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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장인의 '노잼' 작심발언, 엔씨 타운홀 미팅을 달구다

서정근 기자

타운홀 미팅에서 작심발언을 내놓은 이성구 부사장(사진 오른쪽)

엔씨소프트가 8일 개최한 전사 타운홀 미팅에서 '리니지 장인' 이성구 부사장이 내놓은 작심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성구 부사장은 이날 "돈을 벌 수 없다고 개발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혹은 개발중인 게임)를 컷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만들거나 제안한 게임이 '노잼'이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타운홀 미팅을 앞두고 엔씨가 사전에 취합한 질문 중 "사업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개발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컷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를 개선할 계획은 없느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성구 부사장이 직접 답변에 나섰던 것.

이 부사장은 "우리 회사 프로세스중 사업적 가능성이 없다고 컷하는 사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재미있고 크리에이티브하면 뭐가 문제냐? 하면 하는거지. 정말 재미있고 세상을 바꿀 만 하면 누가 그걸 막겠느냐. 김대표와 내게 가지고 오라"고 답변을 이어갔다.

김택진 대표도 "우리가 돈을 못벌 거 같아서, 사업적 가능성이 없어서 아이디어를 컷했다면 우리 회사가 20년 간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게임이 좋아서 묵묵히 개발하는 사우들도 많은데, 그런 말씀은 그분들에게 모욕에 가까울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왜 나오는지, (돈 못 번다고 컷 하는 것은)우리 엔씨 문화가 아니다"고 발언한 후 "건강한 몸에서도 어딘선가 암세포가 자라날 수 있다. 우리가 이런 문제 의식을 해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좋은 질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성구 부사장은 '리니지' IP 본부장을 맡아, PC 게임 '리니지'와 모바일게임 '리니지M', '리니지W' 등 엔씨 핵심 게임들의 개발과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심승보 부사장과 함께 '리니지M'의 개발과 사업을 주도했고, 이어 '리니지2M' 흥행까지 견인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리니지' IP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 구현에 탁월한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다.

사업총괄역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실권을 쥔 후, 사업 중역들이 우위에 서서 엔씨 제품군의 개발을 주도하는 '사업 우위' 구도가 정착됐는데, 이같은 구도에서 이성구 부사장은 최상급 퍼포먼스를 내왔다.

이성구 부사장의 이날 발언에 반감을 표한 개발자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의 한 개발자는 "'노잼' 발언이 나오는 순간 온라인으로 경영진들의 발언을 청취하던 이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며 "'트릭스터M'은 과연 노잼 게임이 아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구성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는 다룰 수 있다 해도, 사우들의 생각과 고충을 토로하고 경영진들이 답하는 소통의 장에서 이같은 방식의 표현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릭스터M'은 이성구 부사장이 제작을 총괄한 게임이다. 출시를 앞두고 '귀여운 리니지'를 표방하며 주목받았으나 장기흥행에 실패한 게임이다. 이어 출시된 '블레이드앤소울2'까지 기대이하의 성과를 내자, "리니지 IP의 흥행공식을 다른 IP에도 접목하는 '리니지 근본주의'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내외에서 높아진 바 있다.

엔씨소프트의 타운홀 미팅은 홍원준 CFO의 경영상황 진단과 사전 취합된 질문에 대한 경영진들의 답변, 최문영 PDMO의 신작 소개 순으로 진행됐다.

홍원준 CFO는 "3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급 호실적을 달성했으나 (제품 사이클을 감안하면) 지표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내년에 진짜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최근 구글의 주주들이 구글 경영진들에게 경영효율화를 요구하며 보낸 서한이 타운홀 현장에서 엔씨 직원들에게 공개됐고 홍원준 CFO는 "구글 조차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준비를 하고 있고, 우리도 다가올 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은 없겠지만)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핵심부문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엔씨 직원은 "리니지W 등 기존 흥행작들의 제품 사이클을 감안하면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TL 등 신작이 흥행하지 못하면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올해까지 이어온 성장을 감안하면 보상을 기대할 만한 실적임에도 '위기 선언'부터 나오자 '늘 위기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법 했다"고 밝혔다.

경영진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위기선언에 이어 '노잼' 발언까지 '빌드업'이 이어지면서 반감을 느낄 법한 상황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김택진 대표는 이날 "리니지2 이후 흥행작이 나오지 않고, '아이온'의 개발까지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을때 어떻게든 '아이온'을 살려보려고 분투했는데, 모두가 '이미 불가능한 일에 헛된 힘을 쏟는다'며 나를 동정하기도 했다"며 "성공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성구 부사장은 "리니지M의 시니어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해 어려운 상황을 맞아, 대거 인력 충원과 영입을 고민하다 주니어 개발자들에게 믿고 소임을 맡긴 바 있다"며 "이들의 분투가 올해 리니지M의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치하했다.

최문영 PDMO가 '프로젝트G' 등 미공개 게임을 포함해 신작 개발 현황을 공개했고, 육아휴직을 2년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복지확대 정책이 공개됐다. 재택근무 도입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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