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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일본, 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에도 몽니를 부릴까?

한국조선해양 유럽,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에서 기업결합 심사 받을 예정
기업결합 심사 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받을 영향은 미미할 것
기업결합 심사 제도를 외교 문제에 악용할 경우 글로벌 신뢰도 저하
권순우 기자



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이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결합 심사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대우조선을 인수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입니다. 기업결합 심사 자체는 문제가 안될 것 같은데, 악화된 한일관계는 부담이 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한국 조선업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발주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끼리 경쟁을 하다가는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는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여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나아가 한국 조선산업의 공멸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유럽과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을 계획입니다. 가장 중요한 지역은 전체 수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입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기업결합 심사에 앞서 지난 4월부터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습니다. 일본과 카자흐스탄을 준비가 되는대로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지 기업 결합 심사의 취지를 살펴보면 탈락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기업결합심사는 두 개의 기업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시장의 자유로운 가격, 수량, 품질 등 거래 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점검하는 제도입니다.

일본조선공업회 사이토 유지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에 대해 “각국 공정 당국이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일본에서의 기업결합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했습니다.

사실 일본 조선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기업결합에 대해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기업결합은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키는 독과점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일본 조선사는 한국 조선사의 경쟁사지 소비자가 아닙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가 통합을 해서 경쟁력을 높아질 것 같으니 경쟁사들이 견제를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으로부터 받은 수주는 일부 LNG선과 해양플랜트가 있긴 하지만 비중이 작을뿐더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보다 삼성중공업이 많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이 일본 발주사의 협상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다면 탈락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은 정부 주도로 1970년대부터 두차례 합리화 조치를 통해 61곳이던 조선사를 1987년 26개로 줄였습니다.

2012년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재팬마린유나이티드를 만들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LNG 사업부를 합병해 MI-LNG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조선사들을 통폐합했던 일본이 한국 조선사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내로남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는 이유는 현지 법상 결합 대상 두 회사 중 한 곳이라도 현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27억 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 육상 원유 생산 플랜트를 수주 한 바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카자흐스탄 관련 수주가 전무하기 때문에 경쟁당국에서 둘의 기업결합을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유럽 결합 심사 역시 탈락할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조선업은 생산하는 제품이 개별 상품이라기보다는 한건 한건의 규모가 엄청나게 큰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글로벌 시황이 엄청나게 좋아서 발주사들의 마음이 조급하면 모를까, 발주사의 협상 주도권은 압도적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번 발주를 하면 수천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선주사는 슈퍼갑”이라며 “시장에서 플레이어 둘이 합쳐진다고 해서 자신들의 지위가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주사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주사의 협상력이 강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통합은 오히려 선주사에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 구매 등을 통합해 원가를 절감하면 선주사는 오히려 좀 더 저렴하게 발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제조업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통합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국제제조업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면 세계 조선소 수주 잔량 기준 21.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며 “독점 지위를 이용해 세계 조선 시장의 공정한 거래와 경쟁을 제한할 것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조선공업회와 마찬가지로 제조업 노조는 경쟁사의 일원일 뿐, 공정당국이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보호해야 할 소비자가 아닙니다.

한국조선해양은 한일 관계가 워낙 예민하게 돌아감에 따라 일본 경쟁당국에 아직 심사 신청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행여라도 향후 한국조선해양이 일본 경쟁당국에 기업 심사를 제출했다가 탈락하게 되면 악화된 한일 관계 말고는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결합심사 제도를 외교적인 무기로 쓴다면 글로벌 조선업계에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수주 잔량이 중국과 한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조선업체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데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결합 심사 제도 자체는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을 제한한데 이어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까지 제외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는 일본의 태도가 걱정이 되는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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