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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흔들리는 양대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칼자루 쥔 국민연금 역할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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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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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주주총회 중 단연 관심을 모은 건 수난 시대에 빠진 양대 국적 항공사들입니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들의 결의로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는데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라는 평가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에 빗장을 풀어줬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가 나흘 만에 다시 적정을 받아내며 주식시장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재무제표를 수정했더니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는데 내일 주총에서 주주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들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산업부 조은아 기자와 증권부 박소영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1>
먼저 어제 대한항공 주총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그룹 총수가 주주에 의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사상 초유의 일이잖아요?

조은아 기자>
네. 어제 대한항공 주총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으로 주목받으면서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고, 또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시작부터 분위기가 험악했습니다.

주주들 간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며 아수라장이었는데요. 잠깐 현장 분위기 보시겠습니다.

[채이배 / 국회의원(주주대리권 행사) : 조양호 회장이 5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는 문제, 그리고 퇴직금...]

[뭐 하는 거야 지금? 퇴장시켜 퇴장.]

[우기홍 / 대한항공 대표 : 주주님 재무제표와 상관없는 발언은...(재무제표와 관련된 사항들이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은 주총 시작 40여 분 만에 부결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요.

연임을 위해선 의결 주식 수의 3분의 2인 66.7%가 필요한데, 찬성 지분은 64.1%로 2.6%가 부족했습니다.

보통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과반수 찬성만 확보하면 되는데, 대한항공은 외부 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99년 조양호 회장이 취임하던 당시에 이사선임 요건을 강화했었거든요.

그게 20년 만에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게 된 겁니다.

앵커2>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데에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국민연금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과정은 어땠나요?

박소영 기자>
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의결권 행사방향을 사전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 추구나 성장, 투명한 경영 등을 이끌어내는 지침을 뜻합니다.

다만 결정이 어려운 사안일 경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찬반 여부를 정하고 있는데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서는 수탁위 안에서도 이견이 맞붙어서 이틀 동안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결국 주총일인 27일 하루 전날 조양호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수탁위는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실제로 그 의지가 관철된 만큼 앞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총회에서 뜨거운 키워드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내일은 한진칼의 주주총회가 예정돼있는데요.

여기서 국민연금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 안을 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질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앵커3>
조양호 회장의 거취를 두고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죠. 경영권 박탈이란 표현도 나오고 있는데, 의미와 함께 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조은아 기자>
대한항공 측은 "사내이사직 상실이며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며 강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대한항공 최대 주주인 데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이끌고 있어 그룹 경영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는 데다 국적 항공사의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라 대표로서의 대외활동은 힘들게 됐습니다.

일단 이번 사건은 갑질 문화의 치부를 드러낸 한진가 일가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재계에선 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아졌다며 한진가 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대한항공은 국민연금과의 이번 표 대결뿐만이 아니라 지주사인 한진칼이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의 견제를 받고있는 상황인데요.

KCGI가 '장기전'을 선언한 만큼 앞으로도 한진 경영권을 두고 계속 논란이 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노리고 공격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4>
박 기자, 자본시장 업계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주목하고 있죠? 기업들로선 앞으로 주주들의 권한, 권익에 더욱 신경 쓸 수 밖에 없을 텐데요?

박소영 기자>
네. 자본시장업계는 한국 주주문화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며 대체로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총수라도 도덕성이나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얘긴데요.

앞으로 주식회사를 만들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주주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관행이 변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외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져 경영 자율성을 해치거나, 지나친 주주정책으로 기업의 근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는데요.

주주권익 향상과 기업 경영 자율성 보장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공존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5>
내일 주총을 여는 아시아나항공 이야기를 안 해볼 수가 없는데요.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가 다시 '적정'을 받아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재무 상황이 얼마나 부실한지가 드러났잖아요.

조은아 기자>
네. 맞습니다.

감사의견 '한정'으로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몰렸었던 만큼 '적정'을 받아내면서 급한 불은 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난해 실적이 두 차례 대폭 수정됐는데요.

일단 숫자만 봐도 지난해 실적은 상당히 부진합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 1,834억 원, 영업이익은 282억 원으로 정정됐는데 적자 폭은 2,000억 원 수준까지 확대됐습니다.

영업이익은 한정 의견을 받았을 때보다 68% 감소했고, 지난해 순손실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부채비율도 당초 공개했던 수치보다 증가한 64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삼일회계법인이 지적했던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 충당금과 마일리지 충당금을 추가로 반영했고, 에어부산을 관계기업이 아닌 종속기업으로 분류하면서 비용이 누락됐거나 적게 잡았던 부분 등을 바로잡았던 영향인데요.

두 차례나 재무제표가 크게 바뀌게 됐기 때문에 업계에선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내일 주총장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6>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한진칼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죠. 주가 흐름에 대해서 한번 짚어주시죠.

박소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26일 감사의견 '적정'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시아나 항공의 신용 등급 하향조정이나 차입금 상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인데요.

26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장 초반부터 내리막을 걷다가 전 거래일 대비 14.98% 떨어진 3,435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거래량은 거래정지 전 마지막 거래일(21일) 대비 약 38배 늘어났고요.

모 기업인 금호산업도 25.91% 급락한 9,150원에 마감했습니다.

반면 대한항공의 경우 조 회장의 연임 실패를 오너리스크 해소로 받아들인 탓에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어제(27일) 대한항공 주가는 개장 후 보합권에서 등락하다가 10시께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장중 한때 상승률이 5%를 웃돌기도 했다가 전 거래일보다 2.47% 오른 3만 3,2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우선주인 대한항공우(4.78%)와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1.92%), 지주사 한진칼(0.39%) 등 다른 계열사 주식도 상승 마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전환으로 향후 한진그룹 전반에 대한 변화의 기대가 살아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과 한진, 조원태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 남아있어서 단기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재무구조 개선 등 향후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긴 호흡으로 투자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조은아 기자 (ech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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