시해달라." (지난해 12월 열린 파기환송심 3차공판 中)


국정농단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이례적인 '재판부 숙제' 행보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17일 열린 4차 공판은 재판부가 삼성이 준비한 답변을 어떻게 평가할 지에 관심이 쏠린 자리였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예정에 없던 발표"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삼성 변호인단에 20여분간 숙제 PT 발표 시간을 줬습니다.

삼성 변호인단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계획을 간결하게 도표로 정리해 보여주며 공들여 풀어온 숙제를 설명했습니다. 삼성은 회사 내부 감시조직과 외부의 준법감시위원회 투트랙으로 준법감시가 이뤄지도록 설계하고 여기에 이사회까지 더해 삼중 의사결정 절차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4차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입장에선 어떤 권력의 요구도 무조건 거절하겠다는 공언이 통하지 않을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삼성은 최고경영진의 준법서약식과 임직원 교육 계획을 곁들어 설명하면서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김지형 전 대법관에게 준법감시위원장 수락을 직접 부탁하며 전권을 위임했던 것도 삼성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새로운 실험으로 숙제를 풀어낸 삼성. 세간의 관심은 재판부가 과연 몇 점을 줄 지였습니다. 점수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받아들 수 있을지 가늠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관련 증거 신청이 기각되고, 삼성 변호인단의 20여분간의 열띤 PT 발표가 이어질 때까지만해도 분위기는 삼성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3년간 끌어왔던 삼성의 법정 연속극 결말이 머지않아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재판부는 '연장'을 선언했습니다.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는 재판부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국민 중에는 의구심을 가진 분도 있다"며 '전문심리위원'제도를 제안했습니다. 말로만의 약속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지켜보겠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3명의 위원회 형태로 구성하되, 한 명은 재판부가, 나머지 2명은 특검과 삼성이 추천하라는 파격제안을 내놨습니다. 특검이 "협조하지않겠다"고 반발했지만, 다음달까지 전문심리위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며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검증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3월 말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었던 삼성 법정 연속극의 마지막 회가 기약없이 미뤄진 셈입니다.

삼성 변호인단은 "준법감시위원회 시행 여부의 적정성을 보겠다는 것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재판 부담과 함께 이제 삼성은 삼성을 감시할 준법감시위원회, 준법감시위를 감시할 전문심리위원회까지 이중삼중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삼성이 한 약속만을 믿고 양형상 유리한 결정을 내려줄 수 없다는 재판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갑니다. 다만, 다음달 구성될 심리위가 과연 삼성을 향한 권력의 요구를 준법감시위가 거절하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인정해줄 시기는 언제쯤이 될 지, 그 때가 과연 오기는 하는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으로 삼성은 죄의 사함을 받고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까요? 지금도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각종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법원을 배경으로 한 삼성 뉴스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4차 공판에선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와 '회복적 사법'이란 표현이 계속 거론됐습니다. 이 어려운 말의 공통된 의미는 처벌에 그치지 않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도록 교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단죄의 대상이 과거지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모아서 벌 받을 건 단죄하고 사면할 건 하고 어느 시점이후론 새롭게 출발하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디 준법감시위원회와 이를 감시하는 전문심리위원이 다시는 삼성이 죄를 짓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주기 바랍니다. 동시에 외부의 부당한 압력도 막아내서 삼성이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하게 해주길 기대합니다.

만약 이런 감시체제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또다시 정경유착을 한다면 그땐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삼성 연속극의 이런 속편까지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조은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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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전반을 취재합니다. 세상의 기술(技術)을 기술(記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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