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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인터뷰⑤] 황윤 감독 "엄마돼지 세상은 폭 60cm"...밀집 축산의 비극

유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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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보트에서 만난 지식인들 시간입니다. MTN은 9명의 지식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사회, 경제, 환경, 산업적 문제를 짚어보고,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적 통찰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① '1세대 환경운동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②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③ 조천호 대기과학자, 경제 산업 흔드는 '기후위기'
④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쓰레기 섬의 위협'
⑤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 공장식 축산에 일침
⑥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 은희경,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
⑦ 글쓰는 의사 남궁인, 죽음 오가는 응급실에서 본 삶이란
⑧ 청춘들 열광하는 오은 시인,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
⑨ IT 전문가로 돌아온 전 이투스 창업자 김문수 대표

[MTN인터뷰⑤]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영화감독

질문>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통해 공장식 축산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그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요?

답>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10년 말부터 2011년 봄까지 있었던 구제역 살처분이었어요. 그때 소돼지가 350만 마리가, 서울 인구의 3분의 1이죠. 그 정도의 소돼지가 산채로 생매장 된 현실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때 아이를 한참 키우던 애기 엄마였는데, 애기가 좀 있으면 두돌이 되는때라 육아에 바쁠때였는데. 현실에선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아이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고기를 굽고 먹고 먹이는 것이 과연 맞는거가 하는 고민이 되기 시작한거에요.

그때 제가 처음 인식하게 됐던게 내가 살아 있는 돼지를 본적이 있었나?란 생각이 든거에요.그전까지 저는 돈가스 되게 좋아했고. 안주로도 돼지고기를 좋아했는데,막상 내가 살아있는 돼지를 본적이 없다는걸 인식하게 됐어요. 그게 제가 되게 충격이었어요. 내가 산돼지를 본적이 없구나. 그러면 그 돼지들은 다 어디서 어떻게 사육이 되고 있을까. 처음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한거죠. 그러면서 어떻게 키워지고 있는지. 아이엄마로서 아이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어떤 곳에서 어떻게 돼지를 우리가 주고 있는건가 생각이 들어서 돼지를 직접가서 봐야겠다. 사육현장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질문> 직접 농장에서 돼지를 보셨을 때, 꽤 충격적이었죠?

답> 먼저 말씀드리자면, 그때 제가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에서 보여주는 돼지가 사는 현장은 두곳이 나오는데 하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돼지들은 대부분 공장식 축산이라고 하는 곳에서 오거든요. 그런 공장식축산의 한 장면이 나오고 또 하나는 정말 돼지를 돼지답게 키우는. 돼지가 자기의 본성대로 살 수 있는 농장이 나와요. 저는 두가지를 다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돼지가 사는 곳에 갈 수 있던건 아니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제역 살처분으로 모든 돼지를 묻은 폐농장, 더이상 돼지를 키우지 않는 걸로 알고 갔던 농장들이 있었어요. 영화 초반에 나오는데 그 폐축사들을 갔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본게 바닥에 엄청나게 많은 약병들, 온갖 종류의 피부병약, 장치료제, 심장관련 약, 호르몬제 등 정말 많은 약병들이 있더라고요. 돼지를 밀집해서 키우다보니 건강하지 못하고 이런 약들을 일상적으로 투여받았구나. 죽기전에. 그러다가 전염병이 오면 면역력이 너무 낮으니까. 전염병에 쉽게 걸릴수밖에 없고 늘 살처분이 반복되는 이런 악순환이 비롯된 것이구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얘기하면 양돈하시는 분들이 왜 몇군데 돼지 농장을 본걸 갖고 일반화시키냐고 하실 수 있기 때문에 저도 말하기는 조심스럽죠. 제가 본 약병들이 모든농장에서도 그렇다라고 일반화시킬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약병들을 봤던 거는 사실이고요.

질문> 돼지에게 투약되는 많은 약병들, 충격적인데요. 또 어땠나요?

답> 그 다음에 두번째 충격은 악취였어요. 엄청난 악취. 문을 열었더니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상하지 못했던 악취가 있었는데 그거는 돼지가 더러운 동물이어서가 아니고요. 돼지는 실제로 작은 농장에서 보니까 굉장히 깔끔한 동물이에요. 자기가 자는 곳에 절대로 배설하지 않고 완벽하게 분리해서 살 정도로 깔끔한 동물인데 좁은 곳에 밀집해서 키우다보니 그런 악취가 날 수밖에 없는거고. 그런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찬 곳에서 돼지가 건강할 수가 없겠죠. 그 악취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엄마돼지들, 여자돼지들 가둬놓는 강금틀이었어요. 스톨이라고 하는데 자기몸에 딱맞는 폭 60cm 길이는 2m, 돼지 한마리가 들어가면 딱 맞는 그런 강금틀에서 여자 돼지를 가둬놓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하는. 앉았다 일어났다 외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한바퀴 돌수조차 없는. 그런 강금틀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충격받았어요. 너무 안스럽더라고요. 돼지들이 감성이 넘치거든요. 또 모성애도 굉장히 강해요.

질문> 이런 위험들을 봤을 때,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축산 환경을 바꾸는 것이 시급해 보이는데요. 동물복지축산, 과연 가능할까요?

답> 영화 만든 이후에 못다한 이야기는 '사랑할까 먹을까'란 책을 쓰게 됐는데 그 책을 쓰면서 자료를 보다보니, 2017년도에 우리나라에 핀란드 농업환경 장관이 오셔서 말씀하시기를.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동물복지축산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는데, 이 이후 AI와 같은 전염병 발생률이 제로에 가깝게 됐고, 살처분이나 이런걸 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난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생산성이라고 하는 것은 농장에서 동물들이 병에 걸려서 죽는 비율이 떨어졌다는거죠. 국내 양돈농장, 축산농장에서 알아야 할게 폐사율이 상당히 높더라고요. 열악한 환경, 자연스럽지 않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가축들이 살다보니까 밀집사육되면서 여러가지 질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고, 아파서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거든요. 핀란드는 그런 동물복지 축산으로 전환하면서 돼지가 아프지 않게 되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낸 모범적 사례입니다.

우리나라가 공장식 축산에서 좀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연민도 크지만, 그걸 넘어서 우리에게 오는 피해가 너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축사 주변에 사는 분들의 피해도 큽니다. 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것은 도시인데, 축사는 대부분 농촌에 있잖아요. 그리고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있을거아니에요. 이 악취로 인해 엄청나게 고통을 많이 받고있어요.

질문> 과도한 축산으로 인한 가축의 분뇨도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요?

답> 그럴 수밖에 없는게 한국사람이 먹는 돼지가 1년에 1500만 마리 가까이 된다고 알고 있거든요. 돼지가 1500만 마리, 한우 고기용 소가 70~80만 마리, 닭이 8억마리, 도시 빼고 나머지 지역에서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토 면적 대비 너무나도 많은 가축을 사육하고 있는거에요. 분뇨로 인한 주변 주민들의 고통도 있지만, 땅이 너무 많이 오염이 되는거에요. 지금 제주도에서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돼지가 얼만큼인줄 아세요? 하루에 나오는 돼지똥만 2800톤이에요. 그걸 바다에 버리는 것은 금지가 됐어요. 2012년도에 국제적으로 금지가 되서 이 육지 안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 많은 분뇨를 해결할 길이 없는거에요. 그래서 숨골로 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도에 남한에서 나온 돼지똥만 4800만톤이 넘거든요. 소똥에 닭똥, 사람똥까지 합하면 이게 분뇨 하나만 봐도 사육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거에요. 우리가 알아야 할 것 같고. 육류와 건강의 문제는 이미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라고 하는 암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그룹에서 2015년 도에 밝혔는데 붉은 고기는 인공발암물질이다. 소시지, 햄, 베이컨 등 가공류는 1급 발암물질이다. 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어요. 그것은 인류가 담배나 제초제, 석면과 같은 동급이다라고 나온거거든요.

질문> 특히 공장식 축산에서 나온 육류가 더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나요?

답> 특히나 공장식 축산에서 나온 육류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것은 다양한 책들이 있는데 그 중에 존라빈스라고 하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재벌 가문의 후계자가 있었습니다. 그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외아들이었는데, 존라빈스가 삼촌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을 받고 그 원인을 보니까 인체에 육류가 해롭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유산을 하나도 받지 않겠다하고 달려나와서 쓴게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라는 책입니다. 번역이 그렇게 됐는데 원래 제목은 입니다. 미국인을 위한 새로운 석식이란 뜻인데, 지금은 한국에 제목이 바껴서 <육식의 불편한 진실>로 출간이 됐어요. 여기에 육식 안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아픈 원인이 심근경색이나 암이나 뇌출혈이나, 당뇨병이나 이런것들이 늘어나는 원인이 육류 섭취량과 무관하지 않거든요. 관련이 높거든요. 이런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이 돌때마다 끓여먹으면 괜찮다. 더많이 먹어달라고 하는것은 문제가 있죠. 이제는 육류 소비를 어떻게 하면 동물을 동물답게 사육을 하고 적게 먹고 제대로 키워서 채식을 하고 식생활을 해야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거든요.

질문> 지금 우리나라의 육식 환경, 어떻게 보시나요?

답> (우리나라는) 육식을 오히려 조장하죠. 지금도 이미 너무 많이 먹고 있는데.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돼지가 살처분됐어요. 그러면 정부에서 하는게 뭐냐면 더많은 육류를 소비해달라. 돼지농가 위기에 있으니 더 소비해달라고 육류소비 촉진을 하거든요.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라는 생각이들어요. 연천에선 시뻘건 강물이 흘렀어요. 돼지를 죽여서 살처분했는데 미쳐 다 묻지도 못하고 쌓아둔거에요. 몇 만마리를 시뻘건 물이되서 강에 흘른거에요. 너무 충격적이죠.

병에 걸리면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공장식 축산에서 가축에서 사육을 하고, 병에 걸리면 살처분하고. 살처분에 동원한 사람들은 트라우마로 자살하고. 또 살처분에 투여되는 국가예산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지난 10년 동안 4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살처분에 쓰였어요.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구조에요.

이제 우리가 육류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하는건 동물보단체에서 하는 것을 넘어서서 과학자들이 육류소비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기후위기 때문이거든요. 전세계 모든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보다 더많은 온실가스가 축산에서 나온다라고 이미 2006년도 유엔보고서에서 밝혀졌습니다. 또 다른 환경공학자가 그로부터 3년 뒤에 다시 한번 그걸 조사해보니까 18%도 많은데 51% 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전세계 온실가스 총량에서 축산 분뇨가 차지하는 양이 어마어마하다는거죠.

질문> 공장식 축산에 관한 영화를 찍고 채식주의자가 되셨다고요?

답> 네.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들면서 축산 현실을 알게 되면서 고기를 안먹게 됐는데 일단 건강이 달라졌어요. 제가 아토피를 평생 앓았는데 스테로이드연고가 없으면 어딜 못갈 정도로 아토피가 저를 괴롭혔는데 육류와 유제품 끊고 바로 사라졌어요. 너무 허무했어요. 식생활만 바꾸면 되는거 였는데. 고기를 많이 먹으면 피가 탁해지는게 그 영화(잡식가족의 딜레마)에서도 나와요. 고기를 먹었을 때 피와 채식했을 때 피를 비교해서 보여주거든요. 피가 완전히 달라요. 굉장히 탁하고 맑고, 가시적인 변화가 오는거죠.

질문> 오늘 강연 보니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답>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문의가 있습니다. 강연에 부르시니까 가고 있는데, 그만큼 관심이 끊이질 않더라고요. 저도 영화만들고서 벌써 지금 2015년도에 극장에서 개봉했거든요. 영화를 4년 4개월에 걸려서 만들었고. 2015년도에 개봉을 해서 보통 1~2년을 상영을 많이 다녀요. 근데 이게 벌써 5년 다 되가거든요. 그런데 점점더 관심이 많이 가는 게 느껴져요. 사람들이 이렇게 까지 육식과 먹거리 문제, 축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담 : 유지승, 촬영·편집 : 심재진, 그래픽·자막 : 황미혜·박혜경]



유지승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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