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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월세만 오른다" 개발 손사래치는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

김현미 장관 "주민 존중한 최초 개발" VS 원주민들 "월세 오를까 두렵고 무섭다"
쪽방촌 재개발 발표에 쪽방촌 주민들과 공인중개업소들 희비 갈려
주재용 수습기자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는 서울 영등포 쪽방촌 골목 모습.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는 50년 된 '쪽방촌'이 있습니다. 20일 기자가 찾은 쪽방촌에는 널브러진 전선들과 지저분한 낙서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골목 곳곳에 플라스틱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벽에는 '오줌 금지'와 '셋방 있음'이라고 적혀있는 종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회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이모 씨(64)는 "이번 정부의 쪽방촌 재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쏟아냈습니다.

쪽방촌에 거주한 지 15년 가까이 됐다는 이씨는 "예전에도 재개발한다고 발표하고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보도했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오히려 월세 값만 오를까봐 두렵고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이씨의 말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과거에도 영등포 쪽방촌 일대를 재개발한다고 발표하자 외지사람들이 세입자 보상금을 노리고 이곳으로 몰려들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당시에 8만원하던 월세 값이 50% 뛰어 12만원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실제 쪽방촌 임대료는 현재 3.3㎡당 10만~20만원 수준으로 강남 고급주택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관련 사업들은 추진됐다가 좌초되기 일쑤였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에는 토지주를 중심으로 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했다가 주민 이주대책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영등포 쪽방촌에서 아들과 함께 10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조상일(50)씨의 반응도 이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씨는 "이제는 정치권이 하는 말 못 믿겠다"며 "사람이 살만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재개발해주면 좋지만 신뢰도 안 가고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앞서 이날 오전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변창흠 LH 사장, 김세용 SH 사장이 참석해 '영등포 쪽방촌 정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쪽방촌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을 포함해 모두 1200가구 규모의 주거촌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인데, 김 장관은 "쪽방촌 주민을 존중한 최초 개발이 될 것"이라며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수혜자인 쪽방촌 주민들은 기대감은커녕 불신에 가득 찬 모습이었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쪽방촌 주민을 존중한 최초 개발이 될 것"이라는 장관의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시작 단계부터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남편과 함께 8년 전부터 이곳 영등포 쪽방촌에서 살고 있다는 안문순(68)씨는 "재개발 사업에 대해 주민들 의견을 묻거나 취합하지 않았다"며 "따로 지자체로부터 공지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쪽방촌에서 25년째 살고 있다는 이기섭(84)씨도 "방에만 있어서 그런지 재개발 관련해서 들어 본 적이 없다"며 "따로 주민들에게 재개발 관련해서 별도의 안내 같은 건 없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골목 곳곳에는 플라스틱 의자들이 놓여있다.

정부의 발표에 들뜬 쪽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쪽방촌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입니다. 아마도 쪽방촌 인근 주민들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쪽방촌 인근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영등포푸르지오 등 인근 주민들은 쪽방촌 때문에 타임스퀘어에 갈 때 육교를 이용하지 않고 뺑 돌아서 영등포 역사를 통해 갔었다"며 "영등포의 낙후된 이미지를 벗고 집값이 상승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쪽방촌 근처 B 공인중개업소는 "문래동 창작촌과 제2의 세종문화회관 건립 그리고 신안산선 개통과 맞물려 이번 쪽방촌 재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호재는 집값 상승은 물론이고, 적어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격 방어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쪽방촌 주민을 존중한 최초 개발"이 되기에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은 아닌지 씁쓸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주재용 머니투데이방송 MTN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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