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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금감원의 DLF 심판, 금융권에 남겨진 숙제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2020/02/03 16:02



대규모 원금손실을 초래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영국의 '리보 스캔들'은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콕 집어서 말하면 은행 측의 방어 논리와 최고경영진의 말로다.

리보금리 조작 사건은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이 2005~2009년 리보를 실제보다 낮춰 보고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터져나왔다. 당시 밥 다이아몬드 최고경영자는 청문회에서 "금리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끝내 사임해야만 했다. DLF 사태도 은행 측이 "불완전판매로 최고경영진까지 처벌하는 건 과잉제재"라고 맞섰으나 통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결론은 '문책경고'라는 수장 교체급의 중징계 처분이었다.

은행 측 주장대로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가 펀드상품 판매까지 개입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이 점 때문에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억울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3년간 금융사 취업이 막혀 당사자로선 불명예일 뿐만 아니라 금융인으로서 사실상 은퇴할 수 밖에 없어서다. 현실적으로도 당장 손 회장은 다음달 연임이 불투명해졌고, 함 부회장은 차기 회장 도전이 물건너가게 됐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왜 '내부통제 부실까지도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초유의 판단을 내렸을까.

금감원과 은행이 격론을 벌인 제재심의위원회를 지켜본 복수 관계자의 말을 빌어 되짚어보면, 3차 마라톤 회의까지도 'DLF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는 주체가 없었다. 책임을 떠넘기는 지난한 핑퐁싸움 끝에 은행 쪽에서는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1억원 이상을 베팅한 고액 투자자까지 보호해줘야 하느냐는 논리였다.

물론 투자는 본인 판단과 책임하에 손실도 감수해야 하는게 맞지만 상품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피해를 유발한 건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실제 DLF 사태와 관련한 두 은행의 리스크 관리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원금손실 가능성을 숨기는가 하면, PB(프라이빗뱅커)교육은 유야무야한 반면 직원들 핵심성과지표(KPI) 관리에 치중한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고객 돈을 받아 안전하게 굴려서 수익을 돌려주지 못한 것 자체로도 은행의 명백한 '미션실패'"라고 일갈했다.

연장선상에서 금감원은 은행의 CEO가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어떤 통제도 하지 못한 책임에서 비껴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금융지주 회장은 수십억원, 은행장들은 1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자리다. 고액의 연봉은 엄격한 위험관리 능력과 판단력을 기초로 은행의 신뢰를 굳건히 해야하는 중책에게 주는 보상인 셈이다. 금감원은 DLF 사태의 불씨를 경영진의 방임과 자질 문제에서 찾았고 제2의 DLF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내부 관리에 실패한 수장은 물러날 각오를 하라는 금감원의 강한 경고는 선례로 남아 두고두고 금융사 경영진을 옥죄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지주가 당장의 수장 교체에 따른 지배구조 위기를 넘어 뒷일을 걱정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깊숙한 저변에는 다른 불안감도 뒤섞여 있다. 수장이 바뀌면 휘하의 고위 임원직이 줄줄이 물갈이되는 금융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유사한 위기를 겪어 자리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이번 중징계는 금융사에 큰 숙제를 남겼다. 당국의 제재 수위에 대한 법리 문제를 떠나 '금융회사에 대한 가장 큰 제재는 고객의 외면'이란 원칙 아래 상품 판매 프로세스와 리스크 관리 등의 자율적 경영 체계가 작동하는 지배구조를 갖췄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수익과 고객의 수익 사이, 그 알 수 없는 최선의 접점을 찾아갈 수 있는 지배구조 말이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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