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후]"왜 나만 갖고 그래", DLF사태 후폭풍 일파만파
조정현 기자
[앵커멘트]
막대한 투자자 피해를 낳은 파생결합펀드, DLF 사태의 파장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습니다. 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물러나라, 우리금융은 못 물러난다, 소송 하자, 이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금융부 조정현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설마 은행이 금융감독원과 전면전을 하겠냐, 우리금융이 제재를 수용하면서 일단락되지 않겠냐, 이런 전망이 많았었는데, 이젠 전면전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독일 등의 선진국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이를 기초자산으로 수익을 내는 DLF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게 이번 사태죠.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만큼 해당 DLF를 많이 판 금융사들이 금융감독원 중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겠느냐, 이런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우리은행장을 겸직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하나은행장이었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더 이상 새 임기에 나설 수 없는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았는데요.
주목할 쪽은 당장 손태승 회장의 연임이 달려 있는 우리금융입니다.
중징계가 예고된 지난해 말에 이미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는데요.
최근에 이사회가 다시 손 회장의 연임 의사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놔서, 금감원과의 갈등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밝힌 셈입니다.
앵커2> 하나하나 당국 인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규제산업에서 이런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든데, 우리금융 입장에선 싸워볼 만 하다는 계산을 한 거겠죠?
기자> 우리금융은 시기적으로, 또 법적으로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손 회장 연임을 결정할 우리금융 주주총회가 다음달 24일인데요,
당국 예고대로 3월 초에 중징계가 확정되면 우리금융은 곧바로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용되면 제재 효력이 정지되니까 우리금융 시나리오 대로 주총을 통해 손 회장이 연임을 이어나가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금융위가 제재 확정을 주총 이후로 미루면 말할 것도 없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고요.
가처분이 인용되지 못할 경우가 문제인데,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은 후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우리금융 측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내부 통제에 대한 책임을 CEO에게 지우는 부분이 나와있지 않아 법적으로 이번 징계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3>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닐텐데, 당국과 이렇게 갈등을 빚으면 앞으로 경영에도 상당한 부담이 생기죠?
기자> 지주로 전환한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당국과 이런 마찰은 물론 부담입니다.
은행 외에 뚜렷한 대형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 비중이 80%입니다.
앞으로 증권과 보험 등 굵직한 M&A에 계속 나서야 하는데 향후 인수합병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M&A를 위해서는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자회사 편입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수치 이외의 부분, 즉 정성적인 부분도 상당히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로드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데요.
지금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인데,
당국과의 갈등으로 M&A 같은 경영 전반에 차질이 생기면 주가 반등에 도움이 안 되겠죠.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금융에 지분 17.25%를 갖고 있는 정부가 지분을 제값 받고 매각하려면 만 3,800원까지 주가가 뛰어야 합니다.
앵커4> 설상가상이죠? 우리은행이 고객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하는 사고를 치고도 이 사안을 당국에 감췄다, 이런 일까지 밝혀졌죠. 문제는 이게 2년 전 일이어서, 시점이 공교롭죠?
기자> 지난 2018년 5월부터 8월까지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에서 휴면계좌 고객 4만명의 비밀번호를 마음대로 바꿨다는 내용인데요.
이렇게 새로 활성화시키면 실적으로 반영됐다는 거고 우리은행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물론 있을 수 없는 행위를 우리은행이 저지른 것은 맞는데,
당시에 사태까지 파악해 놓고 아무런 징계도 안 하던 금감원이 이제 와서 다시 징계에 나선다고 하니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이 일을 놓고도 우리은행과 금감원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우리은행이 보고를 제때 안 한 것을 금감원이 경영실태 조사 때 발견했다, 우리은행은 아니다, 경영 실태 조사 때 우리가 먼저 보고했다, 이렇게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고객 자산을 제대로 보호 못한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또 그들을 감독해야 할 당국까지 모두가 책임, 의무를 방기하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면서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조정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