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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판교 게임家 '선택적 셧다운' 이후 풍속도...자진 출근·육아와의 전쟁

서정근 기자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이 앞다퉈 단기 휴가·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자 각 기업들은 직원들이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사내개발망에 접속, 게임을 제작할 수 있게 하는 등 업무효율 유지에 부심하는 양상이다.

제작 공정이 촉박한 개발팀들은 회사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으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출근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육아와 근무를 병행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중대형 게임사들이 휴가 혹은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으나 재정여건이 취약하고 제품공정이 촉박한 벤처게임사들은 위협을 감수하고 전사 정상근무 체계를 유지하는 양상이다.

서울 서남부에 입지한 대형 게임업체 A사는 직원 일부가 출근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개발자들이 회사에서 노트북을 대여해 자택에서 VPN을 통해 개발서버에 접속, 제작에 임하게 했는데, 업무 특성이나 팀 일정에 따라 '선택'해 출근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A사는 신작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해당 게임 제작 팀 외에도 일부 인력들이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출근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해 공동화한 판교밸리 일대


이 회사 관계자는 "라이브 대응과 서비스 유지를 위한 필수 인력, 신작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둔 일정 준수를 위해 출근하는 것이 불가피할 순 있다"며 "재택근무로 전환해도 큰 문제는 없으나 성과물 관련 피드백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함이 있고 업무 집중도도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이해는 가나 상황이 상황인만큼 출퇴근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이 기간 중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신천지의 수도권 거점으로 알려진 과천에서 멀지 않은 수도권 위성도시에 입지한 B사도 비슷한 경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B사는 신작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해당 게임 개발팀은 집중업무 기간에 해당하는 시기다.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는 판교소재의 C사도 해당 개발팀은 불가피하게 출근해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에 소재한 D사의 노조원들은 주요 업체들이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단기휴가로 전환하자 사옥 앞에서 "우리도 재택근무로 전환해달라"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회사 경영진들은 노조가 실력행사에 나서기 이전부터 휴무 도입을 논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순번을 짜서 3월초까지 3일간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이 기간 중 회사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직원들에게 3일간 유급 특별휴가를 지급해서 '칭송'을 받았던 E사는 휴가기간 중 구내식당을 정상운용한다. 필수인력만 남겨둔 것인데도 회사 규모가 워낙 큰 지라 이같은 형태로 운영이 이뤄진다.

흔히 재택근무는 '반쯤 놀면서 일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기업들도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어 마냥 느슨하게 일하긴 어렵다.

서울 서남권에 입지한 중견게임사 F사는 재택근무 중 팀별로 업무일정과 진척도를 공유하라는 취지로 근무관리 양식 샘플을 각 부서별로 하달했다. 30분 단위로 촘촘하게 일정 진척도를 기록하고, 내일 할일까지 기입하게끔 했다.

육아 부담이 있는 기혼자의 경우 집에서 일하면서 '육아'라는 짐까지 떠맡아 '2중고'라는 평이다.

어린이집 휴원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같은 고충은 기혼자 직장인들의 공통분모가 되어가고 있다. 재택근무에 임하고 있는 한 업계인은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는 거 보다 집에서 아이보는게 더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업무상 컨퍼런스 콜을 '비디오 콜' 방식으로 진행하는 곳도 적지 않은데, 함께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면서 아이를 안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일부 기혼자 직원들은 회사가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출근을 압박당할 상황이 아님에도 "회사 일이 급하다"며 유유자적 출근, 쾌적한 사무환경에서 업무를 보고 개인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매출감소나 업무공백을 걱정하는 사업주들, 급격히 변화한 환경에서 업무를 보는 종업원들의 고충이 적지 않은데, 이같은 고충과 고민은 그나마 양호한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대역병 시대'를 맞았으나 전 직원들이 정상출근해 근무하는 중소게임사들도 적지 않다.

G사의 사장은 "회사의 존립을 장담키 어려운 상황에,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수 없이 직원들을 출근시키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보건 수칙을 강조하며 조심해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는데, 미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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