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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한국GM 노사 법인 신설 갈등의 속내…‘노조의 영향력’

권순우 기자



한국GM이 또 다시 파업 전야에 들어갔습니다. 한국GM 노조는 1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열었는데 전체 조합원의 78.2%가 찬성했습니다.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쟁의신청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됩니다.

벼랑 끝에서 생존의 길을 선택한 한국GM 노사가 또다시 갈등을 빚게 된 것은 ‘연구개발 법인 신설’ 때문입니다.

한국GM은 지난 7월 연구개발 파트를 강화하기 위해 100여명을 추가 채용하고 독립된 법인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한국GM의 연구개발 부문은 한국GM이 생산, 판매하는 차량을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GM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콤팩트 SUV 제품의 개발 거점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연구개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디자인과 연구개발 부문을 분리해 신설법인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한국GM은 19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자동차 연구개발과 디자인을 전담하는 ‘지엠테크니컬센터 코리아’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GM 노조는 독립 법인 설립이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고 반대하며 파업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역시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연구개발 부문 분리 및 신설 법인 설립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고 오는 19일 열릴 주주총회에서도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연구개발 독립법인 신설이 한국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노조와 산업은행의 해석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10년 동안 사업을 유지하기로 약속을 하고 7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한 후 철수할 사업가는 없습니다. 또 호주GM의 경우, 생산과 연구개발이 통합돼 있었지만 철수를 할 때는 생산 부문만 철수를 했습니다. 반면 철수할 의지가 없는 중국GM은 연구개발과 생산이 분리돼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GM 연구개발 부문을 강화할 때 꼭 분리해 독립법인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도 한국GM 연구개발 부문은 한국GM 경영진이 아닌 글로벌 GM의 의사결정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립법인으로 만들면 의사결정의 효율성은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한국 정부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드시’ 독립 법인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GM 연구개발 법인 신설 갈등의 속내는 ‘노조의 영향력’입니다.

한국GM 노조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GM의 철수가 아니라 노조의 세력 약화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만 7천여명에 달했던 한국GM의 노조원은 군산 공장이 폐쇄되며 1만 2천여명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습니다. 여기에 3천명의 연구개발 직원이 빠지면 노조원 수는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조원 수에 비례해 노조 대의원수가 결정이 되는데, 노조 간부들 입장에서는 노조원이 줄어드는 것이 탐탁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파업을 할 때 생산, 판매뿐 아니라 연구개발 부문이 함께 해줘야 경영진 측을 더 압박할 수 있습니다.

법인이 분리되더라도 노조는 함께 운영될 수 있습니다. 분리가 되더라도 두 노조는 모두 금속노조 산하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하지만 연구개발 부문 직원들이 생산직 위주로 구성된 한국GM 노조와 의견을 같이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철수냐 생존이냐를 둔 백척간두에서 벌인 노사 협상에서조차 생산직 위주의 노조는 생산직에게 유리한 조건을 우선하고 연구개발직들에게 유리한 조건은 뒤로 미뤘다”며 “연구개발 부문이 분리 독립할 경우 의견을 같이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GM 경영진 측 역시 생산과 연구개발 부문을 분리해 노조의 영향력을 낮추고자 하는 속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GM 노조는 거의 매년 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GM의 연구개발 부문이 한국GM에서 생산, 판매하는 차종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파업으로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 그 부담은 한국GM의 몫입니다.

하지만 연구개발 부문을 강화해 글로벌 GM이 판매하는 베스트셀링차를 개발하다가 파업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차량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GM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법인을 분리하지 않고 글로벌 연구개발 업무를 맡길 경우 한국GM 노조 파업이 영향력은 더욱 커집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만의 문제라면 한국의 노사 문화를 감안해 GM 본사측에서도 어느 정도 감수를 하겠지만 그 여파가 전 세계 GM에 미친다면 한국GM 경영진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5월 생존을 위한 합의를 성사시켰습니다. 한국 정부도 한국GM 노사의 합의를 응원하며 수천억원을 출자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서로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멀어진 느낌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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