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신격호 별세] 신문팔이로 시작해 재계 5위 롯데 일군 경영신화

평생 소박한 삶...책임과 약속, 신뢰 강조
유지승 기자

롯데 신격호 명예회장 젋은시절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신문팔이를 하며 사업의 꿈을 키우며 맨 손으로 롯데를 키운 경영신화적 인물이다.

고인이 된 신격호 명예회장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하는 그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때도 혼자서 직접 서류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 회장들과 달리 사무실 크기가 작고 장식도 아주 소박했다.

대기업 회장으로서 색다른 모습인데, 이는 워낙 화려한 것을 싫어하는 신 명예회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그의 생전의 어록과 원칙.

◆"현장에서 고객, 동료, 협력사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라"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에 건너가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학했을 때의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떤 경우에도 우유 배달시간이 워낙 정확해 유명했다고 한다. 소문이 나다보니 주문이 늘어나 배달시간을 못 맞추게 되자 신 명예회장은 자기가 직접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남다른 책임감을 보이기도 했다.

배달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아르바이트가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것이다. 신 명예회장의 이러한 모습에 반한 일본인이 선뜻 사업 자금을 내주었다고 한다. 신 명예회장의 신용과 성실함이 오늘날 한국과 일본에서 굴지의 기업이 돼 있는 롯데의 첫 자산으로 지목된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


신 명예회장은 평소 기업이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를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며, 자신의 책임인 만큼 기업을 신중하게 경영하고, 최선을 다해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감 없는 무모한 투자는 종업원들이나 협력업체에게 피해를 줄뿐 아니라 국가적인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늘 언급해 왔다. 보수적 이미지인 롯데의 신중한 투자 방침도 이러한 책임경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개점 기념식에 참석한 신격호 명예회장(가운데)과 그의 둘째 아들 신동빈 회장(맨 뒤) 1991.05.04.

◆"현장에서 고객, 동료, 협력사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라"

한국과 일본을 한 달씩 오가며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친 신격호 명예회장은 한국에 오면,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혹은 롯데호텔의 현장에 불쑥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매장을 둘러보면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친절한지, 청소는 잘됐는지, 안전 점검은 잘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현장경영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신 명예회장의 무차입 경영 원칙은 IMF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으면서 한 층 더 빛을 발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90년대 후반 IMF 사태를 겪으면서 과다한 차입 경영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과거 잘 나가던 기업들이 지나친 차입 경영 탓에 안위와 존망을 위협 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롯데는 신 명예회장의 무차입 경영 원칙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이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고 오히려 그룹의 역량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사업 역량을 집중해야"

신 명예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자주 강조했던 이 말은 롯데그룹의 경영특징을 잘 대변해 준다. 제품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애정은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실패를 모르는 기업인’이라는 애칭을 붙게 할 정도였다.

잘 모르는 사업을 확장위주로 방만하게 경영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되므로 신규사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것이 신 명예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또한, 신 명예회장은 생전에 "한국의 장래를 깊이 생각하며,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관광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관광보국(觀光報國)의 신념으로 투자 회수율이 낮으며,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관광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관광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내 최초의 독자적 브랜드의 호텔을 건설하고 세계 최대의 실내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롯데월드타워를 세계 최대의 관광 명물로 만드는 것이 평생의 소원"

신 명예회장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갈수록 준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부터 그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도록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밝혀왔다.

이에 신 명예회장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 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지어 새로운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외화가득률이 90%가 넘는 관광산업은 21세기의 전략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는 안목이었다. 이 같은 신 명예회장의 꿈은 그의 둘째 아들 신동빈 회장의 손에 의해 완성됐다.

2017년 3월 개장한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20번의 디자인 수정과 6년이 넘는 건설 기간을 거쳐 완공됐다. 이는 신 명예회장이 1987년 부지를 매입해 사업지로 선정한 지 30년 만으로, 숙원사업이 대를 이어 완성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브랜드의 세계화에 관심을 가져야"

롯데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글로벌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의 글로벌 사업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롯데’라는 브랜드가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출한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서도 ‘롯데’는 참신하다는 이미지로 각인돼야 하고 이를 위해 ‘롯데’ 브랜드가 믿음을 주고, 창조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브랜드 경영에 힘써 달라고 늘 당부했다.

그는 "CEO는 회사가 잘 나갈 때일수록 못 나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 반대로 실적이 악화될 때는 훗날 좋아질 때를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신 명예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강한 신뢰로 일을 맡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칭찬은 드물었다. 이는 칭찬으로 임원들이 안일한 마음을 갖게 되어 방만한 경영을 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늘 스스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좋은 기회를 탐색하고 실적이 좋을 때는 어려울 때에 대비해 준비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유지승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