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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인증 신청도 못하는 수입차…고가 수입 디젤차 빈자리 누가 차지할까?

아우디폭스바겐 등, 환경과학원에 배출가스 인증 서류 제출도 못해
이진규 기자

뉴스의 이면에 숨어있는 뒷얘기를 취재기자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뉴스 애프터서비스, 뉴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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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입차 회사들이 5월이 되도록 2019년형 디젤 신차들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강화된 배출가스 인증 기준을 맞추지 못하다 보니 인증신청 서류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고성능 디젤차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급속히 늘려왔던 수입차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자동차 판매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됩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1>
수입차들이 신차를 못 내놓고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건가요?

기자>
통상 자동차의 연식 변경은 전년 말이나 연초에 이뤄집니다. 2019년형이라고 하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 정도면 출시가 됩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파사트 GT와 티구안, 아테온, A6 등 주요 디젤 모델들의 2019년형을 아직도 국내에 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형 디젤 모델들이 5월이 돼서도 출시가 안 되니 폭스바겐의 경우 올해 3월 한 달 동안 8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수입차 1위인 벤츠의 경우 A클래스와 CLA 모델이 올해 국내에 출시되기로 했지만 출시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차 출시가 안 되고 재고 물량은 바닥나면서 벤츠는 올해 1분기 1만3,000여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36% 감소한 실적을 냈습니다

BMW 역시 올해 초 인기 모델인 520d 등의 신형 디젤 모델들의 출시가 미뤄지면서 올해 1분기 8,000여대를 팔아 지난해보다 56% 줄어든 실적을 냈습니다.

수입차 업체들이 재고 부족을 겪으면서 올해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은 5만2,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나 감소했습니다.


앵커2>
이렇게 수입차업체들이 재고가 부족할 만큼 신차 출시를 못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수입차업체들은 배기가스 인증 기준이 강화돼 신차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배출가스 인증 기준을 실험실 뿐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도 시험하는 방식으로 인증 방식이 강화됐습니다.

기존 방식은 제조사가 실험실 내에서 최적의 상태의 차량을 검사해 실제 도로 주행 시 배기가스 배출량과 다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요.

그래서 지난해 9월부터 도입된 것이 국제표준시험방식이라는 이른바 'WLTP'와 실주행 검사인 'RDE(real driving emissions test)'입니다.

WLTP는 테스트 주행시간과 평균 속도, 최고속도를 기존 방식보다 늘려서 인증 통과를 더욱 까다롭게 했습니다.

또 기존에 실험실에서 리프팅 위에 올려놓고 배기가스를 측정했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 도로에서 주행하는 동안 배기가스를 측정합니다.

실제 도로에서 주행거리와 속도를 늘리면 배기가스가 더 많이 나오게 되는데 배출가스 허용 기준은 기존처럼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당 0.08g에 맞춰야 해서 인증 통과가 더 어려운 겁니다.

배출가스 인증 시험이 복잡해지고 인증하고자 하는 차량이 몰리면서 지연되고 있다는 건데, 수입차업계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 : (기존에는) 실험실에서 그냥 돌렸으면 됐는데, 지금은 실제 도로에서 나가서 몇 시간 동안 굴려야 되고, 인적 자원도 없고 차는 짧은 시간 안에 인증을 다 다시 받아야 하니까 몰리고 이런 것 때문에….]


앵커3>
수입차 업체의 주장을 들어보면 인증 시험에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인증이 지연되고 있다. 마치 우리 정부의 인증 절차를 탓하는 것 처럼 들리는데 어떤 건가요?

기자>
네, 수입차 업체들은 마치 우리 정부가 인증을 지연하고 있다는 듯이 주장하는데요.

확인해본 결과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교통 당국에 배출가스 인증 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수입차업체들이 국내에서 디젤 차량을 판매하려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배출가스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수입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배출가스 검사를 진행한 뒤 기준에 부합한다는 서류를 환경과학원에 제출하면, 환경과학원이 서류를 검토해서 인증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배기가스 배출량이 기준치에 육박하거나, 의심스러운 차량만 환경과학원이 재검사를 진행하는데, 재검사를 진행하는 차량은 10대 가운데 2대 정도라고 합니다.

대부분 서류로 인증을 해준다는 거죠.

수입차들이 서류만 제대로 준비해서 제출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3주 내에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유럽과 국내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동일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인증을 통과하면 국내에서도 문제없이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경과학원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보시죠.

[박상기 / 국립환경과학원 공업연구사 : 서류로만 검사하다 보니 관련 차대 번호, 그 차가 맞는지 안 맞는지, A라는 차 모델이 있는데 그 모델이 실제 시험 되는 데이터가 맞을 때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하고요. 거기에 따른 출력이라든지 부합하는지 안 하는지 기술적 자료가 포함되죠. 그렇게 신청하게 되면 문제없을 시는 민원처리 규정 관련해서 법률에 의해서 15일 이내에 처리가 되게끔 되어 있습니다.]

즉, 유럽에서 인증을 받지 못하다보니 국내에선 인증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4>
유럽에서 인증을 못 받으니 국내에도 디젤차를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이런 변화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배출가스 인증 기준이 강화되면서 유럽 디젤차의 생산·판매는 줄어들고, 대신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디젤차 위주인 유럽 시장에선 디젤 신차들이 잇달아 인증에 통과하지 못해 출시가 미뤄졌고, 신차 등록대수가 전년 대비 23% 이상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디젤 신차를 볼 수 없으니 올해 1분기 국내 수입차 중 디젤차의 점유율은 29%로 지난해보다 13% 떨어진 반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차의 점유율은 각각 6% 올랐습니다.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호근 /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결국 유럽에서 강화하고 있는 각종 디젤에 대한 배출가스 규정에 메이커들이 충분히 맞출 만큼의 어떤 기술력이나 메리트가 없어졌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향후 이런 분위기는 지속될 걸로 보입니다.]

디젤차뿐 아니라 수입차 전반적인 국내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약 10년 전 5%대에 불과했던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꾸준하게 상승해 지난해에는 16%대까지 상승했습니다.

특히 클린디젤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운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빅3를 형성해 왔는데요.

하지만 클린 디젤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인증조차 통과를 못 하고, 출시 지연은 물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현재 수입차의 점유율은 12%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디젤로는 더 이상 고성능과 높은 연비라는 강점을 지켜내며 환경기준까지 맞추는 게 이젠 불가능해진 상황이 됐습니다.

고가의 수입 디젤차를 선택했던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좁아진 반면 국내차 업체들은 성능을 향상시킨 신차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합니다.


이진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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