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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경제]이수만 없는 SM의 기업가치는 얼마?

SM 최대주주 지분 매각 논의 진행된 후 1년 동안 주가 150% 올라
개인회사 통해 매출의 6% 수취, 기관투자자와의 갈등 이어져
권순우 기자

에스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년 주가가 눈에 띄게 많이 오른 주식을 꼽으라면 SM을 꼽을 수 있다. SM은 K-POP을 대표하는 엔터회사로 HOT, SES, 소녀시대 등 1세대 아이돌을 비롯해 NCT, 애스파 등 최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룹들을 기획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SM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을 꼽자면 단연 이수만 총괄피디다. 이수만 총괄피디는 한국 최초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M의 이름 자체가 이수만 총괄피디의 이름을 따왔다.

최근 1년 SM의 주가는 165% 상승했다. 경쟁사인 JPY(51%), YG엔터(36%)에 비해 매우 높은 상승률이다. SM의 주가가 경쟁사에 비해 더 많이 오른 것은 지난해 5월경부터 제기된 매각설의 영향이 크다. SM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피디는 보유 지분 18.99%를 매각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SM의 훌륭한 아티스트, 지적재산권(IP)은 콘텐츠 플랫폼부터 미래 산업으로 각광 받는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IT 플랫폼 업체를 비롯해 콘텐츠 플랫폼 업체인 CJ ENM도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 됐다.

이미경 CJ 부회장. 뉴시스

지난해 말 SM의 주요 지분은 CJ ENM이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CJ그룹은 케이블, IPTV, 극장(CGV), OTT(티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콘텐츠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그에 더해 스튜디오드래곤으로 대표되는 드라마 제작 역량도 갖췄다. 그에 반해 음악 콘텐츠는 다소 약한 편이다. 프로듀스101 등을 통해 아티스트와 스토리를 융합한 기획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투표 조작 논란 등에 휘말리며 좌절되기도 했다.

CJ그룹은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이수만 총괄피디를 만나 지분 인수 관련 논의를 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도 케이팝에 매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년여를 끌어온 지분 매각 논의는 현재는 카카오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SM 최대주주 지분 매각에 최대 걸림돌은 다름 아닌 이수만 총괄피디다. SM은 매우 특이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수만 총괄피디는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회사내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고, 이사회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이수만 총괄피디가 100% 소유한 라이크기획을 통해 자문을 하고 있다.

출처. KB자산운용 주주제안 2019년


SM은 전체 매출의 6%를 라이크기획에 지불하고 있다. 이수만 총괄피디는 인세 형식으로 SM으로부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매출의 6%는 상당한 규모다. 지난해 3분기까지 SM은 약 3천억원의 매출,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리고 이수만 총괄피디의 라이크기획에 181억원을 지급했다.

최대주주의 100% 회사가 매출액에 대해 고정 비율로 인세를 받아가는 것에 대해 주주들의 반발이 크다. 인세는 따박따박 매출에 따라 나가는데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배당은 전무했기 때문에 불만은 더욱 컸다.

2019년 KB자산운용은 주주제안을 통해 라이크기획과 SM을 합병할 것을 요구했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SM은 19년간 누적 965억원을 라이크기획에 지급했다. 3년간 평균 인세는 SM 영업이익의 46%에 달한다. KB운용은 “SM 주주 입장에서 번 돈의 절반을 빼앗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SM의 미국 자회사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M의 미국 자회사는 호텔리조트, 와이너리, 여행 등 엔터와 관련성이 낮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청담동에 SMT서울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6년간 2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KB운용은 “이수만 총괄이 SM을 통해 개인적 취향의 사업을 영위한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SM의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이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서 용역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SMDMS 2021년 한해 동안 총 1731만장의 음반을 판매해 하이브(1425만장), JYP엔터(644만장)을 재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SM의 시가총액은 1조 5763억원으로 하이브(10조 8553억원)의 6분의 1에 불과하고, 3분기까지 매출이 SM의 26%인 JYP엔터(1조 4778억원)와 유사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다른 경쟁사 수준의 평가만 받는다고 해도 현재보다 50% 이상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SM의 경쟁력을 보고 투자했던 수많은 기관투자자들은 SM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에 실망해 떠났다.

SM은 실적, 경쟁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된 것이 사실이다. SM의 주가 상승은 이수만 총괄피디의 지분 매각 이후 개선될 지배구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CJ ENM과의 매각 논의도 라이크기획과의 용역 계약 때문에 무산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수만 총괄피디가 지분 매각 이후에도 주요 경영진 자리와 연봉 100억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상장사가 특정 기획사에 매출의 6%를 인세로 지급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라이크기획이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피디의 개인회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구조다. 만약 다른 기업이 SM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같은 구조를 그대로 둘 가능성은 없다.

이수만 총괄피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100억원이라는 연봉이 과도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도 경영진은 아니지만 회사내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고, 인세 형식으로 200억원 이상 지급을 받고 있으니 그 경제적 가치를 보상 받고 싶었을 게다. 배당 한푼 받지 못하는 19%의 지분보다 2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라이크기획이 오히려 더 소중할 수 있다. CJ그룹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SM인수를 포기했던 이유에는 라이크기획 문제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가 누적된 미국 계열사 문제 역시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김영민 SM 대표는 2019년 “적자를 더 이상 발생시키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늦어도 내년 말까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매각안을 포함해 어떻게든 조정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직 사업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2021년 현황은 확인할 수 없지만, 김 대표가 목표로 삼았던 2020년까지는 적자 상태로 유지돼 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가 SM을 인수하더라도 이수만 총괄피디의 역할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이수만 총괄피디는 지분 매각 이후에도 콘텐츠 기획에는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 논의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해 6월 SM은 ‘SM 콩그레스 2021’을 통해 SM의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당시 이수만 총괄피디는 "그동안 축적해 온 SM의 킬러 콘텐츠, 즉 SM 오리지널을 바탕으로 프로듀서와 프로슈머가 함께 할 콘텐츠 유니버스 속에서 우리의 킬러 콘텐츠가 모두의 '리크리에이터블(Re-Creatable)' 콘텐츠로 무한 확장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떠날 사람이 비전을 제시할 이유는 없다.

카카오는 SM의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이수만 총괄피디와의 관계설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또 이수만 총괄피디가 SM으로부터 받아가던 인세 매출의 6%를 어떻게 정리할지, 정리를 한다면 대가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지분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게다. 관계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지분을 인수하고도 SM이 가지고 있는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경영에 대한 영향력도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밖에 없다.

이수만 총괄피디의 공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SM이라는 상장회사는 이수만 총괄 피디 개인의 것이 아니다. 최대주주로서 20% 만큼 의결권을 행사하고, 외부 기획자로 조언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인 회사를 통해 일괄적으로 매출의 6%를 받아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창업자들이 기업이 성장하며 벽에 부딪힌다. 자신의 역량에 대해 과신하고 기업의 경쟁력과 본인의 경쟁력을 동일시한다. 또 기업의 현금흐름과 개인의 현금흐름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작은 회사일 때는 지배구조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생기고 갈등이 발생한다. 이같은 문제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저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한다.

SM의 기업가치에서 이수만 총괄피디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만약 이수만 총괄피디가 지분 매각후 SM을 떠난다면 기업 가치는 얼마나 떨어질까.

이수만 총괄 피디가 지분을 매각한다고 하자 두배 넘게 올라 버린 SM의 주가는 SM 기업가치에 있어 ‘이수만’ 이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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