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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의 민낯]② 라임펀드 부실 '돌려막기'…수탁은행 '무용지물' 전락

'자전거래 금지 조항' 사모펀드 앞에선 '무력'
펀드 수익률 돌려막아도 수탁회사는 '깜깜'
허윤영 기자



[편집자주]최대 49인, 소위 돈 많고 투자 좀 한다는 '선수'만을 대상으로 한 사모(私募)펀드 시장이 민낯을 드러냈다. 독일·영국 국채금리와 파생을 섞은 고위험 상품 '파생결합펀드(DLF)'가 금융에 문외한 고객을 대상으로 선진국 예금상품인 양 팔렸고, 일부 판매사는 라임자산운용과 펀드 손실을 감추는 '사기' 행각도 벌였다. 탐욕이 빚은 참담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통렬한 반면교사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동시에 사모펀드 전체를 불신해 무차별 규제로 돌아서는 교각살우 역시 경계해야 한다. 지금의 판매사, 자산운용사의 구조적 문제점 뿐만 아니라 책임을 금융사에만 전가하는 듯한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도 조명해본다.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된 ‘라임 사태’를 보면 펀드의 자금과 투자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원인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억원의 펀드 자금이 버젓이 부실 펀드로 흘러갔는데, 이상 징후 등을 사전에 파악해야 할 수탁은행이 이를 감지조차 못한 것이다. 자산운용 시스템에 큰 구멍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태는 도마에 오른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논란 뿐만 아니라 수탁은행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실증이다.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축인 사모펀드 시장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수탁은행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뿔난' CI펀드 투자자, "다른 펀드에 편입될 수 있다는 사실 알렸어야"

라임자산운용 크레딧인슈어드(CI)펀드 투자자들은 25일 금융감독원에 신한은행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무역금융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CI펀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2,769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CI펀드는 자금의 상당부분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라임 플루토 FI D-1호, TF 1호 펀드로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1호부터 10호, 13호 펀드의 경우 자금의 27.8%가 라임 플루토 FI D-1호에 투자됐다. 나머지 20% 가량은 라임 플루토 TF-1호 펀드와 유로 장기채권에 투자됐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무역금융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던 펀드 자금의 절반이 생각하지도 않았던 엉뚱한 자산으로 흘러간 셈이다.

판매사인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이 당초 상품제안서와 다르게 투자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플루토 펀드의 환매연기 사태가 발생한 시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왔다”는 입장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다른 은행이 부실을 감지하고 판매를 중단했던 시기에 CI펀드를 판매했다는 점 △ 펀드 자금이 다른 펀드에 편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한 투자자는 “(신한은행 측에선) 펀드 기준가(펀드 수익률의 근거가 되는)가 갑자기 변동돼 사실을 확인해보니 CI펀드의 일부 자금이 플루토 펀드로 흘러간 걸 확인했다고 한다”며 “CI펀드 자금이 다른 펀드로 편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 감시의무 지닌 펀드 수탁은행은 결제만?

판매사의 책임과 별개로 펀드 자금을 관리하는 수탁은행(CI펀드 수탁은행은 하나은행, 기업은행)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수백억원의 자금이 뭉터기로 다른 펀드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감시의무를 지닌 수탁은행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 과정은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회사, 펀드 자금을 관리하는 수탁사로 역할이 구분된다. 투자자가 판매사를 통해 펀드를 가입하면 그 자금을 판매사나 운용사가 보관하는 게 아니라 수탁사로 예치된다. 수탁사는 운용사가 주식, 채권 등의 자산 매수를 지시하면 운용사 대신 결제 업무를 맡는데 보통 시중은행 수탁부서에서 이를 담당한다.

수탁은행은 단순히 자금 결제 업무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운용사를 감시할 의무도 있다. 자본시장법(제247조)에 따르면 펀드 운용사가 규정을 위반하면 수탁사가 운용행위의 철회 또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수탁은행이 운용행위를 감시하면서 펀드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방지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이 규정대로라면 라임자산운용이 CI펀드 자금 일부를 환매가 중단된 라임 플루토 펀드(FI D-1호, TF-1호)에 임의로 투입한 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자본시장법 제81조에선 운용사가 자사 펀드에 또 다른 자사 펀드 20% 이상을 초과해 투자하는 걸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 돌려막기, 이른바 ‘자전거래’를 금지한 조항이다.

하지만 CI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해당해 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사모펀드는 전문투자자의 영역인 만큼 공모펀드보다 규제 수위를 낮춰준 건데 해당 예외규정은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추진 과정에서 마련됐다. 수탁은행이 이번 사태에 법적 책임이 없더라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CI펀드가 판매된 시점은 지난해 4월 22일부터 8월 26일까지고, 약 30%에 가까운 CI펀드 자금이 플루토 펀드로 흘러간 시점은 같은 해 9월이다. 이 시기는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 검사를 진행하고 있던 시점이다. 수백억 원의 자금이 문제가 발생한 펀드로 흘러갔는데 수탁은행에선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판매는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은행, 사무수탁기구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큰 사고가 많이 나지 않는데 이번 라임사태에선 의아한 대목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규정상으로 잡아내지 못한 일종의 규제 공백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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