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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운용사가 촉발한 '펀드 환매 중단'…애꿎은 고객만 피해

'라임운용 사태' 여파…증권사, TRS 자금 전량 회수
운용사, 단기간에 자산 매각 어려워…'유동성 문제' 노출
알펜루트운용 "라임운용과 달라…수익률 저하 방지 위해 환매 중단 결정"
"저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면서 개방형으로 상품 설계한 건 잘못" 지적도
조형근 기자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또다른 자산운용사가 펀드 투자자의 자금을 제 때 돌려주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다수 증권사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한 운용사의 펀드 운용 자금을 일시에 회수하겠다고 요청한 여파다.

일부 증권사는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 이후 리스크(위험) 관리에 나섰고, TRS로 제공한 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번에 자금을 회수하기로 한 펀드에는 해당 증권사에서 판매한 사모펀드도 포함돼 있어, 판매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28일 환매 청구 주기가 돌아오는 개방형 사모펀드 '에이트리'와 '비트리', '공모주' 상품의 환매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환매가 미뤄진 펀드의 운용 규모는 57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추가로 다른 펀드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환매를 미루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2월 말까지 환매 연기 가능성이 있는 펀드를 26개, 약 1,817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이 환매를 연기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운용사에 자금을 제공했지만,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가 TRS 계약으로 지원한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하자 유동성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증권사는 TRS 계약을 통해 운용사로부터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게 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레버리지(leverage)를 일으켜 운용 규모를 늘려 수익률 제고를 노릴 수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이 자금을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전략을 활용한 만큼, 당장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최근 알펜루트자산운용가 운용하는 개방형 펀드에선 10% 넘는 대규모 환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펜루트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환매는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가 사모펀드 시황 악화로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는 의사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일괄 환매 청구에 기계적으로 응한다면 수익자간 형평성 훼손의 우려가 있어 환매 연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자산을 급하게 매각하면 수익률 손실이 불가피해,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어 환매를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대규모 환매 중단과 관련해 사과했다. / 사진=뉴시스

■ "증권사가 '환매 중단' 촉발" 비판 나와

일각에선 증권사가 펀드의 환매 중단을 촉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TRS 계약상 언제든 이를 해지하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갑자기 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운용사가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증권사가 TRS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건 앞서 라임자산운용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의 상황처럼 자금이 묶이거나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와 '부실 자산 투자' 등의 의혹으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자 1조원 규모의 펀드의 환매를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라임자산운용과 다른 투자 전략을 활용하는 운용사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메자닌(CB, BW)이나 무역금융에 투자한 라임자산운용과 달리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상장을 앞둔 비상장사에 투자하며, 모든 자산 리스트를 지난해 10월 이후 모두 공개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견조한 수익률을 내고 있음에도 일괄적으로 자금 회수를 요청하면서, 상환을 요청한 증권사와 고객이 돈 모두 묶이게 됐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한 상품에 대해 본인(증권사)은 자금을 회수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 "개방형으로 상품 설계한 운용사도 잘못" 지적도

운용사도 상품 설계에 대한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저유동성 자산에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상품을 개방형으로 설계해, 대규모 환매가 발생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다수 운용사는 비상장사의 주식이나 메자닌 등에 투자할 경우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개방형이 아닌 폐쇄형으로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고객이 폐쇄형보다 개방형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펀드를 개방형으로 구성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객의 환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운용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알펜루트자산운용은 모든 자산에 대해 회수 예상시기, 기준가 등을 정리한 뒤, 각 수익자에게 개별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알펜루트자산운용 관계자는 "환매 연기 이후 자금회수시 사전 환매 요청과 상관없이 모든 수익자를 동순위에 두고 대응할 것"이라며 "개방형 펀드이지만 청산을 목표로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컨더리 펀드 등에 적극적인 자산 매각을 진행하겠지만, 절대 낮은 가격에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규 자금 유치를 통한 투자 운용의 정상화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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