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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IP 낳는 고래, '우영우' 제작자 이상백 대표를 만나다[나는 K-엔터인①]

윤가이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세계무대를 휘젓고, 대한민국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든 콘텐츠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시청자들을 홀리는 시대입니다. 배우 송강호 이정재 윤여정을 비롯해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풍경도 익숙해졌습니다. 바로 이러한 K-콘텐츠, K-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주역들을 만나는 머니투데이방송(MTN)의 심층 인터뷰 '나는 K-엔터인'을 만나보시죠.


얘기를 나누는 내내 상암동 공중에는 이런저런 고래들이 떠 있는 것 같았다.

결정적인 순간 불현듯 우영우의 머릿속에 고래가 떠오른 것처럼, 드라마를 만든 제작자의 머릿속에도 지금 온갖 고래들이 헤엄치고 있다. 여러모로 기적 같은 작품, ENA와 넷플릭스 방영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이상백 대표를 만났다.

‘우영우’는 방영 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ENA를 ‘알만한’ 채널로 바꿔놨다. 첫 회 0.9%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회를 거듭하며 쑥쑥 올랐고, 최종회에서는 무려 17.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라는 자체 최고시청률을 낸 것이 그 방증. 출연한 배우 박은빈(우영우 역), 강태오(이준호 역)의 인생까지도 가히 ‘뒤집어졌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우영우’의 파급이 어마어마한 요즘이다.

종영을 목전에 두고 마포구 상암동 에이스토리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방송(MTN)과 만난 이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대로 끝내긴 너무 아깝다“며 ‘우영우’를 통한, 이른바 ‘수퍼IP’ (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구상을 후루룩 말했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부문에서 4주 연속 (시청시간) 1위예요. 만일 오리지널 작품이었다면 넷플릭스가 홍보를 더 했을 텐데, 아무래도 오리지널은 아니다 보니까 홍보가 좀 부족한 거 같아요.(웃음) 그렇다고 이렇게 죽이기는 아깝잖아요? 세계적으로 그 많은 사람이 봤는걸요."

그야말로 터졌다. 한창 유행한 좀비물이나 액션 장르도 아니고, 착하고 결이 고운 드라마 하나가 또다시 대한민국 콘텐츠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내로라하는 한류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국내 시청자들은 물론 글로벌 시청자들까지 OTT를 통해 우영우의 ‘우당탕탕’ 스토리에 매료됐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선 히트작을 선보인 도취감 대신, 앞으로 갈 길을 설계하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드라마가 끝났지만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은 ‘우영우’는, 이 대표의 에이스토리 사무실 한편에서 지금도 분주하게 살고 있었다.

“시즌제를 이어가기 위한 밑 작업을 지금 하고 있어요. (문지원) 작가하고도 미팅을 했고, 감독하고는 애초부터 시즌2를 염두에 뒀던 거라서... 아무래도 배우 쪽 스케줄이 중요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이미 언론에 공개했던 것처럼 ‘우영우’ 시즌2는 2024년 방송을 목표로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여러 가지 과정과 변수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대표는 시즌2를 선보이기 전까지 대략 1년 반 이상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상을 가득 들고 있었다.

사진=이상백 대표

“과거 인연이 있던 프로젝트 중에 ‘대장금’과 ‘시그널’이 아깝게 시즌2로 가지 못했어요. (제작을) 해보니까, 시즌제라는 건 골든타임이 있는 것 같아요. 출연진도 나이가 있고 한데, 시즌2가 몇 년씩 지나서 나온다고 하면 아무래도 애초의(기존의) 맛이란 게 없지 않을까요? 외모도 바뀔 테고. 그런 걸 감안 했을 때 적절한 시기에 다음 시즌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영우’도 2024년엔 보여드려야 적정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시즌2를 향한 시동을 걸었지만 이 대표는 “근데 시즌2가 나올 때까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잊히고 만다. 그래서 꾸준히 (대중에) 리마인드 될 수 있는 일을 하자 싶어서 여러 가지 기획을 하고 있다”고 했다.

먼저 그 일환으로 ‘우영우’ 웹툰이 이미 공개돼 국내를 넘어 중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러 나라로 수출됐다. 이 대표는 “웹툰을 본 독자들이 거꾸로 넷플릭스를 찾아와 드라마를 보게 될 수 있다. 작품 팬들의 재생산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에이스토리는 자회사 AIMC를 통해 국내 유명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와 협업, 이전까진 볼 수 없었던 형태와 방식의 ‘우영우’ 뮤지컬도 제작하기로 했다.

“기사를 봤는데 팽나무 있던 그 지역이나 촬영지 여러 군데에 관광객들이 몰린다고 하더라고요. 해외여행이 완전히 열리게 되면 ‘우영우’ 연관 지역이나 장소들이 관광상품으로 개발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대표가 ‘우영우’를 통해 꾸는 꿈은 고래 덩치도 훨씬 넘게 생겼다. 단순히 드라마를 제작하는 예술의 영역을 넘어, 그가 한층 거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K-콘텐츠 산업에까지 이바지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확장하려 하는 건 지난 세월의 설움과 아쉬움에서 기인했다.

“‘킹덤’을 하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뭔가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제작비가 많이 오버되면서 원래 확보했던 권리들을 넷플릭스에 많이 반납해야 했죠. ‘아... 이게(킹덤) 만일 내 IP였다면...’ 하는 생각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죠.”

대다수 제작사의 고민과 한계는 바로 캡티브(Captive) 채널이 없다는 점에 있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대표작 ‘시그널’의 경우도, 기획은 전적으로 에이스토리가 했지만 제작비가 없으니까 채널(방송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구조다. 오랜 기간 여러 작품을 작업하고 두루 경험하면서 이 대표는 좀 더 자립적인 시스템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제작사가 아무리 일을 열심히 잘해도 큰 이익을 낼 수가 없는 거죠. 결국 자본의 자립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상장(2019년)도 했습니다. 공모자금을 제작비에 투입했어요. 순제작비로 따지면, 이번 ‘우영우’는 200억 가까이, ‘빅마우스’(이종석 윤아 주연, MBC 방송중)는 그보다 좀 더 들었는데, 자체적으로 진행하려고 했어요.”

‘우영우’도 애초 몇군데 플랫폼을 타진했는데, 늘 그랬듯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는 쪽들과 파워게임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고. 누군가는 ‘왜 ENA에 편성을 하냐’며 뜯어말리고 잔소리도 해댔다. 하지만 결국 방영권만 주는 조건으로 넷플릭스와도 계약이 성사되면서, 신생 채널 ENA와 글로벌 OTT 넷플릭스, 두 군데서 무사히 방영시킬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결과적으로 드라마가 끝난 현재 이 대표의 손에는 한층 다양한 카드가 쥐어지게 됐다.

“저희는 ‘우영우’가 수퍼IP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물론 좀비물인 ‘킹덤’도 시즌제를 하긴 했지만, 법정물이나 의학물 같은 장르들은 ‘케이스’를 가지고 계속 갈 수 있으니까요. 미드 ‘굿 닥터’도 여러 시즌으로 계속 이어졌잖아요. ‘우영우’가 법정물이기 때문에 재밌는 케이스만 잘 이어지게 한다면, 네버엔딩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사진='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공식 포스터

이제 막 작품을 끝내놓고 곧장 시즌2 준비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왜 리메이크 제안을 계속해오는가 하면 캐릭터만 살아 있으면, 에피소드들을 이어가면서 네버엔딩 스토리로 엮어갈 수 있다는 전략 때문”이라며 “따라서 저희가 콘텐츠 시장에, ‘우영우’란 IP가 잘 살아있다는 로직(Logic)만 보여드리면 수퍼IP로서의 완성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거듭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앞서 선보인 웹툰과 제작을 준비 중인 뮤지컬 외에도 다양한 부가 사업을 타진 중이다. 이 대표는 차차 발표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의 구상대로 ‘우영우’가 시즌제를 계속 이어가려면 누구보다도 주인공 우영우 역 박은빈의 컨디션이 중요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이 대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걱정하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박은빈 배우가 얼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한 배우인가”라고 응수했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은빈이 없다면 불가능했죠. 아, ‘우영우’는 대한민국 콘텐츠라서 ‘국제 에미상’(미국 外 국가의 TV 작품들이 경합하는 드라마계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 자격이 주어지는데, 거기서 박은빈 배우가 꼭 상을 타게 해주고 싶어요. 저희가 수고한 주인공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아닐까 합니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윤가이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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