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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인터뷰]전기차 폐배터리의 변신은 무죄…야외활동의 친구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 인터뷰, 전기차 폐배터리로 파워뱅크 만든다
전기차 재활용 가성비 높고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에 필수
권순우 기자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는 2367만대입니다. 1년 동안 181만 1천대가 신규로 등록됐습니다. 폐차된 자동차는 98만대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차가 만들어지고 사라집니다.

자동차는 우리 삶에 매우 유용한 교통 수단입니다. 그러면서 환경에 매우 부담을 주는 상품이기도 합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운행을 할 때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의 주범 질소산화물을 내뿜습니다.

재활용은 자동차에 의한 환경 부담을 더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번 사용한 부품을 재활용하면 부품을 하나 더 생산할 때 사용하는 자원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친환경차는 중고차'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부품을 재사용하는 것을 재활용이라고 한다면 ‘새활용’이라는 개념도 도입되고 있다. 새활용은 일정한 공정을 거쳐 기존에 사용했던 용도와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의 새활용은 새로운 시장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재활용은 어느 정도 정비가 돼 있는데, 새롭게 등장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아직 재활용, 새활용 방안이 없습니다.

폐차, 재활용 사업을 해온 굿바이카 남준희 대표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해 휴대용 고용량 배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폭 확대될 전기차 새활용 방안과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굿바이카 기술연구소를 방문했습니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이사

권순우 기자: 전기차 폐배터리를 가지고 뭘 개발하고 있나요?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 전기차 폐배터리를 새활용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보통 재사용은 처음 만들었던 제품을 목적 그대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굿바이카는 전기차에 쓰인 배터리, 모터로 다른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선 전기차 배터리로 야외에서 쓸 수 있는 소형ESS, 고용량 배터리(파워뱅크)를 3월말 쯤 양산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는 태양광 가로등인데, 전력망에서 완전히 분리된 형태입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를 활용해 만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전기차용 모터와 배터리를 활용해 친환경 전기보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굿바이카 파워뱅크

권 기자: 휴대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파워뱅크)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나요?

남준희 대표: 극단적인 사례를 보면, 야외에서 텐트 치고 놀다가 추워서 가스 스토브를 켰다가 질식해서 사망한 사건이 가끔 발생합니다. 가스 스토브를 켜면 매연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전기장판을 사용하면 따뜻하고 안전합니다. 하지만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럴 때 고용량 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은 집어등을 켜야 할 텐데 그럴 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파워뱅크를 만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시위할 때 쓰면 좋겠네, 야외에서 행사할 때 앰프 켤 때 좋겠네 하십니다. 우리가 야외에서 전기를 쓰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 휴대용 냉장고를 활용해 시원한 캔맥주를 마실 수 있고 야외에서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고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먹을 수도 있습니다.

권 기자: 파워뱅크를 활용하면 밖에서 얼마나 사용할 수 있나요?

남준희 대표: 2kwh입니다. 30와트짜리 LED등을 켜면 700시간을 켤 수 있습니다. 선풍기는 50와트 정도 되니까 200시간 켤 수 있습니다. 휴대폰 배터리로 보면 200대 분량은 됩니다. 그 정도면 야외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제품이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냐에 따라 다릅니다.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은 감이 올 겁니다.

태양광 가로등

권 기자: 태양광 가로등은 어떤 구상인가?

남준희 대표: 재작년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자연 폐차가 시작됐습니다. 자동차를 해체하면서 배터리를 꺼냈는데, 처음 폐차를 하는 거라 사용처가 없었습니다. 하이브리드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부피 대비 용량이 작습니다. 이동형에는 적절하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태양광 가로등을 떠올렸습니다. 태양광 가로등은 낮에 발전을 해서 밤에 쓰기 때문에 전기를 보관할 수 있는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고정형이고요.

태양광 가로등은 전력망에서 분리될 수 있습니다. 국내보다는 우리보다 전력망이 덜 깔린 해외에 수요가 더 많습니다. 동남아나 인도 등에 수출을 하려고 합니다.

권 기자: 어떻게 자동차 배터리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남준희 대표: 저는 자동차 해체, 재활용 사업을 오래 했습니다. 지금도 폐차장을 하고 있습니다. 생로병사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저는 항상 뒷부분을 봅니다. 사물을 볼 때 똥꼬부터 봅니다. 제품을 보면 사용 후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먼저 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이전에 비닐 수거 안한다고 해서 쓰레기 대란이 나기도 했잖습니까.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만들고 너무 많은걸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동차 재활용 업자로 중고부품, 중고엔진 등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전기차를 바라 본 겁니다.


전기차 모터

권 기자: 전기차에서 배터리 말고 또 활용할 수 있는 부품이 있나요?

남준희 대표: 배터리도 좋지만 전기모터도 굉장히 귀한 부품입니다. 코나, 니로 모터는 204마력 150kw로 산업용으로 치면 어마어마하게 큰 용량입니다. 전기차 모터를 활용해 배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친환경 선박 관련법이 통과가 됐습니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듯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고 구매를 보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국내에 운영중인 선박은 대부분 내연기관입니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합니다.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듯 선박도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권 기자: 왜 새활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남준희: 기후 위기잖아요. 우리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게 배출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EU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잖아요. 전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을 재사용, 새활용을 해서 만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훨씬 적습니다. 지구적인 차원입니다.

사업적으로 말씀드리면 배터리는 매우 비싼 물건인데, 새활용을 하면 훨씬 싸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 기아차의 자동차 배터리 품질 보증이 10년, 20만 킬로미터입니다. 자동차는 한번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 설계가 100%라면 80% 밑으로만 떨어져도 자동차에는 못씁니다.

파워뱅크는 짧은 시간에 다량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용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10년이 지나고 성능이 일부 감소해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10년은 더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적으로 가성비가 좋습니다.

권 기자: 미세먼지에 대한 책도 쓰셨지요?
(남준희 대표는 2017년 ‘굿바이 미세먼지’라는 책을 썼다)

남준희 대표: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의 세 번째 명령이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 가동 중단일 정도로 미세 먼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중고등학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미세먼지 개론서가 없었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뭔고 정책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한 책이었습니다.

권 기자: 원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남준희 대표: 재활용 업자니까요. 내 업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됩니다. 선진국에서는 내 업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남들은 하고 있는데 우리는 못하는 게 많아요.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자동차, 전자제품을 폐기하면 거기서 아연이나 알루미늄을 추출하고 정제해서 괴를 만드는 회사도 있습니다. 완전히 ‘도시광산’입니다. 우리는 거기까지 못 갔습니다. 우리가 많이 뒤쳐져 있습니다.

권 기자: 재활용 산업이 앞으로 많이 커질까요?

남준희 대표: 전기차, 수소차까지 앞으로 보급이 점점 빨라지겠지요. 보급이 되고나면 언젠가는 폐차가 될 수밖에 없잖아요. 배터리는 자동차에서 내와도 10년 이상 쓸 수 있고 모터는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점점 획득 가능한 수량이 늘어나고 이를 활용한 산업도 더 확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한국이 배터리 새활용에 경쟁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차에는 성능이 뛰어난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일본 도요타 하이브리드차에는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NiMH(니켈수소) 배터리가 들어가고 중국은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씁니다.

한국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같은 큰 배터리 회사가 있고 이를 활용해 현대, 기아차가 전기차를 만듭니다. 새활용 가능한 성능 좋은 배터리 공급이 다릅니다. 앞으로 5년만 지나도 배터리 새활용 산업의 수준에서 차이가 날 겁니다.

권 기자: 제도적인 측면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나요?

남준희 대표: 우선 전기차를 폐차를 할 때 수거하고 있는 배터리 처분 방안을 좀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기차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차량 등록을 말소할 때 배터리를 반납하도록 돼 있다. 배터리를 무단 폐기 할 경우 환경오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납 받은 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 배터리로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환경부에서 아직 처분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좋은 방안을 잘 만들기 위해 시간이 걸리는 것 같은데 속도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산업단지나 규제 특구에 우리 폐차장과 공장이 같이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 새활용 사업을 하려면 폐차장과 제조공장이 함께 있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폐차장은 환경평가를 따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단 등에 입주하기가 힘들다)

다임러그룹의 컨셉카 비전 AVTR(Vision AVTR)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2020 CES에서 100% 재활용 가능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 재생 에너지만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자동차가 늘어나면 자원과 에너지 소비가 늘어난 다는 당연한 사실을 기술로 극복하겠다는 겁니다. 그것이 럭셔리 기술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나이키, 로레알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자원 재활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가 폐차가 될 경우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전기차와 재활용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동하면서 깨끗한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대안입니다. 만들 때부터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염두에 두는 순환 자원의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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