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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이하늬 "출산과 '유령', 인생의 분기점"

 
장주연 기자

사진 제공=CJ ENM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최근 영화 '극한직업'(2019), 드라마 '열혈사제'(2019) '원더우먼'(2021) 등을 통해 특유의 에너지와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던 배우 이하늬(40)가 깊은 슬픔과 짙은 그리움을 품고 극장가를 찾았다.

이하늬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유령'(감독 이해영/배급 CJ ENM/제작 더램프㈜).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는 1933년 경성,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은 용의자들이 외딴 호텔에서 탈출하기 위해 펼치는 사투와 작전을 그렸다. 극중 이하늬는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차경을 연기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하늬는 "정말 마음 졸이며 봤다.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라며 "톤의 질감이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최근에 하지 않은 캐릭터라 반가운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살아. 죽는 건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어'란 대사를 반복적으로 하잖아요. 슬프지만 그게 차경이 바라보는 삶이라고 생각했죠. 찬란하게 노래하면서 사는 게 삶인데 이렇게 죽음을 위해서 사는 삶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아마도 그 시대 독립을 위해 산 삶은 그런 삶이 아니었을까요. 삶을 노래하지 않고 죽음을 매일 직시하면서 사는 삶. 제가 감히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사진 제공=CJ ENM

차경은 카이토(박해수)의 덫에 걸려 호텔에 감금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다른 캐릭터와 차이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정체가 공개된다는 것. 이후 차경은 클라이맥스를 지나 엔딩에 다다르기까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하늬는 그런 차경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눈빛'이라고 했다.

"(감정을) 누르고 누르는데도 안에서 비집고 나오는 거죠. 전 차경이 차가운 회색빛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안에는 뜨거운 마그마가 끓지만, 그걸 절대로 열어보진 않죠. 모노톤 안으로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는 작업을 했고 그 과정을 통해 심적 괴로움을 느꼈어요. 툭 치면 후루룩 쏟아질 것 같은데 간신히 잡고 잔잔히 찰랑거리는 그 감정을 유지하려고 했죠."

개봉 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는 차경과 난영(이솜), 차경과 유리코(박소담)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넓은 의미의 사랑'이라고 정의 내렸다. 실제 서서히 타오르다 이내 뜨겁게 끓어오르는 이들의 마음은 우정이나 동지애로 단정 짓기에는 모호한 감정으로 그려진다.

"어떤 단어로 표현하기엔 애매한 듯해요. 이때의 관계는 2023년 현재의 관계와는 다르기 때문에 해석하기 웅장하고 버거운 느낌이 있었죠. 삶과 죽음의 연대를 단순한 수식어로 표현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저는 우정 동지애, 연인, 자매…. 이 모든 걸 포괄하는 확장된 개념의 사랑이라고 규정지었어요. 또 보시는 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길 바랐고요."

액션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하늬는 쥰지(설경구)와의 맨몸 액션을 비롯해 총기, 와이어 등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다. 극중 쥰지 모의 대사이기도 한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눈보라가 친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가 액션 연기의 중심이 됐다고 했다.

사진 제공=CJ ENM

"에너지와 정신은 물론, 차경의 전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흔들리면 안됐죠. 아주 강인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죽기 살기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삶의 결승전을 치르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죠. 전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가 우리 영화의 정신이라고 여겼고, 이에 맞게 차경의 액션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시 벌떡 일어나서 또 덤비곤 했죠."

액션 신을 위해 트레이닝에만 들인 시간이 8개월. 그만큼 체력 관리와 안배도 중요했다. 자타공인 연예계 대표 건강 미인답게 그간 꾸준히 해온 운동이 큰 도움이 됐다.

"운동은 적금이라고 생각해요. 20대는 30대, 30대는 40대를 위해서 운동을 하는 거죠. 아마 꾸준히 운동하지 않았다면, 훈련을 아무리 해도 '유령' 속 액션 신들을 소화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전 성별을 떠나서 늘 힘 있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죠. 지금도 일주일에 2~3번은 꼭 근력운동을 해요. 근육량은 체력과 비례하거든요.(웃음)"

이하늬는 최근 개인의 삶에도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 2021년 12월 비연예인 남편과 결혼한 그는 이듬해 6월 딸을 출산했다. 딸 이야기에 자신의 휴대폰 배경 화면 속 사진을 보여주던 이하늬는 "웃는 게 나와 똑같다"며 엄마 미소를 지었다.

"이제 7개월 넘어가는 데 체중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예전 상태로 회복된 듯해요. 혹시 출산 경험이 있으세요? 아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해보면 정말 좋을 거예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죠. 제 인생에는 여러 분기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물론 '유령'도 그렇죠. '유령'은 배우 이하늬의 새로운 분기점이자 배우로서 제2막을 안겨준 작품이에요.(웃음)"

장주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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