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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박삼구 회장 지분은 왜 산업은행에 볼모로 잡혀 있을까?

박 회장 부자 지분 1천억원대, 이미 팔린 금호타이어에 담보로 설정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과정의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담보 제공
백척간두 아시아나 살려야 하는데 남의 회사 담보 제공에 속 태워
권순우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그룹의 지배회사,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며, 5천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줄 것을 산업은행에 요청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파문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조원이 넘는 채권을 상환 혹은 재발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 일가가 제공하는 금호고속 지분은 처 이경렬씨가 보유한 지분 3.1%, 딸 박세진씨가 보유한 지분 1.7% 등 총 4.8%입니다.

최근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지분 가치를 추산해보면 약 141억원 가량 됩니다.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의 담보비율은 약 50% 정도 됩니다. 70억원 정도 빌릴 수 있는 수준의 담보라는 거지요.

그러면서 박삼구 회장과 아들 박세창 사장의 지분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분가치는 1541억원 가량 됩니다. 하지만 박회장 부자의 지분은 담보로 제공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금호타이어 대출에 대한 담보로 묶여있기 때문입니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중국의 더블스타에게 넘어간 상황. 그런데 왜 박삼구 회장 부자는 아직도 자신들과 상관없는 금호타이어가 받은 대출에 대해 담보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2012년 자금난에 허덕이던 금호타이어는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대주주의 책임을 요구했고, 박삼구 회장 부자는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박 회장 부자가 담보로 잡힌 금호타이어 지분은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을 거치며 지배회사인 금호고속 지분으로 바뀌게 되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겪는데요.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박 회장 부자는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이미
담보로 잡혀 있으니 팔 수가 없었습니다. 박 회장은 당시 금호그룹의 지배회사였던 '금호기업'의 지분을 대신 담보로 제공했고 담보가 해지된 금호타이어 지분은 매각해 금호산업 인수에
썼습니다
.


그런데 금호기업은 이후 금호터미널
, 금호고속과 합병해 현재 금호그룹의 지주사인 '금호고속'이 됐습니다. 이것이 박삼구 회장의 지분이 금호타이어 대출의 담보로 잡혀 있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매각이 되면서 지금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대출에 대해 담보를 제공할 때는 대주주의 책임 경영 차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박삼구 회장 부자는 자신들이 1주의 지분도 없는 금호타이어를 위해,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를 위해 사재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넘어간 이후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대출에 대해 잡혀 있는 금호고속 지분 담보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대주주의 책임 경영 차원에서 제공한 사재이니, 책임질 일이 없어진 금호타이어에 더 이상 담보로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나름 합리적 이유에섭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대출이 상환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보를 해지하면 규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주인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담보를 해제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재무적으로 취약해지면서 채권단은 대주주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고 일가가 보유한 지분 전체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3년 안에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면 아시아나항공 자체를 매각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1천억원이 넘는 지분은 자신들과 무관한 금호타이어를 위해 담보로 잡혀있으니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담보는 아내와 딸의 지분 밖에 없습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대출에 설정된 담보를 해제해 줄지는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라며 "금호타이어 지원을 조건으로 설정된 담보 지분은 금호타이어측에서 채무상환 완료 시 해지되며, 풀리는 즉시 산업은행에 다시 담보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금호타이어가 빌린 대출을 다 갚을 때까지 기다리기엔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합니다. 그런데 전 재산이 남의 회사 대출에 담보로 묶여 있으니 박삼구 회장측으로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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