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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물컵 갑질'로 제재중인 진에어, 고 조양호 회장 상중 국토부에 선처 호소

'회사 위기 닥쳤으니 제재 풀어달라' 정부에 호소
국토부 "대책 미흡한데 회사 상황 고려해 제재 풀어줄 이유 없어"
김주영 기자

사진:진에어의 항공기가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회사가 위기에 놓였으니 이제 그만 제재를 풀어주십시오."


진에어 측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던 지난주 국토교통부에 '물컵 갑질' 사태 이후 받고 있는 제재를 모두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같은 요청은 8일 유선상으로 이뤄졌으며 발인이 끝난 다음날엔 공식 방문해 다시 한번 이런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에어는 지난해 8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물컵 갑질과 불법 등기이사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신규노선 취항과 새 항공기 도입 중단 등 강도높은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진에어는 국토부와 면담에서 "사내 고충처리시스템 구축 등 경영문화 개선 대책을 모두 이행했다"며 '고 조 회장의 별세로 회사가 위기상황인 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에어가 고 조 회장의 상중에도 불구하고 긴급히 제재 해제를 호소한 것은 다름 아닌 알짜 노선으로 꼽히는 '중국 운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항공회담을 통해 양국을 오가는 비행편이 주당 70회 가량 크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인천에서 베이징ㆍ상하이로 향하는 노선은 기존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국 항공사만 운항이 가능했지만 이번에 독점 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 입찰로 부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습니다.

금융투자업계는 9월 말 개항하는 베이징 신공항의 연간 여객 수송량이 4,500만 명을 넘을 전망이며 이번 운수권 증대로 확대될 중국노선 시장이 약 1,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 2일 중국운수권 배분 완료를 앞두고 모든 LCC가 신청을 했는데, 진에어만 배분에서 배제될 위기에 처하자 발등에 불이 붙은 겁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진에어의 대처에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정작 진에어가 제시한 경영문화 개선 대책은 미흡한데 회사가 위기상황인 점과 제재 해제간에 어떤 연관이 있느냐는 겁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진에어가 가져온 대책은 대부분 경영진 관점에서 제시한 것"이라며 "애초 제재가 경영진의 갑질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실제 직원들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할 만한 결과물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령 사내고충시스템을 만든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내고충시스템을 통해 사내고충이 얼마나 해결됐다는 사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직원들의 사회공헌 내역을 제출했는데, 이 역시 갑질 경영문화 개선과 연관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진에어는 경영문화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입장입니다. 진에어 관계자는 "법무실 신설로 준법경영 강화, 청바지 유니폼 변경 추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등 대책을 총망라했다"고 주장합니다.

내년이면 LCC가 기존 6개에서 9개 체제로 확대되면서 'LCC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변화에 발맞춰 제주항공 등 경쟁 LCC들은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하고 운항 노선을 다양화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8개월째 지속된 제재로 진에어 혼자만 발이 묶였습니다. 정부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회사에 대해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최대 2년간 신규 노선 취항을 금지하겠다고 한 만큼 제재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국토부는 "정부 입장에서도 제재를 오랜 기간 끌고 갈 이유가 없다"며 "당장 오늘 내일이라도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진정성 있는 대책을 가져오면 외부위원들 평가회의를 열어 제재해제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총수의 갑질로 인해 회사와 임직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에어로서는 사정이 다급하다는 점은 이해됩니다. 하지만 스스로 제재를 풀어줄 명분은 만들지 못한 채 고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인한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장례가 끝나자마자 찾아가 선처를 호소한 건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주영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주영 기자 (mayb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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