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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박영선 장관이 강조하는 '적기조례'가 무엇이길래?

황윤주 기자

사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좌)과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우)


"백년전 19세기말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마부들의 실직을 우려해 자동차를 말보다 느리게 다니도록 하고, 붉은 깃발을 든 마부들을 앞세웠던 영국의 '적기조례'(일명 '붉은 깃발법')를 잘 아실 겁니다. 이로 인해 영국은 자동차 산업을 먼저 시작했음에도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영국의 '적기조례'와 같은 규제가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없는지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적기조례' 일화다. 박 장관은 이후 현장행보에서 계속 '적기조례' 사례를 강조하고 있다.

'적기조례'는 1865년 만들어진 영국법률로, 일명 '붉은 깃발법'이라고 불린다.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지만 규제 악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법안이 통과되기 약 40년 전(1826년) 영국은 자동차 실용화에 성공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니라 수증기의 열에너지에 움직이는 외연기관(증기기관) 자동차였다.

증기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속 6~11km 수준에 머물렀으나 실용화 노력으로 시속 30km까지 달릴 수 있게 됐다. 증기 자동차는 개발을 거듭하며 다인승 차량(버스)로 이용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증기 자동차 등장은 당시 마차산업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밖에 없었다. 증기 자동차 개발로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증기기관에서 뿜어내는 수증기가 공해를 유발한다며 반감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았고, 종종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등장하자, 마차 산업 관계자들은 정부에 증기 자동차를 규제해달라고 강력하게 건의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통과된 법이 '적기조례'다.

정확히 말하면 1861년 증기차를 규제하는 1차 법안 이후 이듬해 개정된 2차 법률을 말한다.

'적기조례'에 따르면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교외에서 시속 6km, 시가지에서 3km로 제한했다. 1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자, 기관원, 기수 등 세 사람이 함께 해야하는데, 특히 기수는 붉은 깃발(낮)이나 붉은 등(밤)을 들고 마차를 운전하면서 자동차를 이끌어야했다.

자동차를 마차보다 느리게 법적으로 규제함으로써 당시 신산업이었던 자동차 개발과 자동차 구매를 꺾어버린 사례다.

이 법안은 약 30년간 이어졌는데, 그 사이 독일과 미국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하고 자동차 산업 주도권도 빼았기게 됐다. 이와 함께 이동수단의 패러다임도 마차에서 자동차로 완전히 넘어왔다.

박 장관이 현장에서 '적기조례'를 강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대기업 저격수'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규제, 공정거래 등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법안을 다수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중기부 장관 임명 당시 업계에서는 정책 방향이 '규제 강화'로 기울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취임 후 '상생'을 강조하며 '적기조례' 사례를 함께 언급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독려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는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로 벤처업계를 담당하는 중기부 특성상 신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적기조례'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8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에서 인터넷은행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비판하며 처음 언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박 장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매번 '적기조례'를 언급할 때마다 박 장관은 기존 산업 종사자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고, 신산업은 적극 지원해야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기존 산업과 벤처업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앞으로는 양측의 갈등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절실한 시기다.

황윤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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