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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근의 앞과뒤]독해진 김병관, 안철수에 맹공...달아오르는 'IT 1번지' 보궐선거

서정근 기자

9일 국회에서 분당갑 보궐선거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김병관 전 의원

#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김병관 전 의원과의 맞대결로 치뤄질 전망입니다.

분당갑 지역구는 안철수 전 대표가 창업한 안랩과 김병관 전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웹젠이 입지해 있는 판교 벤처밸리가 위치한 곳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중량감과 김병관 전 의원의 잠재력 등으로 인해 이번 보궐선거가 'IT 1번지'에서 펼쳐지는 '빅매치'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정계 입문 전후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이력과 중량감이 있고, 김병관 전 의원은 정계 입문 당시 '안철수 대항마'로 픽업됐던 이라는 '인연'이 있습니다. '제1의 안철수'와 '제2의 안철수'가 맞대결하게 된 셈인데, 두 사람의 이력과 의정활동에서 보여준 활동 중 오버랩 되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뤄지는 보궐선거에서 분당갑 지역구가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지명도에서 크게 앞서는 안철수 전 대표를 상대로 김병관 전 의원이 대등한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 눈길을 모읍니다.

# 김병관 전 의원은 지난 8일 분당갑 지역구 출마선언을 한 후 9일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을 "제2의 분당대첩을 승리로 이끌 차세대 리더이자 분당 판교를 디지털 경제 핵심 기지로 만들 ICT 실물 경제 전문가, 안철수를 물리칠 민주당 필승카드"로 소개했습니다.

또 "안철수로 상징되는 '가짜 새정치'와 싸워 이겨야 한다는 엄숙한 책무를 부여받았다"며 "안철수 후보를 떳다방 정치투기꾼으로 규정한다. 정당과 지역구를 투기의 대상으로 하는 유일무이한 정치인이 안철수"라고 비판했습니다.

관련한 워딩을 전해듣고 조금 놀랐습니다. 김 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IT업계에 있을 때 취재하며 받았던 느낌, 정계 입문후에 시종 보여준 '젠틀함'과 간극이 컸기 때문입니다.

# 안철수 전 대표가 "나는 내 기술로 회사를 창업한 사람이고 김병관 후보는 '투자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평가하자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상대후보를 평가하려면 기초적인 조사정도는 하셔야 한다. 내가 '투자'한 것은 청춘과 열정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병관 전 의원은 카이스트에서 공학석사를 취득한 후 지난 96년 넥슨에 입사해 인터넷팀 개발팀장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넥슨에서 SI(정보시스템통합) 사업 부문을 나성균, 박진환 씨 등과 함께 맡았습니다. (나성균씨는 넥슨을 떠나 네오위즈를 창업했고, 박진환 씨는 네오위즈의 전문경영인이 되어 호흡을 맞췄습니다.)

김병관 전 의원은 이후 인터넥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병역특례를 수행했고,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창업해 CTO로 재직했습니다.

솔루션홀딩스가 NHN(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해 있던 당시의 NHN)에 인수된 후 NHN에서 솔루션개발실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이후 NHN 한게임에서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 사업을 총괄하다 자회사 NHN게임스 대표를 맡았습니다.

NHN게임스가 MMORPG 'R2'를 흥행시키고 그로 인해 축적한 재원으로 웹젠을 인수했고, NHN게임스와 웹젠이 합병한 후 김 전 의원은 웹젠 대표이사를 거쳐 이사회 의장이 됐습니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김 전 의원의 이력 중 대부분은 웹젠 인수 이후로 한정돼 있습니다. 웹젠의 성공도 김병관 전 의원이 웹젠을 인수하기 전 웹젠이 배출한 옛 게임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중국 협력사들이 만든 게임이 가져온 성공과 로열티 수취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이 때문에 'IT 전문가'라기 보다 '게임 전문가'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고 김 전 의원의 성공 중 상당부분이 '행운'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김병관 전 의원을 "자기 기술이 없는, IT전문가라기 보다 투자자에 가깝다"고 평가한 것은 김 전 의원 입장에선 억울하겠지만, (그나마 김병관 전 의원을 알고 있는)대중들의 인식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김 전 의원이 안 전 대표를 통해 "기초조사가 부족했다"고 일갈한 것은 NHN게임스 대표 재직 이전 자신의 이력, 특히 솔루션홀딩스의 창업과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기반한) 성취를 말함인 듯 합니다. 아마 안철수 대표가 아닌 일반 대중과 유권자를 향한 어필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 안철수 전 대표는 2013년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의회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야권에선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안 전 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의 출마가 점쳐지는 부산 영도구에 출마해 지역구도 타파에 나서 달라는 요구도 나오던 때였습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에게 영입제의가 주어졌던 데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국민의 당을 창당한 안철수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을 '제2의 안철수'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김병관 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할 당시 분당은 '천당 아래 분당' ,'강남 다음 분당'으로 불릴 만큼 보수정당의 텃밭이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분당갑, 분당을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한 것 자체가 이변이었습니다.

김 전 의원 본인은 아마도 '험지'를 택해 싸워 생존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을 법 하고, 안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양지'를 찾아왔다며 '철새'라고 공략하는 동인이 되었을것 같습니다.

김 전 의원은 성남이 정치적 본거지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인천계양을로 출마한 것을 두고는 "이재명 전 지사의 경우는 (안철수 전 대표와)다르다"고 변호했는데, 이 변호가 크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선뜻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 안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했을 당시, 원칙대로라면 국회 정무위원회에 배속이 되어야 했습니다.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를 이어받았기 때문입니다. 정무위원회에 배치되면 안철수 대표가 보유한 안랩 주식을 전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했기에, 정무위 대신 보건복지위로 '전배'를 희망했고, 논란 끝에 전배 요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의사 출신인 안 전 대표가 보건복지위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었지만 의정활동 중 '주특기'인 IT 분야의 역량을 살릴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 배속되진 못했습니다. 이해충돌 방지 때문입니다.

이는 김병관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산업통상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몸담았고, 이 때문에 IT 전문가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신사적이고 의정 활동 또한 성실했다는 평가이나,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던 것은 이같은 제약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 전 의원이 "안철수 후보의 17년간 행적이 경제 전문가, IT 전문가라고 불리기엔 부족하다"고 혹평했는데, 김 전 의원도 안철수 전 대표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법도 합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데뷔초부터 '전국구' 인사로 조명받은 탓에 개별 상임위 활동에 크게 천착할 필요가 없었던 반면 김 전 의원은 웹젠 최대주주라는 지위가 의정활동에서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금배지를 달고 있었던 20대 국회에서, 김병관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각각 국회의원 부호 순위에서 1, 2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전 의원의 웹젠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점쳐졌고, 이는 게임업계 판도 변화 혹은 웹젠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에 변수를 미칠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김 전 의원은 정계 입문 직전 회사 매각을 원했고, 본인이 짧게나마 몸 담았던 넥슨에 매각하는 것을 '1순위'로 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오는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과 노웅래 의원실 공동 주최로 웹젠 파업과 관련한 간담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웹젠 노조와 인재문화실(노무팀)이 참석할 예정인데, 이 행사의 목적은 '웹젠 파업 예방' 입니다.

웹젠에 공적 자금이 투입된 것도 아니고, 노사 극한 대립으로 대량 실업 발생 위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제1야당 의원들이 소매를 걷고 파업 중재에 나선 것이 이례적입니다. 분당갑 출마가 예상되어 왔던 김병관 전 의원에게 상처가 나지 않도록 팔을 걷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웹젠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으나 동일 체급 게임사들에 비해 급여가 다소 박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노사 임금협상 쟁점은 일괄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고과별 차등인상으로 맞서는 회사 측의 대립이었고, 노동위 중재로도 접점을 찾지 못해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쟁위행위 돌입 의결이 이뤄졌습니다.

파업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게임업종 최초 사례가 되고, 이는 더불어민주당에 소속을 두고 분당갑에 출마하려는 김 전 의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이 됩니다. 웹젠 노조는 민주당의 중재로 파업을 보류했는데, 김 전 의원의 출마가 확정되면서 후속 협상에서 다소나마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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