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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파장 '초비상']④ 금감원 '판단 미스'?…우리금융 역공에 곤혹

중징계 불구, 경영진 체제 유지 선언…당국 제재 무력화 시도
'감독 부실' 책임론 역풍…'경영진 제재 과하다' 비판도
"은행 내부통제 부실, 경영진 철학 무관치 않아…통렬한 반성 필요"
김이슬 기자


[편집자주]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초비상에 걸렸다. 금융당국이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부른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결정하면서다. 지주 수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진퇴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는 일순간 혼돈에 빠졌다. 이번 사태는 고객 수익을 우선해야 하는 금융사의 본질과 책임의 범위에 대한 자문자답의 기회이자 반면교사의 계기다. 동시에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맞은 각 금융사의 고심의 원인과 후폭풍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제의 은행 최고경영진(CEO)에 중징계를 내린 이후 역풍을 맞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의 연임 지지 선언으로 금감원의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태세다. '당국의 감독 부실이 화(禍)를 불렀다'는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판과 'DLF 징계 적정성을 들여다보겠다'는 감사원의 압박은 금감원을 사면초가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전날(6일) 긴급이사회에서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이 나올때까지 당분간 손태승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금감원 징계 처분에 대한 불복인 셈으로 추후 징계통보를 받으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번 결정은 DLF 제재심의 최대 쟁점이었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최고경영진 책임 여부'를 둘러싼 법리다툼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DLF 중징계' 금감원의 무리수? … 은행의 '통렬한 반성'이 먼저

일각에서는 DLF 사태에 역대급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금감원이 과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경영진을 교체할 정도의 중징계 처분을 한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의 중징계 결정은 '내부통제 미흡의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수 있는가'를 두고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은행 측은 '내부통제 위반·실패'에 경영진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로 맞서왔다. 반면 금감원은 지배구조법 24조에 따라 내부통제를 마련해야 하고, 35조에는 이를 위반하면 임원을 징계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고 강조한다.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 자체로도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당국이 제대로 감독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 DLF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금감원 쪽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은행 암행 검사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도 통제하지 못한 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감사원도 다음달 금감원 감사를 통해 DLF 중징계 처분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당국 내부에서는 감독당국이 일을 잘했을 때는 티 안나고, 문제가 생기면 지탄받는 '힘들고 보람 없는 직업(Thankless Job)'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법리다툼 문제를 떠나 DLF 불완전판매 사태는 은행 경영진의 통렬한 반성이 먼저다라는 지적 역시 무겁다. 조사 결과에서 보듯 은행들은 판매 과정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을 숨기고, PB(프라이빗뱅커)교육은 제대로 못하고 직원들 핵심성과지표(KPI) 관리에 열을 올렸다. 최근에는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4만여개 계좌의 고객 비밀번호를 무단변경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 '지주사 전환' 후 비이자수익 압박 … 경영진 철학, 리스크관리 반영 '책임 상당'

일련의 부당 영업행위 과정에서 은행 최고경영진의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형은행 CEO가 펀드 판매에까지 직접 개입하진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건 사업운영 방향과 행태에는 경영진의 철학이 담기기 마련이다. 2019년은 우리금융이 지주사 전환이 닻을 올린 해다. 은행 비중이 97% 이상이고 자회사 포트폴리오가 약한 우리금융으로선 비은행 강화가 최대 과제였고, 그 일환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추진 선언이 잇따랐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이자 우리은행장의 경영철학은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돼 비이자 수익을 끌어올리려는 직원들의 비도적적인 영업행태의 기폭제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외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은행 CEO들은 철퇴를 맞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6년 미국 웰스파고 은행은 고객 동의없이 350만개에 이르는 '유령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팀 슬론 최고경영자가 사퇴해야 했다. 이후 웰스파고 은행은 현재까지 미국 감독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내부통제를 제대로 못한 경영진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감독당국도 국제사회와 비슷한 수준의 잣대를 대기 시작했는데, 사안을 받아들이는 이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관대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 중징계 받고 중도사퇴 '공식' 깨지나 … 당국과 마찰 불가피

DLF 관련 징계는 내부통제 미흡을 문제삼아 최고경영진을 중징계 한 첫 사례인 만큼 후폭풍은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번 징계가 선례로 남아 앞으로 동일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맞서는 측면도 있다. 경영진이 바뀌면 휘하의 임직원이 물갈이되는 금융사 특성을 감안하면 자리를 보장받지 못할 거란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을 상대로 반기를 든 우리금융의 정면돌파는 이례적이다. 이제껏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고도 직을 유지한 사례는 없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나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사례는 김정태 초대 국민은행장(2004년),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2009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2010년),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2014년),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2014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2014년)이다. 모두 당국의 징계결정 이후자진사퇴하거나 이사회 결정으로 해임됐다.

이런 우리금융의 불복 움직임을 두고, 연임을 강행한 이면에는 금융위원회의 일종의 '용인' 신호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 지분 17.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정부는 예보를 통해 여전히 우리금융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우리금융의 지주사 전환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당국 관계자는 "현안이 발생하면 신한,하나금융이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것과 달리 우리금융은 정부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며 "이번 결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연임을 강행하면 감독당국 마찰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리스크 부담을 짊어질 것을 알면서도 이사회가 연임을 결정했을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제재심 결과는 금융위의 최종 의결을 거쳐 해당 금융사에 통보되어야 효력을 가진다. 이번 제재는 경영진에 대한 제재와 은행 기관경고 제재가 맞물린 사안으로 한꺼번에 처리된다. 경영진 문책경고 처분은 금융감독원장의 전결사안이고 윤석헌 원장이 결재가 끝난 만큼, 금융위의 판단이 더해지지 않는다. 금융위는 기관 제재인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일부 업무정지 6개월과 200억원대 과태료 처분을 다음달 초까지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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