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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업계는 애타는데…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정부는 '느긋'

이행 강제력 있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소상공인 보호·자생력 강화 목표
중기 적합업종 만료와 재지정 사이 공백기간 '우려'
유찬 기자



"저처럼 매장 크기를 줄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죠. 주변에는 아예 폐업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서울 방배동에서 24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복씨(한국서점조합연합회 유통대책위원장)는 지난해 말 서점 크기를 절반으로 줄였다. 일하던 직원도 내보내 이제 매장에는 이씨 부부와 아르바이트생 한 명만 남았다.

그는 이미 서점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다.

온라인·대형 서점에 밀려 실적 악화에 내몰린 지역 서점은 설 자리를 잃고 문을 닫고 있다. '2018 한국서점편람'을 보면 2003년 3,589개였던 전국 서점은 2017년 2,050개로 42% 감소했다. 문구 매출이 10%가 되지 않는 순수 서점은 1,500여 개에 그친다.

◇ '강제성' 생긴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업계는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이 대기업 참여제한이 강화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보다 안정적인 경영 여건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정 완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존권 위협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은 지난해 말 시행된 제도로 대기업의 사업 개시와 확장 등을 제한해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풀리는 업종을 대상으로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이행 강제력이 없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달리 위반 시 벌칙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처벌 규정을 둔 것과 민간 합의로 운영되던 것에서 정부가 직접 지정·고시 업무를 맡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은 지난 2016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 이외 기업 신규 진입자제', '중소기업 이외 기업 신규 출점 시 초·중·고 학습 참고서 18개월간 판매금지' 등의 권고사항을 적용받으면서 최소한의 산업 보호가 가능했다.

오는 28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돼 법적 울타리가 사라지는 서점 업계는 최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 최장 15개월 '공백 기간'이 문제

문제는 지정까지 걸리는 시간.

생계형 적합업종은 소상공인 단체 추천 요청→동반성장위원회 지정 추천→중소벤처기업부 지정 심의 요청→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거쳐 중소벤처기업부가 최종 지정·고시하는 과정으로 지정된다.

동반성장위원회 추천 과정에 최대 9개월(6개월·3개월 연장 가능), 심의위원회에서 최대 6개월(3개월·3개월 연장 가능)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서적업은 동반성장위원회 추천과 심의위원회 통과 두 단계를 모두 남겨놓고 있어 중소기업 적합업종 만료와 생계헝 적합업종 지정 사이 최대 15개월의 공백 기간에 대기업의 신규 진입 및 출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동반위는 "이미 대·중소기업 간 합의를 마쳤던 업종인데 큰 문제는 없지 않겠냐"며 "대기업들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까지 진출 유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낙관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 역시 "심의 항목이 크게 영세성·보호 필요성·산업 경쟁력 영향·소비자 후생 등 크게 4가지에 세부 고려 사항은 더욱 많다"며 "전문적인 영역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남은 시간이 더 '험난'

앞으로 처리해야 할 업종이 점점 늘어날 것이란 점도 걱정거리다.

현재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외에 현재 자동판매기 운영업과 중고자동차 판매업 3개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마쳤다.

이외 자전거 소매업과 제과점업, 플라스틱 봉투,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이 다음주인 28일 동시에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다. 오는 5월 31일에는 기타식사용조리식품(이동급식)과 음식점업 7개 업종, 자동차전문수리업, 사료용유지 등 업종의 대기업 진입 자제 빗장이 풀린다.

이들 중 상당수가 생계형 적합업종 전환을 계획하고 있어 동반위와 심의위원회 업무가 가중됨에 따라 신속한 처리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심의위원회 15명(대·중견·중소·소상공인 대표단체 추천위원 각 2명(총 8명) + 동반성장위원회 추천위원 2명 + 공익위원 5명(통상·산업·소비자후생 등 전문가))이 각기 성격이 다른 업종의 심의를 모두 도맡아야 해 산업별 핵심 쟁점을 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다.

중기부 관계자는 "심의 전 업종별 실태 조사 등에 업계 분들을 모시고 최대한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소상공인에게는 매 순간 '골든타임'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보다 이들의 취약한 자생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온라인과 대형 서점에 밀려 한번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역 서점의 몰락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15개월의 공백이 소상공인에게는 다시 일어서기 힘든 타격을 받는 기간이 될 수도 있다.

'3년 전 합의했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접근보다는 한시라도 빠르게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 절차를 마치려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유찬 기자 (curry30@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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