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모기 물린 뒤 바르면 바이러스 막는 피부 크림

박응서 선임기자

모기에 물린 뒤 피부 크림을 바르지 않은 쥐가 셈리키포레스트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해당 생쥐의 뇌 영상 사진. 분홍색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도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리즈의과대학

최근 구충제가 암에 걸렸거나 비염 같은 다른 질병 치료에 사용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잘못될 우려도 많다.


하지만 암처럼 치료가 쉽지 않은 질병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충제를 복용해 치료가 됐다는 일부 사례에 많은 환자들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비염이나 알레르기 같은 일부 고질병에서도 구충제 복용으로 좋은 효과를 봤다는 일부 사례가 유튜브 등으로 공개되면서 더 확산되고 있다.


원래 약의 용도와 다른 효과를 내는 것을 사이드이펙트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보통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이드이펙트가 다른 질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아그라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한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에 효과가 커 용도를 바꿨다.


최근 영국 연구진이 피부 크림에서 이 같은 사이드이펙트를 발견했다. 사마귀나 피부암에 사용되는 피부 크림이 지카와 뎅기열 바이러스 같은 질병을 막는데 유용하다는 연구다.


모기에 물리면 바이러스 감염이 잘 일어난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의 대응 메커니즘 때문이다. 모기가 피부를 침으로 몸을 찌르면 물리적인 손상에 대해 상처 치료 메커니즘을 발동시키며 몸이 보호에 나선다. 하지만 이때 함께 침투하는 바이러스 같은 질병에 대해서는 대응을 거의 못한다. 그러다보니 모기를 통해 들어오는 바이러스에 대해 저항이 약해, 바이러스가 몸에서 빠르고 쉽게 번식하며 온 몸으로 퍼진다.


이런 특성을 알고 있던 영국 리즈 의과대학 연구진은 피부 크림을 이용해 모기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사람 피부 샘플과 쥐를 이용해 실험에 나섰다. 사람 피부에는 지카(Zika)와 치쿤냐(chikungunya) 바이러스를, 쥐에게는 셈리키포레스트(Semliki Forest), 치쿤냐, 부니아(Bunyamwera) 바이러스를 투입했다.


먼저 16명의 지원자로부터 피부 샘플을 얻은 다음, 실험실에 건강한 상태로 보관했다. 그리고 연구진이 각 샘플을 반으로 자르고, 둘 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도록 만들었다.


한 시간 뒤 연구진은 샘플 절반에는 피부 크림을 바르고, 나머지 절반은 그대로 뒀다. 양쪽 피부 샘플에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물도록 한 뒤, 절반에만 생식기 사마귀와 피부암 치료에 쓰이는 이미퀴모드 또는 알다라라 부르는 피부 크림을 물린 곳에 발랐다.


연구진은 이틀 뒤에 각 샘플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확산됐는지 확인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크림을 바르지 않은 피부가 바른 피부보다 70배나 더 많았고, 치쿤냐 바이러스는 600배 더 많았다. 특히 크림을 바른 피부는 어떤 바이러스도 밖으로 배출하지 않았다. 사람 몸이라면 바이러스가 더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쥐에게도 3개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실험했다. 먼저 셈리키포레스트 바이러스는 크림을 바르지 않은 쥐는 2주 뒤 생존률이 제로인 반면, 바른 쥐는 생존률이 65%였다.


치쿤냐 바이러스는 크림을 바르지 않은 쥐는 2주 뒤 70%가 발목 관절에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고, 크림을 바른 쥐는 30%만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다. 또 크림을 바르지 않은 쥐는 바른 쥐보다 90배나 많은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다. 치쿤냐 바이러스는 사람과 쥐에게 관절염을 일으킨다.


부니아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크림을 바르지 않은 쥐는 혈액에서 밀리리터당 감염성 바이러스 입자가 1만개인 반면, 크림을 바른 쥐는 100개 이하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피부 크림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부 크림이 대식세포라 부르는 피부에 있는 면역세포에게 바이러스가 몸에 퍼지기 전에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1저자인 클라이브 맥킴미 리즈 의과대학 박사는 “널리 쓰이는 피부 크림이 모기로 인해 감염 질병을 막는데 유용해, 용도가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무엇보다 크림이 특정 바이러스가 아니라 여러 바이러스에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구가 더워지면서 모기가 세계를 넓게 퍼지고 있어 모기 전염병 대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2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선임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