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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다방] 잘 나가는 골판지 회사의 변심은 무죄?…"나 비싸게 다시 상장할래!"

'자진 상장폐지' 이력 있는 태림페이퍼, 재상장 시동
3,600원에 소액주주 지분 100% 사들이고 4,311원 배당
업계 평균 대비 2배 높은 PER 적용
시장 점유율과 실적은 업계 1위 수준
김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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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원지 생산 기업 태림페이퍼가 유가증권시장 재상장에 나섰다.(사진=태림페이퍼)


지난 2016년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던 태림페이퍼(구 동일제지)가 재상장에 나섰습니다. 제 발로 걸어나갔지만, 다시 돌아오겠다는 이 회사의 변심 때문인지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가 다소 길어지기도 했는데요.

테림페이퍼는 골판지 원지와 상자, 운송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 매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 선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시 다시보기 방송 공다방은 태림페이퍼의 증권신고서를 살펴보겠습니다.



■ 대주주가 바뀌었으니…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태림페이퍼의 최대주주인 세아상역은 과거 자진 상장폐지의 결정주체는 아닙니다. 비록 대주주가 바뀌었지만, 스스로 증시를 박차고 나간 회사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행보를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태림페이퍼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IMM PE(IMM프라이빗에쿼티)로 최대주주가 바뀐 뒤 2016년 자진 상장폐지된 이력이 있는데요. 당시 IMM PE는 최대주주가 95%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하는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개매수를 통해 주당 3,600원의 가격으로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태림페이퍼 증권신고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시스템)


2년 뒤인 2018년 남은 소액주주들의 지분까지 전부 매입해 최대주주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린 IMM PE는 주당 4,311원의 배당을 결정했죠. 이 같은 '폭탄 배당'을 두고 당시 '한 몫'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과 논란이 제기됐습니다.(상폐한다고 3600원에 팔았더니, 배당만 4311원, https://news.mtn.co.kr/news-detail/2019010711073554416)

3,600원 수준의 공개매수 가격에 불복해 소송에 나선 소액주주들은 1심에서 태림페이퍼의 주당 가격은 1만 3,261원이 적정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주당 7,200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습니다.

2020년엔 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세아인베스트먼트는 IMM PE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태림페이퍼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세아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세아상역에 흡수합병됐습니다.

태림페이퍼 증권신고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시스템)


한국거래소 역시 이 같은 과거를 의식한 듯 상장 예비 심사 절차는 길어졌고, 사측은 이례적으로 증권신고서에 '주주친화 정책 확약 내용'을 기재했습니다. ▲3년 간 배당성향 20% 이상 유지(최대주주 세아상역 수령 현금 배당금은 내부 유보 후 성장 재원으로 사용) ▲3년 간 동종 업종 아닌 기업의 인수에 자금 사용 금지 ▲상폐 결의 발생 시 이사회 결의 전 사외이사 간담회, 주총 결의 전 별도 주주간담회 진행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 비교기업 선정, 적절했나

공모가 산정을 위해 태림페이퍼가 선정한 비교기업 세 곳은 대영포장, 아세아제지, 삼보판지입니다. 태림페이퍼는 골판지 원지와 골판지 상자 부문 매출이 모두 발생하지만 영업이익은 '알짜'인 원지 부문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골판지 원지 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는 4~6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세아제지(4.35배), 삼보판지(4.19배)에 비해 유독 높은 PER를 가진 대영포장(24.75배)이 단연 눈에 띕니다.

태림페이퍼의 주당 희망공모가액은 1만 9,000원~ 2만 2,000원입니다. 세 기업의 평균 PER인 11.1배가 소폭 할인 적용됐죠. 이는 통상적인 골판지 원지 회사 PER의 두 배 가량에 해당돼, 기업가치가 다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영포장은 골판지 원단과 상자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원단과 상자의 재료가 되는 원지에 방점이 찍힌 태림페이퍼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죠. 실제로 지난해 기준 비교기업 세 곳을 두고 보면, 대영포장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현저히 떨어집니다.

태림페이퍼 증권신고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시스템)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골판지 시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회사 측 유사기업 선정을 통해 높은 IPO 가격을 초래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골판지 원지 생산회사인 신대양제지를 포함하고 대영포장을 제외해야 합리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골판지 원지 생산 업체로서 태림페이퍼의 시장점유율은 9.8%(별도 재무제표, 2020년 한국제지연합회 자료 기준)수준이고, 골판지 상자 부문도 16.9%(별도 재무제표, 2019년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 기준)로 업계 1위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실적 역시 매출액 8,899억원, 영업이익 1,172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가 없다면, 태림페이퍼 증권보고서의 효력 발생일은 7일로 오늘이 지나면 공모가가 확정되고, 상장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시장은 태림페이퍼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상 공다방이었습니다.


김근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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