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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재벌 4인방이 모두 원한 그 남자, 넥슨의 결전병기 되다②

돌고 돌아 넥슨 진영에 합류...오랜 방랑 끝내고 정착 여부 눈길 모아
서정근 기자







(관련기사☞ 게임 재벌 4인방이 모두 원한 그 남자, 넥슨의 결정병기 되다①)

박용현 프로듀서가 블루홀을 떠난 시기는 '테라'의 하락세가 거세진 때다. 김택진 대표에 이어 사람 좋기로 유명한 장병규 의장과도 결별하자 박 프로듀서를 둔 평가가 크게 하락했다.

장 의장은 박 프로듀서가 떠난 후 흥행작 부재와 자금난으로 고전했다. 초기 투자자들을 다독이는 한편 자금 유치를 위해 악전고투 했다. 장 의장의 '고난의 행군'은 박 프로듀서와 결별한 후 '배틀그라운드'의 흥행까지 6년여간이나 이어졌다.



박 프로듀서의 복귀는 1년여가 지난 2012년 11월에 이뤄졌다. 넷마블에 복귀한 방준혁 의장이 CJ게임즈 산하에 라다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개발 핵심으로 박 프로듀서를 영입했던 것이다.

방준혁-박용현의 결합은 제법 화제가 됐으나 장병규-박용현의 블루홀 창업 때와 비교하면 화제성이 떨어졌다.

넷마블이 '다함께 차차차'를 출시하기 한 달 전의 일로, 당시만 해도 '방준혁 천하'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기 어렵던 때다. '테라'의 하향세가 가팔랐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두 사람의 결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넷마블이 라다스튜디오를 2013년 4월에 전격 청산했다. 당시 넷마블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방준혁 의장이 PC가 아닌 모바일 플랫폼으로 RPG를 개발하기 원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박 프로듀서가 결별을 선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은 "게임은 휴대폰으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됐지만 당시엔 모바일 게임 전성시대가 열리기 전이었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엘리트 PC MMORPG 개발자들에게 휴대폰 게임 만들라는 것은 '존재의 이유' 자체를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 될 때였다.

박 프로듀서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방 의장과의 결별은 그의 평판을 더 저하시켰다.
일가를 이루고도 남을 중량감을 갖고 있으나 투자자와 오래 합을 맞추지 못하고 등을 돌리는 일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박 프로듀서에게 '게임업계의 여포'라는 이미지가 투영된 것도 이 시기다.

박 프로듀서가 또 한 번 재기를 모색한 것은 2013년 5월, 넷게임즈를 설립하면서다. 바른손이앤에이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이번엔 문양권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와 합을 맞췄다.

문양권 대표도 수완가이지만 김택진-장병규-방준혁에 비하면 저명성이 떨어졌다. 박 프로듀서의 개발 인생이 순탄치 않게 흘러간 탓이다.

넷게임즈가 제작에 돌입한 게임은 모바일 액션RPG '히트'다. 박 프로듀서가 고집을 꺾은 것이다.

그런 박 프로듀서에게 김정주 넥슨 회장과의 접점이 만들어졌다. 바른손이앤에이가 보유한 '히트'의 판권을 2015년 여름에 넥슨이 사가면서다.

그 해 겨울 넥슨이 '히트'를 출시했고, 이 게임이 국내 앱마켓 매출 1위에 등극했다. 넥슨 창사 이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 첫 달성 사례였다. 판교 넥슨 사옥에는 만세 삼창이 울려퍼졌다.

극적인 성공 탓에 박 프로듀서의 명성과 평판은 급속히 회복됐다. 박 프로듀서와 협업했던 넥슨 측 인사들이 "고생 많이 하면서 사람이 바뀐 것 같다"고 평하기 시작했다. 개발자의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사업실무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등 유연해졌다는 것이다.

넥슨이 넷게임즈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간단치 않았다. 넷게임즈 1대주주 바른손이앤에이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넥슨은 넷게임즈의 차기작 '오버히트'의 판권을 160억원에 확보했는데, 이에 앞서 바른손이앤에이의 PC MMORPG '아스텔리아'의 판권도 사야 했다. 마치 결합상품처럼 말이다. 바른손이앤에이가 보유한 넷게임즈 지분 일부를 인수해 살을 섞는데 성공했으나 경영권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버히트'는 박 프로듀서가 몸담았던 블루홀이 만든 '테라M'과 2017년 11월 28일 동시 개봉했다. '테라M'의 서비스는 넷마블이 맡았다. '테라M'은 박 프로듀서가 만들었던 '테라'의 모바일 리메이크 버전이다.

'오버히트'와 '테라M'은 각각 넥슨과 넷마블의 간판 차기작 이었는데, 박 프로듀서와 과거 합을 맞췄던 게임 재벌들 간의 '스토리'를 감안하면 더욱 흥미있는 대립 구도였다.

초반엔 '테라M'이 앞서 갔으나 뒷심은 '오버히트'쪽이 좋았다. 박 프로듀서의 '판정승'으로 볼만 했다.

'오버히트'가 성과를 내자 넥슨의 태도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올해 연초에 선보인 '듀랑고'가 국내 흥행에 실패하자 적극성이 더해졌다. 결국 넥슨은 넷게임즈 지분 48%를 총 1842억원에 확보해 1대주주로 등극했다.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를 사서 볼륨을 키우는, 전형적인 '김정주 스타일'을 모처럼 보여준 것이다.

김정주 회장과 이정헌 대표의 시선은 넷게임즈가 개발 중인 '멀티히트'를 향하고 있다. '멀티히트'는 넷게임즈의 기존 게임들과 달리 모바일 MMORPG 장르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이 PC가 아닌 휴대폰이 됐지만 '리니지2'와 '리니지3'를 만들던 MMORPG 전문가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장르다.

'멀티히트'는 빠르면 2019년 하반기에 출시될 전망인데, 이 경우 엔씨의 '리니지2M'과 경합할 가능성이 있다. '리니지2M'은 박 프로듀서가 제작했던 '리니지2'의 모바일 리메이크 버전이다. 박 프로듀서 입장에선 김택진 대표를 상대로 '복수혈전'을 펼칠 기회가 되는 것이다.

박 프로듀서와 넥슨의 우호적인 관계, 맹장에서 덕장으로 변해가는 박 프로듀서의 면모, 상대적으로 자율권을 보장받는 넥슨의 문화를 감안하면 박 프로듀서의 '방랑'이 이번에야 말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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